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운운하며 보험금 덜 주는 DB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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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운운하며 보험금 덜 주는 DB손보
  • 배소라 기자
  • 승인 2019.10.1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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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1,800만원... 160만원 미리 떼고 1,640만원 지급
"국민 의료비부담 덜기 위해 도입된 ‘본인부담상한제’ 악용" 지적
건강보험공단 "사익 앞세운 보험사들... 상식과 맞지 않아"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 DB손해보험 가입자 박명준 씨(가명·60세)는 장기입원 치료 후 보험금 1,800만 원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로부터 1,640만 원만 지급받았다. 160만 원을 덜 받은 것이다. 

박 씨가 보험금이 과소 지급된 이유를 묻자 DB손보 측은 “건강보험공단에 전화해 건강보험료납부확인서를 발급받아 팩스로 넣어줘야 나머지 보험금을 줄 수 있다”고 답했다. 본인부담상한제에 따른 환급을 확인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곤란한 현 상황을 설명해도 DB 손보 측이 물러서지 않자 박 씨는 전화를 끊으며 “당장 돈이 필요한데 민간보험사가 임의로 보험금을 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약관에도 없는 감액 지급을 보고 있자니 국민을 돕겠다는 국가 정책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라고 토로했다.

일부 보험사들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된 ‘본인부담상한제’를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본인부담상한제란 건강보험 가입자가 1년 동안 낸 의료비 중 본인 부담 총액이 개인별 상한액을 초과하면 그 금액을 건강보험 재정에서 되돌려주는 제도다. 1년 간 지불한 의료비 총액의 일정 금액까지만 환자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국가가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원 규모는 소득분위에 따라 2018년 기준으로 1분위는 80만 원부터 10분위 523만 원으로 나뉜다. 이 금액을 진료 기관에 따라 사전급여, 사후환급 등의 방식으로 건강보험공단이 환급해준다.

예를 들어 A씨의 본인 부담 상한액이 200만 원일 경우, A씨가 병원에 입원해 급여 부분에서 500만 원의 의료비가 발생했다면, A씨는 가입해 둔 실손의료비를 통해 500만 원에 대한 보상청구를 진행한다.

여기서 보험사는 200만 원 중 자기부담금을 제외한 180만 원(90%)을 보상하게 된다. 상한액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 300만 원은 국가가 부담한다.

문제는 특정 보험사들이 스스로 책임져야 할 국가 지원금 관리를 소비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계약대로 보험사를 통해 보상금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특정 보험사는 정부 정책을 빌미로 본인부담금 상한 초과 금액을 미리 깎아 지급한다. 이 경우 소비자들은 당연히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 2008년 본인부담상한제가 도입된 이후 보험사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추후 돌려줄 상한 초과액의 일부를 보험금에서 미리 깎고 지급해 분쟁이 잇따랐다.

실손보험은 사적 영역으로 본인부담상한제 혜택 여부와 관계없이 보험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보험사들은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자기 주장만 앞세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에도 논란이 된 DB손보의 경우 2009년 10월 약관에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 중 본인 부담금을 국민건강보험 관련 법령에 의해 국민건강 보험공단으로부터 사전 또는 사후 환급이 가능한 금액(본인부담금 상한제)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넣었다.

2009년 이전 가입자의 경우 약관에 이러한 내용이 없어 분쟁의 소지가 크다. 이와 관련해 DB손보 측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환급을 받는다면 요양급여의 본인부담금이 줄어들게 되므로 요양급여 중 본인부담금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약관 취지에 비춰 환급금 부분은 보험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타당하다'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결정(제2010-69호)을 따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취재진이 입수한 건강보험공단 내부 지침 문건
사진=취재진이 입수한 건강보험공단 내부 지침 문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사익을 우선시하는 보험사들의 꼼수를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일부 보험사들이 지속적으로 소비자를 우롱하자 공단은 민원대응 지침까지 정하고 내부 공문을 띄우도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민간보험사에서 고객을 공단에 보내 상한액 초과금 서류를 발급받아 오라고 한다"며 "공단에서는 수신자 권리가 침해될 수 있기 때문에 수신자 본인이 자료를 요청하더라도 발급해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상한액 초과금이 얼마나 나갈지는 다음해 8월에 결정되기 때문에 공단 직원들도 모르는데, 보험사에서 추후 지급될 상한액을 제외하고 보험금을 지급하는 건 일반적인 상식선에서도 맞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러한 내부 방침과 달리 실제로는 수신자 본인이 요청하면 건강보험료납부확인서를 보험사 팩스로 보내주고 있다. 박 씨는 "건강보험료납부확인서를 제출해야 보험금을 빨리 지급할 수 있다는 말에 보험사가 시키는대로 공단에 자료를 요청했다"며 "공단 직원은 본인 확인 후 보험사 팩스로 건강보험료납부확인서를 보내줬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보험료납부확인서를 보험사에 제출하면 안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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