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의원, '洞변경 구정질의' 약속해놓고 해외로... 입주민 두 번 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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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의원, '洞변경 구정질의' 약속해놓고 해외로... 입주민 두 번 울려"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9.10.3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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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캐슬 골든힐스 입주민, ‘정릉동→길음동’ 법정동 변경 민원
성북구의회 ‘정릉동 유지’ 결론내자 입주민들 “짜고 친 행정” 반발
구의원들, 집회해산 위해 “구정 질의해 따져 묻겠다” 3차례 약속
"본회의서 구청장에 질의" 약속한 구의원들, 본회의 기간중 해외 출장
성북구의회 도시건설위원회에서 롯데캐슬 골든힐스 법정동을 정릉동으로 유지하겠다는 결론이 나오자 일부 입주민들이 위원장을 면담하겠다며 회의실로 이동했고, 이를 막는 성북구의회 직원들간 격렬한 몸싸움이 이어졌다. 사진=시장경제DB
성북구의회 도시건설위원회에서 롯데캐슬 골든힐스 법정동을 정릉동으로 유지하겠다는 결론이 나오자 일부 입주민들이 위원장을 면담하겠다며 회의실로 이동했고, 이를 막는 성북구의회 직원들간 격렬한 몸싸움이 이어졌다. 사진=시장경제DB

서울 성북구 정릉1동에 위치한 롯데캐슬 골든힐스 입주민들이 ‘법정동 변경 구정 질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성북구의원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법정동 변경(정릉동→길음동)이 무산된 상태에서 의원들이 약속까지 지키지 않아 입주민들의 불만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구의원들은 "언제 구정 질의를 하겠다고 밝힌 적 없다", "11월에 하겠다" 등의 해명을 내놓고 있으나 입주민들은 '구의회 의원들의 약속 위반'을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롯데캐슬 골든힐스 입주자 대표 A씨는 2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7일 20시경 성북구의회 의원들이 입주자 대표들과 협의에서 ‘(본회의 때 법정동 변경 관련 내용을) 구정 질의하겠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에 따져 묻겠다’고 약속해 입주민을 해산시켰는데, 해당 의원들은 본회의(21~22일)에 출석도 하지 않고 해외로 나가버렸다”며 "구의원들이 우리 입주민들을 2번 울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롯데캐슬 골든힐스 입주민들은 법정동을 '정릉동'에서 '길음동'으로 변경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17일 성북구의회 도시건설위원회는 법정동 변경 조례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키로 결정했다. 이에 입주민들은 같은 날 성북구의회 로비에서 “구청이 법정동 변경 개정안을 허술하게 준비해 고의로 상정치 못하게 만들었다. 구의회도 이를 알면서 반려하지 않고, ‘미상정’이라는 꼼수를 부렸다”며 시위를 벌였다. 당시 구의원들은 입주민 해산을 위해 ‘구정 질의’를 약속했다.

입주민들은 17일 20시경 구의원들과 나눴던 녹취록을 본지에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구의원들은 3차례에 걸쳐 ‘구정 질의’를 약속했다.

먼저 오중균 구의원은 “(성북구청이) 받아들일 수 없는 (법정동 조례 개정)안을 올렸다”고 말하자 입주민 B씨가 “구정 질의를 할 때 자치과에 지시를 해달라. 11단지가 정릉동이지만 섬처럼 기형적인 모습인데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한 계획서를 제출해달라고 지시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오 구의원과 김오식 구의원은 흔쾌히 “할게요”, “우리가 그런 거 하는 거에요”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구의원은 “일(법정동 변경 요청 사항)을 이런 식으로 처리하면 안 된다는 것을 구청장에게 묻고 싶다. 어떤 방향이던 간에 조치를 취해달라고 하는 부분(누락되지 않은 자료로 객관적 검토)은 반드시 구정 질문을 하겠다”고 거듭 약속을 했다. 

회의 막바지에 들어서자 김 구의원은 3번째로 '구정 질의'를 통해 논란을 따져 묻겠다고 약속했다.

김 구의원은 “구정질의를 통해 저의 의사 표시(롯데캐슬 골든힐스 법정동은 정릉동이지만 생활권은 길음동이라는 기형적 상황에 대한 의사 표시)를 하겠다”고 답했다.

입주민들은 구의원들의 약속을 믿고 21시경 해산했다. 그런데 본회의가 열렸던 10월 21~22일, 구정 질의를 하겠다고 밝힌 구의원들은 질의를 하지 않았다.

오중균 구의원은 “언제하겠다고 말한 적 없다. 다음 달 (구정 질의를) 해도 괜찮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이 문제는 급하게 풀어야 할 게 아니다. 지금 이렇게 논란이 된 것도 성북구청이 법정동 변경안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급하게 상정했기 때문이다. 나는 구정 질의를 하겠다고 말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김오식 의원은 “이승로 구청장이 미국으로 출장을 가서 하지 못했다. 11월 20일에 있는 본회의 때 구정질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입주민들은 구의원들이 말장난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학교 배정을 위한 초등학교 졸업 인원 조사가 10월 말 완료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구정 질의' 시점을 10월 21일로 받아들이는 게 상식적이라는 것이다.

입주민들은 "교육청과 입주민들, 길원초등학교 등에 수차례 확인한 결과 길음동 소속 길원초등학생은 졸업 후 개운중, 고명중, 성신여중으로 입학한다. 그런데 우리(11단지)는 똑같이 길원초를 졸업하는데, 중학교는 북악중, 고대부중으로 입학하게 된다"며 "우리 단지 자녀들만 사춘기 시절에 친구들 없는 중학교로 배정돼 초등학교 친구들과 단절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입주민들의 주장에 성북강북교육지원청은 “중학교는 학군으로 배정된다. 강북구는 1학군, 성북구는 2학군, 장위‧석관 쪽은 3학군이다. 때문에 길원초를 나오면 2학군 중학교의 학급 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정된다”고 설명했다. 동 소속과 상관없이 무작위로 배정된다는 취지의 답변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개운중 정원이 100명이라고 가정할 경우 길음동 소속 길원초 졸업생을 먼저 선발한 뒤 정원이 남으면 정릉동 학생을 뽑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 30분 내 통학 및 교통여건을 고려해 추첨식으로 진행된다”고 부연했다.

'입주민들은 다같이 길원초등학교를 졸업했는데, 길음동 소속 학생은 개운중, 고명중, 성신여중으로 입학하고, 정릉동 학생은 북악중, 고대부중으로 입학한다고 주장한다. 사실인가'라는 질문에는 "동은 절대적 기준이 아니다. 초등학교는 가까운 곳을 우선 배정하지만 중학교는 매년 학생 수를 조사해 추첨 배정한다. (추첨식이기 때문에) 거주하는 동에 따라 어떤 중학교로 배정될지 확답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입주민들에 따르면 11단지에 거주 중이며 내년에 길원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자녀는 20여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단지 내 초등학교 자녀 수는 총 200여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지역의 동 변경 이슈를 부동산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재개발‧재건축 특성상 여러 동이 통합되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이때 법정동에 따라 단지의 위상과 초‧중‧고교 배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캐슬 골든힐스는 2016년 분양에 들어가 올해 5월 준공했다. 롯데건설은 단지명을 ‘길음뉴타운 11단지’로 명명했다. 롯데캐슬 골든힐스의 전체 대지면적은 2만157.6㎡이며. 이 가운데 99.76%인 ‘2만109㎡’는 정릉동에 속해 있다. 길음동에 편입된 구역은 전체 단지의 0.24%인 ‘48.6㎡’에 불과하다.

지방자치법 4조에 따르면 아파트 단지가 2개의 동으로 편성돼 있는 경우, 사업자(재건축조합)는 법정동 단일화를 관할 지자체에 신청할 수 있다. 이 근거를 바탕으로 입주민들은 ‘길음뉴타운 11단지’로 명명된 만큼 길음동으로 바꿔달라는 민원을 관할 성북구청에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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