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연기 '백연(白煙)', 과연 안전할까... 커지는 유해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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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연기 '백연(白煙)', 과연 안전할까... 커지는 유해성 논란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9.11.2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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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수증기로 알려진 ‘백연’... 시민단체 꾸준히 의혹제기
시민단체들 "벤젠 등 발암물질 성분 포함 가능성 높다"
석탄화력발전소 인근 지역 미세먼지 농도 높아
정부 ‘미세먼지 특별대책’ 발표했지만 실효성은 의문
백연(白煙). 사진=픽사베이
백연(白煙). 사진=픽사베이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미세먼지’와 함께 ‘백연(白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백연이란 ‘하얀 연기’의 줄임말로 흔히 공장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연기로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요즘은 더 나아가 자동차에서 나오는 하얀 연기, 아파트‧목욕탕 등에서 나오는 하얀 연기, 발전소에서 나오는 하연 연기도 백연으로 부른다. 그리고 백연은 몸에 해롭지 않은 수증기나 정화된 연기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백연 때문에 건강이 나빠졌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백연 유해성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어떤 곳에서 어떤 물질로 연기를 발생시키느냐에 따라 수증기 안에 포함된 성분이 달라지고,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연이 우리 생활에 어떻게 이해되고 있고 어떤 시사점을 갖는지 살펴본다.

올해 3월 역대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치며 국민들의 공포감은 극에 달했다.

실제로 올해 3월 서울 초미세먼지 일일 평균 농도는 135㎍/㎥(마이크로그램)을 기록하며 관측 이래 역대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시간당 관측치는 전국적으로 230㎍/㎥을 넘기는 지역이 속출했다. 이런 최악의 미세먼지가 일주일 넘게 지속되며 시민들의 불만과 걱정은 증폭됐다.

환경부의 미세먼지 오염도 통계를 분석한 결과 최근 12개월(2018년 7월~2019년 6월) 미세먼지 오염도는 월평균 43㎍/㎥(마이크로그램), 초미세먼지 오염도는 25㎍/㎥으로 대체로 양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19년과 2017년 3월 초미세먼지 월평균 농도가 ‘나쁨’ 수준인 35㎍/㎥을 훌쩍 넘기며 국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전국평균 미세먼지 오염도. 사진=시장경제DB
전국평균 미세먼지 오염도. 사진=환경부

한국환경공단의 대기오염 정보제공 사이트인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국외 주요도시와 비교해 서울의 미세먼지 오염도가 확연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을 비롯한 세계 5대 도시의 대기오염 현황을 살펴본 결과 7년간 서울의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45㎍/㎥로 집계되며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LA가 32㎍/㎥, 파리 24㎍/㎥, 런던과 도쿄는 19㎍/㎥로 집계됐다. 서울의 미세먼지 오염도는 통계기간 중 꾸준히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파리·런던·도쿄에 비해 두 배 이상 고농도를 기록했다.

국외 주요도시 미세먼지 오염 현황. 사진=한국환경공단
국외 주요도시 미세먼지 오염 현황. 사진=한국환경공단

◇ 미세먼지의 주범 ‘화력발전소의 하얀 연기’

일각에서 중국발 미세먼지가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주범이라고 지목하지만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도 그 못지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결과(2017년)에 따르면 국내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에서 중국발 초미세먼지는 45%, 기타 국외 지역은 10%로 총 59%가 국외에서 유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41%가 국내에서 발생한 것이다. 

국내 발생 미세먼지는 대부분 연료 연소에 의해 발생하는데, 발전시설·자동차·보일러 등의 배출물질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외에도 공사장, 도로 등에서 비산되는 먼지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며 우리나라의 석탄화력발전소를 비롯한 화력발전시설의 배출물질이 주요 대기오염원으로 지목됐다. 화력발전시설의 배출물질은 주로 수증기로 알려진 하얀 연기 ‘백연’을 통해 굴뚝으로 배출된다.

발전시설 측에서는 ‘백연은 99.9% 이상이 수분이고, 이외에 질소·이산화탄소 등 인체에 무해한 성분’이라고 주장하지만 다수의 민간단체들에서는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발전시설에서 내뿜는 백연에 벤젠·톨루엔·테트라클로로에틸렌 등 발암물질을 비롯해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 있는 차아염소산나트륨 성분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초미세먼지는 화력발전소·자동차 등에서 배출된 1차 오염물질이 대기 중에서 반응해 2차로 생성된 오염물질을 말하는데, 주로 황산염·질산염·유기탄소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국내외적으로 난방용 연료사용이 증가하는 겨울철에 오염물질 배출이 증가하며 초미세먼지의 농도를 끌어올린다.

우리나라는 화력발전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전력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2018년 화력발전 이용 전력은 전체 전력의 70.5%를 차지한다. 특히, 석탄연료를 이용한 전력의 거래량은 22만9350GW(기가와트)로 전체 전력 거래량에서 절반에 가까운 42.7%를 차지하고 있다. LNG는 14만4067GW로 26.8%를 점유하고 있고, 원자력은 12만7078GW로 23.7%, 수력은 7229GW로 1.3%, 유류는 6562만GW로 1.2%, 기타 에너지가 2만2778GW로 4.2%를 차지하고 있다.

연료원별 발전 비중(2018년). 사진=한국전력거래소
연료원별 발전 비중(2018년). 사진=한국전력거래소

석탄화력발전소의 현황을 보면 우리나라에 총 57기가 가동되고 있는데, 이중 서해안 지역에 36기가 집중돼 있다. 충남 당진에 8기, 태안에 8기, 보령 8기, 서천 6기, 인천 영흥에 6기 등이다. 미세먼지가 극심했던 올해 3월, 충남·경기의 서해안 시군 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던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 중국발 미세먼지라고 속단하기에는 석탄화력발전소 입지와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올해 3월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충남 당진으로 월평균 87㎍/㎥를 기록했다. 이어 경기 평택이 85㎍/㎥로 2위에 올랐고, 시흥이 85㎍/㎥ 관측되며 3위에 올랐다. 이 지역들은 1달 평균 농도가 줄곧 ‘나쁨’ 수준을 유지했다. 이외에도 부천, 아산, 안성, 군포, 천안, 오산, 화성, 김포 등 석탄화력발전소 인근 지역 모두 75~80㎍/㎥을 기록하며 ‘나쁨’ 수준에 육박하는 농도를 보였다.

◇ 정부 1일 ‘미세먼지 특별대책’ 내놔

정부는 미세먼지 고농도 발생을 억제하고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 영향을 저감하기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난 1일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2019.12.1.~2020.3.31) 대응 특별대책>을 내놓았다.

미세먼기 고농도 시기에 석탄 화력발전소 가동을 중지하고, 대형사업장을 중심으로 미세먼지 추가 감축을 유도,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서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을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밖에 취약계층을 위한 공기청정기 설치와 마스크 지급, 한·중 협력을 통해 협약체계를 구축하고 중국 현지의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협력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부 대책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닌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하고, 한·중 협력 사업의 경우 중장기적인 대책으로 4개월간의 특별대책 기간 중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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