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전략' 틀렸다... '디지털 이마트' 기치 든 강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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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가 전략' 틀렸다... '디지털 이마트' 기치 든 강희석
  • 이준영 기자
  • 승인 2019.11.0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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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석 대표 행적으로 본 이마트 미래... 과거 발제·언론기고 분석
정용진의 '제2 아마존' 이마트 구상 구체화 시켜 혁신 드라이브
고객유입률, 구매전환율, 업태별 점유율에 초점... 새 지표 제시
AI 및 빅데이터 기반 ICT 융복합, 플랫폼 다변화 강조
이마트-SSG닷컴, 판매전략 기본틀 전면 수정 불가피할 듯
디자인=이기륭 기자
그래픽 디자인=이기륭 기자

[편집자주]
“유통 환경은 10년 주기로 변하며, 이를 예상해 사업모델 혁신을 준비해야 한다.”

“온라인몰에서 중요한 것은 상품 판매 마진이 아닌 고객유입률과 구매전환률이다.”

위 발언은 신세계그룹이 신임 이마트 대표로 발탁한 강희석 대표의 평소 지론이다. 행정고시 37회 재경직, 前 농수산식품부 서기관, 美 와튼 MBA, 세계 3대 컨설팅기업 베인앤드컴퍼니 소비재·유통부문 파트너를 거친 강 대표는 국내외 시장 흐름을 꿰고 있는 유통 분야 최고의 전략가 중 한 명이다.

강 대표는 2014년 이후 유통산업포럼을 비롯한 다양한 세미나와 토론회, 언론 기고 등을 통해 국내 유통산업의 발전 방향을 전망하고 다가올 미래에 대비한 기업의 자발적 혁신을 주문했다. 그는 단순한 상품 판매 마진이 아니라 ▲고객유입률 ▲구매전환률 ▲업태별 점유율을 강조했다. 강 대표가 강조한 3가지 요소는 이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인 아마존이 중시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국내 온라인몰은 대체로 3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분식점 메뉴판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상품 구성, 초저가, 빠른 배송이 그것이다. 반면 소비자의 구매패턴을 분석한 실시간 상품 추천이나, 결재방식의 편의성 등 이른바 ‘컨텍스트 쇼핑’(Context Shopping)을 위한 시스템 운영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아마존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의 경영 전략을 분석한 강 대표의 이력 및 그의 발제 논문, 언론 기고 등에 담긴 함의를 고려할 때 앞으로 이마트와 SSG닷컴은 AI 및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컨텍스트 쇼핑’ 최적화로 기본 전략을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평소 강 대표의 지론-고객 니즈에 맞춘 다양한 플랫폼 및 오프라인 매장 활용-역시 현장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경제신문>은 강희석 대표의 과거 행적을 토대로, 이마트와 SSG닷컴의 향후 전망과 유통변화 흐름을 짚어봤다.

신세계가 부진에 빠진 이마트에 대해 예년보다 한 달 앞당겨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강희석 베인앤드컴퍼니 유통 부문 파트너를 새 대표로 영입한 것.

강 대표는 베인앤드컴퍼니 상무 시절 다양한 유통 관련 포럼 발제자로 나서며 오프라인 유통기업의 온·오프 융복합과 차별화를 역설했다. 그에 대해서는 세계적 온라인 기업인 아마존·알리바바 등의 선진 유통 시스템에 누구보다 밝은 사람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행정고시 및 와튼스쿨 출신으로 기업·정부간 협업에서도 뛰어난 '사잇돌' 역할을 수행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온·오프 경계 허물어진 시대... "초저가 전략 수정 불가피"

이마트 강희석 대표는 2014년 유통산업포럼에 참여해 "급변하는 환경에서 회사의 성패는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유통 환경은 10년 주기로 바뀐다”며 사업모델 혁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IT와 미디어 융복합, 소비자 관점에서의 유통 포맷별 역할 재정립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그는 5년 전인 2014년, 대형마트 성장 둔화 및 온라인·할인점 사업의 폭발적 성장을 예견하고 플랫폼 다변화를 조언했다.

당시 강 대표는 아마존을 예로 들었다. 아마존의 상품판매 마진율은 3%에 불과하지만 결제·배송·검색엔진 관련 시스템에서 10~40%의 마진을 남긴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온라인이 발달하더라도 고객이 직접 입고, 만지고, 써볼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구비해 옴니채널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스페인 유통기업 '메르케도나'를 예로 들며, “상품 품목을 넓히기보다 단순하고 최적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진단했다. 강 대표의 지론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꿈꾸는 '제2의 아마존'과 맞닿아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아마존을 능가하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짓겠다”며 한국판 아마존 구상을 은연중 드러냈다. 이를 위해 1조원의 투자까지 받으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쿠팡'이란 온라인 공룡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해 그의 ‘제2 아마존’ 구상은 요원한 것처럼 보였다.

강 대표는 향후 신세계그룹의 대표 유통계열사인 이마트와 SSG닷컴의 융복합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마트의 사업전략에 대한 수술도 함께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이마트가 주력한 초저가 전략이 수정될 수 있다"라며 "강 대표가 온오프 융복합을 강조한 만큼 향후 다양한 플랫폼과 시스템을 통한 이익 창출에 중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좌)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우)강희석 이마트 대표. 사진= 시장경제신문DB
(좌)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우)강희석 이마트 대표. 사진= 시장경제신문DB

◇온라인 혁신 외친 강대표, SSG닷컴 수술대 오르나

강 대표가 다양한 포럼에서 ‘변화와 혁신’을 외친만큼 이마트의 온라인사업 계열사인 SSG닷컴에 대한 강도 높은 변화를 점치는 업계 관계자들이 많다.

강 대표는 '2016 유통산업 포럼'에서 "소비자들의 요구를 분석하고, 실제 구매부터 배송까지 이르는 플랫폼과 디지털 기기에 대해 복잡한 고민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물적분할과 사업인수합병 등을 SSG닷컴의 규모를 키웠다. 오프라인 침체에 대한 돌파구로 SSG닷컴을 통한 온라인 사업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그러나 SSG닷컴의 성장세는 매우 더디다. SSG닷컴은 설립 이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개별기준 누적 영업손실 227억원, 반기순손실은 173억원으로 1,2분기 모두 적자를 면치 못했다. 사업 초기인 만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인한 비용 탓으로도 볼 수 있지만 단기간 반등은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SSG닷컴의 반등을 위한 적임자로 온라인사업 전문가가 필요했고, 강희석 대표가 이에 부합되는 인물로 낙점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성장보다 점유율... 데이터 활용한 실시간 마케팅 필요성 강조

강 대표가 올해 2월 언론사에 기고한 내용을 살펴보면 향후 SSG닷컴의 혁신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 그는 SSG닷컴에 데이터 분석 전담팀과 관련 인력 충원, 실시간 마케팅을 위한 예산 투입 등 과감한 구조개혁을 단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먼저 성장률이 아닌 점유율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강 대표는 “매출 성장률만으로 온라인 사업 성과를 평가할 수 없다”며, ‘온라인 업태별 시장 점유율’을 새로운 지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업태별·카테고리별 시장 점유율을 관리할 수 있는 지표 관리체계 강화도 주문했다.

강 대표는 “온라인 매출 핵심 동인 파악은 고객유입률과 구매전환률 분석에서 나온다”며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분석 전담팀과 관련인력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각 브랜드 핵심 동인과 무관한 키워드나 배너광고 등에 일방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데이터 분석 역량을 기반으로 실시간 마케팅 투자를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매출 급증 시간대를 분석해 1시간 동안 마케팅 계획을 수정,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 강 대표는 이를 통해 경쟁사의 노출 점유율과 매출 점유율을 가져오는데 집중할 것을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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