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북도, 석포제련소 운명 쥔 환경부에 당당한 목소리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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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경북도, 석포제련소 운명 쥔 환경부에 당당한 목소리 내라
  • 노봉호 부산경제산업연구원장
  • 승인 2019.10.1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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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봉호 부산경제산업연구원장, 마을재생 전문가
낙동강 녹조 주범은 공장제 농장서 나온 '농약·비료'
환경단체들, 사실 은폐키 위해 ‘생태 친화적 농업’ 강변
'낙동강 오염은 상류에 있는 석포제련소 때문' 주장은 이념 프레임
석포주민들 "정치 환경단체들 지역에서 물러가라" 시위도
노봉호 부산경제산업연구원장, 마을재생 전문가
노봉호 부산경제산업연구원장, 마을재생 전문가

필자는 대구 대경대에서 교수 생활을 한 적이 있다. 낙동강 때문에 온 시민들의 가슴이 멍울져 있는 대구와 경북은 ‘물이 생명’이라는 사실을 절절히 느끼고 있는 지자체들이다. 공교롭게도 물의 어려움과 함께 도시의 어려움도 가중돼, 요즘들어 대구·경북은 ‘근로자 평균 급여 최하위’라는 엄청난 현실에 직면해 있다. 물 오염에 큰 영향을 미친 구미 공단의 많은 업체들이 수도권이나 다른 지역으로 기반을 이전하고, 대구·경북 자체 인구도 줄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낙동강이 정말로 공업 시설들 때문에 심하게 얼룩져 있는지는 잘 따져 볼 일이다. 우선 안동댐, 임하댐을 비롯해 낙동강의 다양한 물 관련 시설 인근에는 어마어마한 하천부지가 있고, 여기서는 대규모 농업이 성행하고 있다. 경작 형태는 매우 다양해서 축종과 경종을 망라한다. 밭과 논을 일구는 과정에서 공장제 농업을 지향하며 농약과 비료를 대거 뿌리는 사람들이 있고(농지가 아니기에 ‘농민’이라는 표현은 생략한다), 약 20년간 ‘히트’를 쳤던 유기농을 고집하며 인분이나 돈분을 뿌리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비점오염원들은 매년 낙동강 녹조의 주범이 된다. 사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하수종말처리장이 물 관련 시설에 설치됐지만 중과부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느린 오염’들 때문에 대구·경북의 물 건강은 만성병을 앓고 있고, 지역도 조금씩 생기를 잃고 있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온다. 위대한 문명은 물 주변에서 나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대구, 경북지역 환경단체들은 이 사실을 교묘하게 은폐하거나 오히려 ‘생태 친화적 농업’이라며 강변해 왔다. 2010년 이후부터 정부의 하천부지 경작 금지 조치가 잇따르자 환경단체들은 “농민들이 희생되고 있다”며 전농이나 카톨릭농민회 등의 단체들과 연대투쟁을 하려는 시도를 했다. 그런데 정작 공식 농지로 등록된 지역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들은 하천부지 농민들에게 별로 감정이 좋지 않다. 그들이 대량 출하하는 농산물 때문에 자신들이 제값을 받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러한 복잡한 진실에도 불구하고 “낙동강 오염의 근원은 상류에 있는 봉화군 석포제련소 떄문”이라고 이념적인 프레임을 걸어 왔다. 그 역사가 거의 10년이 다 되어 간다. 똑 같은 말을 자꾸 반복해서 주입시키는 환경 단체들의 여론전 덕분에 꽤 양식있는 지식인들도 이 프레임을 받아들이곤 한다. 기가 찰 노릇이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자는 논리가 성행한다. 지난 10월 2일 봉화군 읍내에서는 영풍 석포제련소 철폐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구성원 100여명(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500명이지만 당일 우천 관계로 많은 인사가 참여하지 못했다고 한다)이 집회를 열며 “석포제련소에 대한 엄단이 필요하다”고 외쳤다. 이들은 지난 5월 환경부 기동단속반으로부터 120일 조업정지 처분을 받은 영풍 제련소를 문닫으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영풍 석포제련소가 1300만 영남인의 식수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주장은 이들의 고정 레퍼토리다.

반면에 진짜 경상북도 주민들의 목소리는 다르다. 환경단체의 시위 당일 날 반대편에서는 영풍 석포제련소에 대한 과도한 행정조치를 반대하는 석포면 주민들 700명의 ‘맞불집회’가 있었다. 이들의 목소리는 일관되다. “외부인들이 석포의 운명을 좌우하지 말라” “정치적 환경 단체가 제조업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시급한 대구시와 경상북도의 여론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지난 14일 TBC 보도에 따르면 “경상북도는 영풍 석포제련소의 법 위반 여부는 행정소송으로 판단해야 하며 행정처분은 1차 처분 사항(20일 조업정지)의 법원 판결이 확정되지 않아 감경이 필요하다”고 환경부에 공식 의견을 냈다고 한다. 속사정을 들어보면 대구지방환경청도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한계점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옹벽조로 폐수 저장조 세척수를 잠깐 담아 둔 것이 폐수 배출이나 동일하다”는 환경부의 애초 행정조치는 과도한 프레임이라는 것이다. 내용으로 보면 경상북도는 시민단체의 입장에 휘둘리는 환경부와는 다른 길을 가려는 것임에 분명하다.

앞으로도 이런 당당한 목소리가 지자체 차원에서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환경 못지 않게 주민들의 삶과 경제적 사정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더 강화되길 바란다.

노봉호 부산경제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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