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센, 국감서 질타 받은 다음 날 또 하청업체 추락사
상태바
티센, 국감서 질타 받은 다음 날 또 하청업체 추락사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9.10.15 12: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일 평택 현장서 티센 하청업체 추락사
'죽음의 외주화' 11일 국감 지적 다음 날 사고
한정애 의원 “티센 무늬만 공동수급, 실제로는 하도급 계약”
(왼쪽)사고발생 건설현장 전경, (오른쪽)엘리베이터 승강로 내부 비계지지대 붕괴 부분. 사진=한정애 의원실
(왼쪽)사고발생 건설현장 전경, (오른쪽)엘리베이터 승강로 내부 비계지지대 붕괴 부분. 사진=한정애 의원실

올해에만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이하 티센)에서 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로써 최근 18개월 사이 티센 현장에서 죽은 하청업체 근로자 수는 5명으로 늘었다.

특히, 이번 사망사고는 티센 박양춘 사장이 국정감사에 나와 하청업체 사망사고로 질타를 받은 다음 날 발생한 사고였다. 티센이 하청업체 사망사고로 국민적 질타를 받고도 안전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14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중대재해 동향보고’에 따르면 12일 8시경 경기 평택시의 한 건물 신규 엘리베이터 설치 현장에서 R승강기 소속 근로자 엄 모 씨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엄 씨는 신규 엘리베이터 설치를 위해 엘리베이터 승강로 내부 4층 부분(높이 12m)에서 작업발판용 비계를 설치하던 중 비계지지 부위가 무너지면서 1층 바닥으로 추락했다. 엄 씨는 사고 후 병원으로 이송치료를 받았지만 10시 30분경 사망했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원인으로 ‘비계 작업발판 설치불량’과 ‘근로자 추락방지 안전 조치 미실시’를 지목하고 있다.

이번 평택 추락사는 그동안 티센이 지적을 받아온 ‘위험의 외주화’와 똑같은 유형의 사고다.

계약과정을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건물주인은 S건설에 건물 리모델링을 맡겼고, S건설은 엘리베이터 설치공사를 티센과 W엘리베이터가 맺은 컨소시엄에 맡겼다. 그런데 컨소시엄은 공사물량이 많아 기간 내 공사를 완료할 수 없다는 이유로 S엘리베이터에 공사를 맡겼고, 공사 전 R승강기라는 업체가 작업발판용 비계를 설치키로 했다. R승강기는 엄 씨가 소속된 곳으로 티센과 연간 단기 계약을 맺고 승강기 설치 전 단계를 시공하는 업체였다.

엄 씨의 이번 죽음으로 18개월 동안 티센에서 죽은 하청업체 근로자 수는 5명으로 늘었다.

2018년 3월 남양주에서 무빙워크를 점검하던 20대 이 모 씨, 2018년 10월 부산에서 근무하던 50대 김 모 씨. 2019년 3월 부산에서 승강기 교체 작업에 투입된 30대 근로자 2명, 그리고 12일 엄 모 씨까지 총 5명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하청노동자였다는 것이다.

현재 티센은 글로벌 승강기 제조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는 독일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한정애 의원에 따르면 티센은 지난해에만 배당금으로 독일 본사에 450억원을 지급했다. 2018년 티센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7398억7200만원과 648억2800만원으로 2011년과 비교해 각각 147%, 1178% 증가했다.

12일 티센 하청업체의 사고가 있기 전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선 한정애 의원이 티센의 ‘편법 하도급’ 구조를 질타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티센 등은 협력사와 공동 수급체라는 방식으로 계약을 맺는다. 제품 생산은 대형 업체가, 설치와 유지보수는 중소 협력사가 맡는 구조다.

티센코리아 박양춘 사장. 사진=시장경제DB
티센코리아 박양춘 사장. 사진=시장경제DB

그런데 건설법상 승강기 설치는 하도급이 허용되지 않는다. 대기업과 중소 하청업체 간 불공정거래와 불법 파견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티센은 겉으로는 공동 수급체라고 밝히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수주 공사비의 60~70%를 협력사에 주는 하도급 계약을 하고 있다는 게 한 의원의 설명이다.

한 의원은 “회사는 국감 전 답변서를 통해 각 협력사는 티센과 동일한 협상력을 갖는다고 알렸지만, 계약서상 발주자와의 계약 주체는 티센 뿐”이라며 “사실상 티센은 발주를 받는 원청이고, 이후 중소업체에 하도급식으로 업무를 나눠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016년 서울지방법원은 공동수급이 명목상 계약이며, 실질적으론 하도급이라는 판결을 내렸다”면서 “계약 주체인 각 지역 티센 지부는 인근 업체의 인감도장을 모두 갖고 있으면서 계약을 임의로 진행한다. 협력사는 각 계약이 어떻게, 얼마에 이뤄졌는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티센에 협력업체와 상생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12일 국감서 김 위원장은 증인으로 나온 티센 박양춘 사장에게 “다국적 기업이 협력업체들은 ‘거지’처럼 살게 하면서 영업이익을 잔뜩 내서 독일 본사에 갖다 주면 되나”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티센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들을 순 없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