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惡材에 실적 악화까지... 속타는 DB손보 김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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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惡材에 실적 악화까지... 속타는 DB손보 김정남
  • 배소라 기자
  • 승인 2019.11.0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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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전 회장 성폭행 혐의 검찰 송치... 오너리스크 최대 惡材
상반기 실적 30% 감소... 3분기 실적도 두 자릿수대 하락률 관측
▲김정남 DB손보 사장. 사진=DB손보
▲김정남 DB손보 사장. 사진=DB손보

김정남 DB손해보험 사장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가사도우미 성폭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면서 기업 이미지 추락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DB그룹은 김준기 전 회장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2017년 수백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쏟아부어 사명을 동부에서 DB로 변경했다. 동부화재 역시 DB손해보험으로 사명을 교체했고, 김정남 DB손보 사장은 이미지 쇄신에 심혈을 기울였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DB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DB손보의 경우 최대주주는 지분 8.30%를 소유한 김준기 전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부사장이다. 김 전 회장도 6.65%를 보유하고 있다. 외동딸 김주원씨 지분 3.15%를 합치면 총수 일가가 보유한 DB손보 주식은 18.1%에 달한다.

2017년 여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를 당하면서 김준기 전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대주주인 만큼 지배력은 유지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질병 치료를 이유로 같은 해 7월 미국으로 출국한 뒤 돌아오지 않았다. 이후 경찰은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리는 한편 법무부가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도록 요청했다.

김준기 전 회장이 미국으로 출국하고 두 달 뒤 가사도우미 A씨를 성폭행한 혐의가 추가로 드러났다. 지난 7월 JTBC 뉴스룸에서 가사도우미 A씨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A씨에게 “나 안늙었지. 나이 먹었으면 부드럽게 굴 줄 알아야 한다. 가만히 있으라” 등의 말을 했다. A씨는 당시 전 회장이 주로 음란물을 시청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사명변경 후에도 끝내 김준기 전 회장이 귀국하지 않았고 경찰 수사까지 중단됐다. 그러자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했다. 당시 누리꾼들은 “배우 지진희와 가수 설현을 광고모델로 내세워 동부화재 새 이름이라며 광고하면 이미지 세탁될 줄 알았나”, “여비서 성추행하고 미국 도망간 김준기 전 회장 귀국 안시키느냐”고 비판했다.

경찰은 지난달 23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김 전 회장을 체포하고, 김 전 회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김 전 회장은 합의된 성관계 였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의 혐의가 유죄로 결론 날 경우 ‘DB김준기문화재단’의 이름도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 DB김준기문화재단은 “미래는 꿈과 이상을 가지고 준비하는 사람의 것이다”라는 김준기 전 회장의 철학 하에, 1988년 설립한 공익재단이다. DB김준기문화재단도 DB손보가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DB
사진=시장경제신문 DB

DB그룹 오너 일가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 전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DB손보 부사장은 지난해 바이오업체 차바이오텍이 관리종목으로 편입되기 전 보유 주식을 모두 처분해 부당하게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김 부사장은 차광렬 차병원그룹 회장 사위로 ‘특수관계인’이다. 김 부사장이 미공개정보를 미리 이용해 이득을 취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나온 이유다. 1만원 대에 맴돌았던 차바이오텍 주가는 김 부사장이 주식을 내놓은 기간인 지난해 2월~3월 초 3만 원대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김 부사장은 차익 19억 원을 취득했다.

이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김남호 부사장이 차바이오텍 주식을 매각한 것은 차바이오텍이 4년 연속 적자를 내 금감원 조사를 받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면서 “상식적으로 내부 정보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김남호 부사장의 DB그룹 지분승계 과정에도 의혹을 제기하며 그룹 전반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남호 DB손보 부사장의 보유 주식 부당 이득 의혹과 관련해 금감원 조사 결과 무혐의 처분이 났지만, 공정위로부터 계열사 부당지원이 적발되면서 김준기 전 회장, 김남호 부사장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의심이 가시지 않고 있다.

DB그룹은 예전 동부그룹 소속 계열사들이 퇴출 위기에 빠진 다른 계열사에 부당하게 자금을 지원했던 사실이 적발돼 억대 과징금을 물기도 했다.

다양한 오너리스크들이 김정남 사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실적 악화도 김정남 DB손보 사장의 고민거리다. DB손보는 업계 2위이지만 올 상반기 실적이 두 자릿수대 감소세를 보였다. 올 상반기 DB손보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3001억원) 보다 31.3% 감소한 2063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실적도 두 자릿수대 하락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 안팎에선 DB손보의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준기 전 회장과 관련한 성추행·성폭행 사건으로 이미지 실추까지 더해져 판매 부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은 이미지가 생명인 만큼, 이미지 실추는 만만치 않은 손해다”라며 “김정남 사장은 회사 이름이 바뀌면서 인지도 부족으로 실적이 줄어들 수 있다고 판단하고 새 이름 홍보에 힘을 쏟았는데 오너 일가 리스크가 DB손보의 행보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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