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주 위에 건물주 가능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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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물주 위에 건물주 가능한 이유는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7.04.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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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포커스] 정명주 씨(가명)는 최근 건물주와 전쟁을 하다시피 하고 있다. 치킨전문점을 운영하다 임대차 계약 만료 후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는데, 건물주가 다음 세입자가 오지 않았다며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점포로 이사를 가야하는데, 보증금이 나오지 않아 점포 경영은 계속 미뤄졌고, 수익 없이 생활하다보니 카드연체까지 시작된 상태다. 마음이 급급해 정 씨는 건물주에게 보증금을 달라고 연락을 취하고, 집까지 찾아갔지만 건물주는 연락조차 끊은 상태다.

정 씨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은 ‘인질’과도 같다.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상가의 등기부등본에는 ‘가압류’, ‘가처분’, ‘근저당 설정’ 등 빨간줄이 많다. 연체 월세, 원상회복 비용, 과태료 등을 이유로 상당 금액을 떼고 나서야 지급하는 갑질의 경우도 상당하다.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는 방법은 사실상 경매가 유일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급 명령 및 소송을 통해 판결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임차인 입장에서는 오랜 시간을 버텨야 한다.

법적으로 보증금을 돌려받는 방법이 존재하지만 현실과의 괴리는 상당하다. 일반인인 비교적 소액에 해당하는 보증금 반환을 위해 소송을 벌이기란 쉽지 않은 탓이다. 이러한 부담 때문에 상당수 임차인이 울며 겨자 먹기로 보증금을 포기한다.

보증금과 관련한 분쟁이 끊이질 않자 “법으로 보증금 액수를 제한하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외국과 같이 보증금을 법으로 묶어두자는 얘기다. 실제로 캐나다는 보증금을 월세의 두 달 치 이상 받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해 놨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보증금을 법으로 묶어놓으면 월세 부담이 가중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이유로 창업업계는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고 빗댄다.

전문가들은 이런 보증금 갑질을 피하기 위해 계약 전 반드시 ‘보증금 반환’ 조항을 명확히 삽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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