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행시 출신 컨설던트에 '이마트 수술'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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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행시 출신 컨설던트에 '이마트 수술' 맡겼다
  • 이준영 기자
  • 승인 2019.10.22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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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석 이마트 대표 영입... 인맥경영으로 부진탈출 돌파구
정부 주요요직 가장 많이 포진... 잘나가는 와튼·행시 37기
50세로 마트 빅3 CEO중 가장 젊어... '좀 더 지켜봐야'
강희석 이마트 신임대표. 사진= 신세계그룹
강희석 이마트 신임대표. 사진=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최초로 외부 인사를 CEO로 영입해 업계 귀추가 쏠리고 있다. 신임 강희석 대표는 행정고시 37회로 미국 와튼스쿨(MBA)을 졸업하고 정부 중앙부처(농림부)와 글로벌 컨설팅기업에서 업력을 쌓은 인물이다. 행시 37기는 기획재정부, 산업자원부, 농림부, 공정거래위, 국세청 등 정부 경제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좌우하는 핵심 부처 실국장 및 총괄과장 보직을 사실상 장악한 소위 '잘나가는' 기수다. 강 신임 대표의 행시 동기들이 현 정부 경제부처의 중핵에 고르게 포진해 있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다. 국내 정치권과 재계, 금융계, 학계 전반에 걸쳐 거미줄처럼 정교한 네트워크를 형성한 와튼스쿨 출신 이력도 강 대표 프로필에서 눈여겨볼 부분이다.   

이를 놓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마트 부진 탈출을 위해 '인맥경영'으로 돌파구를 찾는 것이 아니냔 분석이 나온다.

◇이마트, 2분기 적자이어 3분기도 '우울'... 과감한 조직개편

이마트는 올해 2분기 적자에 이어 3분기도 30% 이상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등 부정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가는 급락해 52주 최저가를 갈아치웠고 신용등급 하락까지 겹쳤다. 기존 이갑수 대표가 2014년부터 6년간 이마트를 운영했지만 올해 첫 적자를 기록한만큼, 업계에서는 문책성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레 흘러나왔다. 

신세계그룹은 관행을 깨고 이마트에 대해 예년보다 빠른 이달 21일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의 특징은 실력있는 젊은 인재를 과감히 기용했다는 점이다. 또 창립이래 대표이사를 외부에서 영입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더불어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이마트는 상품 전문성 강화를 위해 기존 상품본부를 '그로서리 본부'와 '비식품 본부'로 이원화했다.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선식품담당 역시 신선1담당과 신선2담당으로 나눴다. 현장 영업력 극대화를 위해 고객서비스본부를 판매본부로 변경했고, 효율적 업무 추진을 위해 4개의 판매담당을 신설했다.

소싱사업 확장을 위해 해외소싱 담당 기능을 Traders본부와 통합하고,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개발물류담당을 신설, SSG닷컴은 플랫폼 조직 보강 및 전문성을 강화했다.

이마트부문을 제외한 신세계그룹의 백화점 및 전략실 정기인사는 예년과 같이 올해 12월 초 단행될 계획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대형마트 빅3 중 가장 젊고, 非유통인... 행시 37기 파워 통할까

강희석 대표 발탁 배경에 다양한 시선이 모인다. 먼저 강 대표는 기존 이갑수 대표보다 12살 어린 1969년생으로 만 50세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의 수장에 오른 것은 상당히 파격적 인사다. 경쟁사인 롯데마트 문영표 대표는 올해 57세, 홈플러스 임일순 대표는 올해 55세다. 국내 대형마트 빅3중 이마트 강희석 대표가 가장 젊다. 

또 유통기업인 출신이 아닌 것도 특이한 점이다. 롯데마트 문영표 대표는 1987년 롯데상사에 입사해 롯데상사 유통사업부문장, 롯데마트 판매1부문장, 롯데마트 중국과 동남아사업분부장을 거쳐 지난해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 역임후 올해 롯데마트 대표가 된 '유통맨'이다. 홈플러스 임일순 대표는 모토로라, 컴팩코리아를 거쳐 1998년 미국계 대형마트 코스트코에서 유통업에 첫 발을 들였다. 이후 바이더웨이와 호주 엑스고그룹, 2015년 홈플러스 경영지원부문장(부사장)을 거쳐 2017년 홈플러스 대표로 승진했다. 

반면 강 대표는 1993년 행정고시(37회)에 합격해 농림수산부 식량정책과와 농수산물 유통기획과를 거쳤다. 서기관 승진 후인 2005년, 글로벌 컨설팅기업 ''베인앤드컴퍼니'로 옮겼다. 타 유통기업 CEO들과 태생이 다른 인물이다.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상무로 승진, 유통·소비재·항공 부문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부문 성장전략, 채널전략, 비용 혁신성과 개선수립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강 대표가 행시 37기란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행사 37기 재경직은 역대 최대규모인 90명이 선발됐다. 이 가운데 약 50명이 공직을 떠났으나 아직도 40명 가까운 인원이 공직에 몸을 담고 있다. 기재부와 산자부, 농림부 등 주요 경제부처를 비롯해 국세청, 관세청 등 독립외청 실·국장중 상당수가 37기다. 국세청만해도 김명준 국세청 조사국장과 강민수 기획조정관, 김창기 감사관, 한재연 서울청 조사2국장, 임성빈 조사4국장, 정철우 국세청 전산정보관리관 등이 모두 행시 37기 재경직 출신이다. 

젊은 非유통기업인 출신을 대형마트 CEO로 임명한 이마트의 선택이 '신의 한수'가 될지 '자충수'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다만 공직생활을 거쳐 유통정책에 밝다는 것과 그가 몸 담았던 베인인드컴퍼니가 컨설팅 회사지만 인터넷분야에 강점을 지녔다는 점에서 향후 온라인 분야에 이마트가 더 힘을 낼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컨설팅업계 관계자는 "베인앤드컴퍼니가 글로벌 메이저 회사란 점에서 강 대표의 경영능력이 모자라진 않겠지만 유통기업을 실제 운영해본 경험이 없어 이마트 선택의 가부를 판단하긴 이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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