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폰 ODM 늘리는 삼성... '以夷制夷'로 中업체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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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가폰 ODM 늘리는 삼성... '以夷制夷'로 中업체 견제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11.01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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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가폰, 전체 시장서 70% 차지... 'ODM'으로 승부수 띄워
중저가폰 개발부담 덜고 폴더블폰 등 플래그십 라인업에 '주력'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삼성전자가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에서 ODM(제조자개발생산) 비중을 늘리며, 중국 경쟁 업체들에 대한 ‘이이제이(以夷制夷)’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 업체들 간 ‘제살 깎아먹기’식 저가 경쟁에는 불을 붙이고,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하는 ‘초격차’ 전략의 일환이라는 시각이 힘을 얻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윙텍, 올해 7월 화친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과 잇따라 ODM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내년 ODM 물량을 6000만대에서 많게는 8000만대까지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ODM 비중이 올해 8%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사장 역시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 언팩 2019’에서 “130달러(16만원)대 이하 제품을 삼성전자가 자체 생산하기는 힘들다”며 “우리가 생각한 기준을 충족한다면 ODM을 일정 부분 하는 것이 맞다”고 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ODM은 외주업체가 설계와 생산을 모두 담당하고, 주문 기업의 브랜드만 붙여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가 중국 내수용 스마트폰으로 출시한 갤럭시 A60과 A6s는 이러한 ODM 방식을 통해 만들어졌다. 삼성전자는 ODM 방식을 통해 약 8% 가량의 비용절감 효과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은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신흥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중저가 스마트폰의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중국 업체들은 ‘가성비(가격대 성능비)’를 앞세워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이들 업체들과의 정면 대결보다는 중국 현지 업체를 통한 견제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중국시장에서 약 20%의 점유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었지만, 해가 갈수록 점유율이 떨어져 지난해에는 1% 수준을 기록했다. ‘싼 가격’을 무기로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성장이 주요 원인이 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베트남과 인도 등에 생산 공장을 옮기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ODM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도 삼성전자 특유의 ‘선택과 집중’ 경영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로서는 ODM을 통해 중저가 스마트폰 개발 및 생산에서 자유로워지는 만큼, 갤럭시S 및 노트 시리즈와 폴더블폰인 갤럭시폴드 등 플래그십 라인업에 인력과 자원을 집중시킬 수 있다. 이는 곧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완성도를 높여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업체들과의 ‘초격차’를 벌리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ODM 방식 생산이 ‘만능’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ODM만을 전문으로 하는 생산업체 특성상, 갤럭시 시리즈만의 차별점이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서다. ‘갤럭시’라는 이름을 달았다고 해도, 성능에서 차별되지 않는다면 중국의 흔한 저가 스마트폰 중 하나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견해다. 

아울러 삼성전자에 의지하고 있는 국내 스마트폰 부품 협력사들이 큰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ODM 업체들이 한국산 부품보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부품을 주로 선택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에 따라 국내 부품업계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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