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향응' 우려... 농협중앙회장 선거, 檢도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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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향응' 우려... 농협중앙회장 선거, 檢도 예의주시
  • 배소라 기자
  • 승인 2019.10.2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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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원 농협중앙회장 임기 내년 3월 만료... 차기 후보 9명 물망
사진=이기륭 기자
사진=이기륭 기자

차기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세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금품과 향응이 오가는 구태(舊苔)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종회 의원이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13일 치러진 농협 조합장 선거에서 적발된 금품 제공 등 불법 행위는 무려 63.2%에 달했다.

이는 2015년 제1회 선거 당시 55.2%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올해 당선된 농협조합장 1114명 중 입건된 후보는 194명으로 당선자의 17%를 차지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도 늘 혼탁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선거 때마다 부정선거가 난무했다. 김병원 현(現) 농협중앙회장도 의혹을 피해가긴 어려웠다. 김 회장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할 당시 최덕규 전 조합장과 '누가 결선에 오르든 서로 밀어주자'고 공모해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김병원 회장이 1차 투표에서 2위를 차지하자 최덕규 전 조합장이 결선 투표 당일인 2016년 1월 12일 대포폰을 이용해 '김병원을 찍어 달라. 최덕규 올림'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대의원 107명에게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투표장을 돌며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김병원 회장은 1심에서 당선 무효형(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았다가, 2심에서 벌금 90만원으로 감형 받았다. 공공단체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상 관련 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돼야 당선이 무효가 된다.

김 회장은 당선 무효를 간신히 면했지만, 최덕규 전 조합장은 벌금 2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벌금 100만원 미만' 판결이 나와야만 후보로 나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덕규 전 조합장은 이번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1990년 3월 가야농협 조합장을 시작으로 2017년 2월까지 7선 조합장을 지내다 퇴임했으며, 농협중앙회 이사 3선을 역임하고 물러났다.

현재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는 9명 정도다. △경기 여원구 현 양평 양서농협 조합장(현 농협중앙회이사) △이성희 전 성남 낙생농협 조합장(전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 △충남 이주선 현 아산 송악농협 조합장(현 농협중앙회이사, 5선) △충북 김병국 전 서충주농협 조합장 △전북 유남영 현 정읍농협 조합장(현 농협중앙회 금융지주이사) △전남 강성채 현 순천농협 조합장 △전남 문병완 현 보성농협 조합장 △경남 강호동 현 합천 율곡농협 조합장 △최덕규 전 합천 가야농협 조합장 등이다.

차기 농협중앙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이성희 전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도 지난 선거에서 잡음을 일으켰다.

이성희 전 감사위원장은 7년간 농협 재산과 업무 집행을 감사하는 감사위원장을 지냈다. 이성희 전 감사위원장이 선거에 출마할 당시 검찰은 각종 뇌물과 특혜 등을 주고 받은 혐의로 농협 전·현직 간부 25명을 적발해 10명을 구속하고 1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그 중에는 계열사 대표와 현 회장의 최측근이 포함돼 있었다. 때문에 농협 안팎에선 내부 감시를 맡은 이성희 전 감사위원장이 제 역할을 똑바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농협 관계자들은 회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도 결정되기 때문에 공정한 선거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농협중앙회장이 계열사 CEO 인사권을 쥐고 있어 직원들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이번만큼은 관행처럼 반복되는 부정선거 논란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됨에 따라 차기 농협중앙회장 선출을 위한 선거는 내년 1월 중하순 경 실시된다. 이르면 이달 말 공식출마 선언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에는 지역별로 후보 단일화가 이뤄져 후보군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후보자들은 12월 후보 등록 작업을 마치고 12월 말부터 선거 하루 전까지 공식적인 선거 운동에 들어가게 된다.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는 농협중앙회 회원조합 조합원으로 농협중앙회 정관에서 정하는 피선거권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

중앙회장은 일반 조합원을 대표하는 지역조합장 1142명 중 뽑힌 291명의 대의원과 중앙회장 등 총 292명의 투표로 선출된다.

농협중앙회는 농협법과 위탁선거법 규정에 따라 지난달 중앙회장 선거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했다. 선관위는 아직 농협중앙회장 선거 일정을 정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농협의 경우 워낙 문제가 심각한 탓에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이 매번 선거를 주시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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