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코웨이 품었다... 노림수는 '동남아 계정 200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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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 코웨이 품었다... 노림수는 '동남아 계정 200만개'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9.10.1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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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 카우 목적 외 게임 부문 해외시장 확대 ‘이중 포석’ 
넷마블, 동남아지역 매출 비중 13% 안팎... 확대 필요성 있어 
코웨이, 말레이시아 140만개 등 200만개 이상 계정 확보 
코웨이 네트워크, 게임-가전-엔터테인먼트 융복합 플랫폼 기대
넷마블은 올해 8월 27일,‘BTS월드’ 출시를 기념해 OST 앨범이 포함된 한정판 캐릭터 상품을 예약 판매했다. 사진=넷마블.
넷마블은 올해 8월 27일, ‘BTS월드’ 출시를 기념해 OST 앨범이 포함된 한정판 캐릭터 상품을 예약 판매한다고 밝혔다. 사진=넷마블.

렌털 업계 부동의 1위 웅진코웨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넷마블이 선정되면서, 약 200만개에 이르는 코웨이 동남아시아 지역 계정이 넷마블의 해외 진출을 확대하는 새로운 기반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웅진그룹은 14일 오후 이같은 방침을 결정하고 그 내용을 이사회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웅진그룹이 코웨이를 매물로 시장에 다시 내놓으면서 책정한 몸값과 넷마불이 제시한 인수가격의 차이가 크지 않아 이변이 없는 한 코웨이의 새 주인은 넷마블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넷마블은 이달 10일 오후 본입찰 마감 직전 코웨이 인수 의사를 밝히면서 매각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에 신청서를 접수했다. 복수의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넷마블이 써낸 인수가는 1조8000억원대 초중반으로 추정된다.

앞서 웅진그룹은 코웨이 매각금액으로 1조9000억원대를 희망했다. 금액에 대한 조율이 마무리되면 넷마블은 웅진씽크빅이 보유한 코웨이 지분 25.08%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코웨이 인수절차는 늦어도 올해 안에 끝날 전망이다.

국내 소비자가전 렌탈 업계 1위 코웨이의 새 주인으로 넷마블이 확실시되면서, 인수 배경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리니지2:레볼루션, 세븐나이츠로 널리 알려진 넷마블은 모바일 RPG(역할수행 게임) 분야에 강점을 지닌 국내 대표 게임기업이다.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은 물론 최근에는 자사 게임 콘텐츠를 활용한 캐릭터 상품 판매까지 사업범위를 넓히고 있다.

경쟁사인 넥슨 인수에 나서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소속된 빅히트메지니먼트에 2000억원이 넘는 목돈을 투자하기도 했다.

넷마블은 이를 계기로 ‘BTS월드’라는 모바일 게임을 출시, 남다른 창의성을 보여줬다. 이용자가 방탄소년단 매니저 역할을 하는 새로운 유형의 이 게임은, 출시와 동시에 전 세계 BTS팬들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회사는 방탄소년단 멤버가 직접 부른 게임 OST 앨범도 제작·판매했다.

넷마블이 연예기획사 투자에 이어 코웨이 인수전에 나선 것은 이종(異種) 사업 부문의 확대를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풀이할 수 있다.

넷마블은 모바일 게임에 특화된 경쟁력과 노하우를 갖고 있으나 최근 성장이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회사 측은 ‘게임산업의 한계 내지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코웨이 인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을 강하게 부인했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14일 오후 열린 컨퍼런스콜을 통해 “코웨이 인수는 게임산업의 한계나 불확실성 때문이 아니라 자체적 사업다각화를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대표는 코웨이 인수 목적이 신성장 동력 확보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번에 굉장히 좋은 사업기회가 있어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구독경제 시장에 진입한다고 봐 달라”며 “넷마블은 최근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큰 투자를 했다”고 부연했다.

◆해외 비중 높은 넷마블, 동남아 지역 점유율 높여야

넷마블이 코웨이 인수 목적을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이라고 밝히면서, 인수 목적이 ‘캐시 카우’ 확보에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그러나 시각을 게임과 렌털 산업의 시너지 쪽으로 돌리면 조금 다른 그림이 나온다.

넷마블 게임 사업 매출의 75% 이상은 해외 부문에서 나온다. 해외 지역 가운데서도 북미와 유럽은 넷마블의 실적을 좌우하는 양대 시장이다. 회사의 게임 부문 지역별 매출 규모는 북미>유럽>국내>동남아시아 순이다.

눈여겨볼 부분은 동남아시아 지역이다. 넷마블은 2000년대 중반부터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회사의 게임 사업 매출 중 동남아시아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13% 정도이다. 수치 그 이상의 존재감도 보여주고 있다. 회사가 지난해 2월 출시한 ‘리니지2:레볼루션’은 인도네이사에서만 사전 예약 10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반면 모바일과 RPG에 특화된 게임 포트폴리오 특성상 한계가 뚜렷하다는 단점도 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대만 등 동남아시아는 ‘게임 한류’의 본산과 같은 곳이다. 이 지역에서 낳고 자란 30~40대 중산층은 어린 시절을 한국산 PC게임과 함께 보낸 추억이 있다. 다만 현재는 사정이 달라졌다.

한국 게임업계가 RPG에 몰두한 사이 이 지역은 중국 게임사들이 내놓은 FPS(1인칭 슈팅 게임), AOS(전략 액션 게임)의 차지가 됐다. 대응이 늦었던 한국 게임사들은 북미와 유럽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모바일 RPG 신작게임을 앞세워 고토(故土) 회복에 나섰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다. 전체 매출 중 동남아시아 지역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동남아시아는 해외 실적에 크게 의존하는 넷마블에게 놓쳐서는 안 될 시장이다. 이 지역에서 옛 명성을 되찾고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면, 한국산 게임에 등을 돌린 현지인의 마음을 되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서 넷마블과 코웨이의 접점이 드러난다.

◆코웨이 동남아 계정 급증... 게임 시장 확대 위한 플랫폼으로 매력적

‘IPA2019’에 참가한 코웨이 전시 부스. 사진=코웨이.
‘IPA2019’에 참가한 코웨이 전시 부스. 사진=코웨이.

업계에서 추산하는 코웨이 관리 계정은 국내 500만개, 해외 200만개 정도이다. 
코웨이는 국내 정수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현실에서도 꾸준히 계정을 늘리며 몸집을 키웠다. 국내 계정보다 매력적인 것은 해외 계정의 존재다. 

코웨이 해외 계정 대부분은 동남아시장 개척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 계정은 현재 기준 140만개에 달한다. 코웨이는 말레이시아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진출을 추진 중이다.

코웨이의 동남아 지역 계정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은, 코디와 헬스플래너(전문 판매원) 중심인 코웨이 특유의 온·오프라인 네트워크가 시장에 안착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동남아시아 시장 확대를 원하는 넷마블에게 있어 코웨이의 계정 네트워크는 매우 효율적인 플랫폼이다. 넷마블이 축적한 상품 개발 노하우를 접목한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BTS월드’의 성공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창의성을 발휘한다면, 게임-영상·음악 콘텐츠-생활가전-캐릭터 상품을 연계한 ‘한류 시즌2’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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