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수첩]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창꾸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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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수첩]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창꾸라지’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7.03.2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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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가족의 창업 사기극이 논란이 됐다.

매도인은 사기를 치기 위해 창업컨설턴트와 짰고, 시아버지와 남편까지 동원해 점포의 매출 자료를 조작했다가 적발됐다.

재판부는 매도인의 창업 사기가 인정된다며 매수인에게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창업 사기를 주도하고 계획한 인물은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빠져나갔다.

그 사람은 바로 창업컨설턴트 석 모 씨다.

석 모 씨는 1억6,000만 원의 권리금 계약 중 절반인 무려 8,000만 원을 컨설팅비로 가져갔다.

창업업계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컨설팅이라해도 50%를 컨설팅 비용으로 가져가는 경우는 사기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가져갔다. 그리고 이 창업 사기극에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판사에게 ‘무책임하지 않느냐’는 흔한 혼남도 없었다.

어떻게 된 것일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현실적으로 가능했던 이유는 계약서에 ‘창업 컨설턴트는 당사자간의 분쟁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매도인이 제출한 자료가 사실이 아님이 밝혀지더라도 컨설턴트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식의 달랑 한줄 때문에 가능했다.

컨설턴트들은 매출 3000만 원 매출 보장, 순수익 500만 원이라는 휘황찬란한 장밋빛 분석을 예비창업자에게 내놓으면서 ‘나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식으로 넘어간다.

권리금 액수, 성공 보수 내용을 들키지 않도록 매수인과 매도인을 못 만나게 하는 치밀함도 보인다. 변호사들도 요즘 창업컨설턴트들은 워낙 지능적으로 바뀌어 상대하기가 까다롭다고 한다.

창업컨설턴트들이 이렇게 활개를 칠 수 있는 이유는 ‘권리금’ 때문이다. 권리금을 산정하는 기준이 없으므로 예비창업자 입장에서는 그들이 말하는 권리금이 마치 정답으로 느껴진다.

그렇다고 정부에서 추상의 가치인 ‘권리’를 실물 가치 즉, 돈으로 환산하는 계산법을 제도로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모든 창업컨설턴트들의 계약 방식이 나쁘다고는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석 씨 같은 한 사람의 그릇된 행동이 창업업계를 진흙탕으로 만들어 놓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창업컨설턴트의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 △인수하고 싶은 매장의 포스(POS) 매출 △권리금 파악 △계약서 내에 ‘책임 유무’ 조항 등을 꼼꼼히 숙지할 것을 조언한다.

결국, 예비창업자들은 창업컨설턴트들이 아무리 좋은 자료를 내놓더라도 이를 의심의 눈초리로 재확인하는 것이 자신의 재산을 지키는 지름길이라는 것으로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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