각종 악재에 묶인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교체 기로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신한·삼성카드 최고경영자(CEO)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서 연임(連任)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취임 후 카드업계 1위 자리를 줄곧 지키고 있는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의 임기는 올해 말로 끝난다. 임영진 사장은 2017년 선임된 뒤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연임은 순조로울 것으로 전망된다. 임영진 사장은 암울한 업황 속에서 실적 선방에 성공한 것 뿐만 아니라 꾸준한 사회공헌활동으로 신한카드의 초협력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시장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카드 원기찬 사장의 연임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원기찬 사장의 임기는 내년 1분기까지다. 지난 2014년 1월 취임한 이후 6년째 삼성카드를 이끌고 있지만 삼성그룹의 '사장단 60세 이상 퇴진 룰(Rule)'을 넘어서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계속되고 있는 실적 부진도 원기찬 사장의 발목을 잡는다.
#. '혁신의 아이콘' 임영진... 디지털라이제이션 先導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를 강조하며 회사 경쟁력을 연일 끌어올리는 중이다. 신한카드는 본연의 기능인 결제·금융서비스는 물론 인공지능·빅데이터 솔루션을 기반으로 고객 개인별 맞춤 혜택을 제공하는 신한페이판(PayFAN)을 토대로 빠르게 진화 중이다.
임영진 사장의 추진력은 혁신(革新)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 지정 혁신금융서비스인 '마이크레딧(My Credit)'은 신한카드가 보유 중인 2,500만 고객과 440만 개인사업자 빅데이터에 KCB의 외부 축적 데이터 결합을 통해 개발됐다. 개인사업자 전문 신용평가 사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가맹점 매출 규모나 휴·폐업 정보 뿐만 아니라 미래 가치를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시장에서는 기존 CB로는 미흡했던 개인사업자의 상환능력 평가가 크게 향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다른 금융위원회 지정 혁신금융서비스인 '신용카드 기반 송금'도 눈에 띈다. 회원이 신한페이판을 통해 카드 결제를 진행하면 계좌 잔고가 부족하더라도 즉시 송금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경조사금, 더치페이, 중고품 거래 등 개인 간의 소규모 직거래에도 안전하게 송금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현재 신한카드는 서비스 론칭 후 지급결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얼굴만 내밀면 결제가 되는 세상을 열기도 했다. 지난 5월 신한카드가 선보인 안면인식 결제 서비스 '페이스페이(Face Pay)'는 세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신한카드 페이스페이는 3D 카메라를 활용해 안면을 인식하고 곧바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스마트폰도 필요 없다. 얼굴 자체가 결제 수단이 되는 최첨단 결제 시스템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시도 되지 않은 방식이다. 3D 적외선 카메라로 추출한 디지털 얼굴 정보를 인증센터에 등록한 후 본인여부를 확인해 결제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신한 페이스페이는 지난 10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신한카드는 페이스페이를 통해 유통점포에서 고객 편의성 증대는 물론 유통점의 인력관리 효율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카드는 제휴 관계에 있는 대학교를 대상으로 교내 가맹점 서비스를 시작하고, 향후 서비스 안정성이 검증되는대로 확대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임영진 사장은 지난달 신한카드 창립기념식에서 "디지털 생태계 강화, 사업영역 확장, 상생활동 강화를 뜻하는 초연결·초확장·초협력을 목표로 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발전을 발판으로 신한카드는 최근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4,100억원을 기록하며 무너지는 업황 속에서도 3.9%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 초 영업을 시작한 베트남 현지 법인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카자흐스탄에서 신용평가사업에 진출하는 등 해외 진출 성과도 내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추진해온 사회공헌활동도 대외적으로 인정 받았다. 임영진 사장은 이달 초 한국유엔봉사단과 한국국제연합봉사단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봉사대상'에서 개인 자격으로 3개 상을 수상했다. 대한민국 봉사대상은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나눔봉사에 공을 세운 개인, 기관, 단체를 선정해 수상하는 행사다. 임영진 사장은 봉사대상, 국회 정무위원장상, 아름다운 대한국인상을 동시에 손에 쥐었다.
임영진 사장은 신한금융그룹 조용병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신한금융 계열사 사장단 5명 중 4명이 교체되는 인사 태풍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가 임영진 사장이다. 이에 신한카드 안팎에서는 "큰 일이 터지지 않는다면 올해 12월 중순쯤 열리는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에서 임영진 사장의 연임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 연임 불가론 커지는 원기찬... 각종 惡材 산적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의 연임 기상도는 흐림이다. 상당수 업계 관계자들은 원기찬 사장의 4연임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적이 가장 큰 문제다. 올해 3분기 반짝 실적을 기록하긴 했지만 취임 1년차인 2015년 크게 하락한 순이익을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 삼성카드의 연말 당기순이익은 6,560억원이었지만 1년 뒤에는 전년 대비 49% 하락해 반토막이 났다. 삼성카드의 순이익은 2017년 3,867억원에서 2018년 3,452억원으로 10% 이상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920억 원으로 또 다시 줄어들었다.
특히 신사업에 있어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는 점이 뼈 아프다. 실적 부진에 따라 삼성카드의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원기찬 사장은 지난해 24억4,600만원을 받아 카드업계 경영자 중 가장 많은 연봉을 수령했다.
2013년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인사팀장 시절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징역 3년을 구형받은 점도 악재(惡材)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재판 결과는 다음달 17일에 나올 예정이지만 썩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다.
최근 삼성그룹이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 '60세 이상 퇴진 룰(Rule)'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이다. 1960년생인 원기찬 사장은 내년에 만 60세가 된다. 2017년 말 삼성 사장단 인사에 몰아친 60세 퇴진론에 따라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이 임기를 남겨놓고 얼마 뒤 모두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