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兆 순익 경사인데, 금융지주 표정 왜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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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兆 순익 경사인데, 금융지주 표정 왜이럴까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10.2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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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금리 時代 본격화... 수익성 지표 하락에 사업계획 고심
사진 좌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 농협금융지주 김광수 회장. 사진=시장경제신문 DB
사진 좌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 농협금융지주 김광수 회장,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 사진=시장경제신문 DB

정부의 각종 규제와 대외 리스크를 뚫고 4대 금융지주들이 올해 3분기 3조원 이상의 1,545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

하지만 업계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경기 지표가 역대 최악으로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제로금리(Zero Interest Rate)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짙어지면서 금융지주들은 비은행·비이자 부문을 중심으로 수익을 보전할 방법을 고심 중이다.

28일까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금융지주는 신한·국민·하나·농협 4곳이다. 이들이 거둔 순이익은 3조1,545억원에 달한다. 오는 29일 실적을 발표하는 우리금융지주는 5,6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관측된다.

리딩금융그룹 타이틀을 이어가고 있는 신한금융은 9,81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누적 기준으로는 2조8,960억원의 실적을 냈다. 같은 기간 KB금융지주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9,403억원이다. 누적 순이익은 2조7,771억원으로 신한금융의 뒤를 바짝 쫒고 있다.

두 경쟁사의 승패를 가른 핵심 요인은 비이자 부문의 기여도였다. 신한금융의 3분기 비이자이익은 8,369억원이다. 누적 비이자수익은 2조5,867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7.3% 증가했다. 오렌지라이프를 계열사로 편입하며 보험이익이 늘어났고 유가증권 관련 손익도 전년동기 대비 34.4% 증가한 8,677억원을 기록했다. 수수료이익의 경우 증권과 신용카드 부문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IB(투자은행), 신탁·리스 실적이 개선되며 전년동기 대비 9.8% 증가했다. KB금융지주는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이 누적 순이익 2조원 이상을 달성하며 그룹 실적을 견인했다.

하나금융은 3,200억원 상당의 서울 명동사옥 매각 이익 덕분에 3분기 당기순이익 8,360억원을 기록했다. 2005년 12월 지주사 설립 이래 3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누적 순이익도 2조404억원으로 지주사 설립 이래 가장 많았다. 누적 핵심이익은 6조15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3% 확대됐다.

농협금융도 지주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을 냈다. 농협금융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3,966억원, 누적 기준으로는 1조3,937억원으로 집계됐다.

농협은행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이러한 실적은 불가능했다. 농협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1,9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5% 증가했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의 고른 성장과 함께 충당금비용이 감소하면서 영업이익이 23.9% 늘어났다. 하지만 농협은행을 제외한 비은행 계열사의 성적표는 여전히 초라했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에게 점차 힘이 쏠리는 것과는 달리,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의 연임이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광수 회장의 임기는 내년 4월 28일까지다.

은행들이 고군분투를 하며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지만 내년 상반기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등 대내외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금융지주들이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시장금리 하락 여파로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뼈아프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을 살펴보면 3분기 신한금융과 신한은행은 각각 1.99%와 1.53%로 지난 분기에 비해 각각 0.04%p, 0.03%p 떨어졌다.  

KB금융과 국민은행의 NIM 역시 각각 1.94%와 1.67%로 지난 분기에 비해 0.03%p 하락했다. 하나금융과 KEB하나은행의 NIM도 지난 분기에 비해 0.09%p, 0.07%p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경제 상황에 따라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 있다는 방침을 시사하고 있어 금융사들의 수익성은 4분기부터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금융지주들은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하면서 실적 악화를 보전할 방안을 고심 중이다.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사업을 다각화를 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류승헌 신한금융 부사장은 "기준금리가 25bp(1bp=0.01%p) 내릴 때 NIM 하락폭은 약 3bp 정도로, 추가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내년까지 이어져 마진 압박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내년 전략은 경제성장률이 더욱 낮아지는 점을 감안해 자본건전성 유지하면서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쪽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환 KB금융 부사장은 NIM이 연간 기준으로 1∼3bp(0.01∼0.03%p), 내년 4∼9bp(0.04∼0.09%p)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비이자·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고 철저한 비용관리를 기반으로 수익창출 능력을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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