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없는 시대가 다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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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 없는 시대가 다가 온다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7.03.25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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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폐부터 가상화폐까지 경제 생태계 변화

현 화폐 제도 불신으로 탄생

화폐 보다 ‘투자’ 개념 강해

지역화폐, 비트코인,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돈을 쓰는 방법이 달라졌다.

기존 화폐 제도를 비웃기라도 하듯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동전 없는 사회’ 캠페인을 벌이는 이유와 지갑의 디자인이 점점 얇아지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최종혁 씨(35, 회사원)는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항상 더치페이를 한다. 과거에는 신용카드 때문에 더치페이를 불편해 했지만 요즘은 네이버, 카카오톡, 토스 등의 앱을 통해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다.

주지혜 씨(38, 바리스타)는 최근 부모님의 생신 선물을 사기 위해 비트코인으로 30만 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을 구입했다. 시세 차익을 통해 최대 15% 정도 저렴하게 구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 씨는 “요즘은 최소한의 현금만 갖고 있기 때문에 큰 지갑이 필요 없어요. 현금이 많으면 오히려 지갑만 뚱뚱해져서 보기 흉해요”라고 말했다.

최종혁 씨와 주지혜 씨처럼 기존 화폐 대신 가상화폐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과거 싸이월드 ‘도토리’, 네이버 ‘캐쉬’, 카카오 ‘초코’ 등의 가상화폐가 있었지만 실물 경제의 화폐로 사용된 건 최근 일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상화폐가 실물 경제의 화폐로 사용된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다만 현재 화폐시스템에 대한 반발기류가 겹치면서 등장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화폐를 찍어내는 양에 따라 발생되는 인플레이션 같은 현상으로 서민들이 피해를 입으면서 통화가치에 대한 불신은 커지고 있다.

가상화폐가 주목받는 이유도 같은 이유다.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더 버는 구조 때문에 돈이 수도권에 집중되고, 지방은 더 가난해지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재명 성남시장은 대선 공약으로 무려 43조 원을 지역 화폐로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가상화폐의 가장 특징은 중앙 권력 즉 국가의 개입이 없고, 얼마만큼 돈을 찍어낼 것인지 알고 있다는 점이다.

출발 자체가 기존의 화폐 체계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면서 이상적인 화폐를 구현하려는 동기였기 때문이다. 창안자인 나카모토 사토시는 인터넷 글을 통해 “국가 화폐의 역사는 (화폐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저버리는 사례로 충만하다”고 비판했다.

가상화폐들이 현재 화폐의 대안 화폐로 정착하기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점들이 많다.

해킹, 테러단체 악용 등의 문제다.

문제가 있지만 세계 국가들이 가상화폐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독일은 세계 최초로 디지털통화의 법적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거나 비트코인을 사적거래에서 이용 가능한 법정 민영화폐로 인정했다.

미국은 비트코인을 화폐가 아닌 주식이나 현물 거래와 같은 자산의 일종으로 보고 소득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핀테크(Fintech·전자결제) 육성이란 측면에서 오는 2018년까지 디지털통화를 제도화 한다는 방침이지만 아직까지도 화폐 보다 투자로 보는 성격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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