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2신도시 '100% 후분양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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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2신도시 '100% 후분양제' 추진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9.10.1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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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시공사 "하자 너무 많아 후분양제 도입"
LG연구원 "후분양 확대 시 건설사 대대적 구조조정 돌입"

경기도가 동탄신도시 일부 지역을 100% 후분양제로 짓기로 했다.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대부분은 선분양제다.

건설사들이 규제를 피해 종종 후분양제를 추진하곤 있지만 이번처럼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지난해 9월 의정부고산지구 1331가구 후분양 시범단지 도입 이후 처음이다.

경기도가 후분양제를 도입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하자’ 때문이다. 아파트 하자는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논란이 돼 왔다. 아파트가 대규모로 개발되는 동탄신도시의 ‘하자’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동탄은 후분양제 도입 여론을 촉발시킨 지역이기도 하다.

특히, 후분양제는 국내 건설산업을 재편시킬 막강한 제도 변화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건설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4일 경기도시공사는 경기도의회에 ‘화성동탄2 A94블록 후분양 100퍼센트 주택건설사업 신규투자사업 추진동의안’(이하 추진안)을 상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LH
사진=LH

후분양제란 주택 건설을 완료한 후 분양하는 제도다. 국내에선 부영그룹 등에서 적극적으로 사용 중이고,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선분양을 채택하고 있다. 후분양제는 소비자 입장에서 수년 후 완공될 아파트의 조감도만 보고 집을 선택해야 했던 선분양제와 달리, 주택 건설 상황을 직접 확인한 후 분양받을 수 있다. 또 계약 후 단기간에 입주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은행이자 부담이 줄어든다. 반대로 건설사는 공사비를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해 자금부담이 커진다.

이번 추진안에 따르면 100% 후분양제로 개발하는 동탄2신도시 A94블록의 크기는 대지면적 8만2781㎡, 연면적 18만9175㎡이다. 총 1227가구(지하 2층, 지상 25층) 규모의 후분양 주택사업을 추진한다. 사업비용은 총 5080억원(건설비 2945억원, 용지비 1693억원, 기타 442억원)이며, 이 지역에서 건설되는 아파트는 내년에 착공해 2022년 말쯤 완공될 예정이다.

공사는 동탄2신도시 A94블록을 시작으로 2024년까지 전체 공급물량 1만453가구의 66%인 6681가구를 후분양제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연차별로 보면 2021년 동탄2 A76-2블록(1524가구), 광명주거단지 S3블록(371가구)·S4블록(301가구)·S5블록(222가구), 2022년 안양관양고 1블록(485가구), 안양인덕원 1블록(282가구), 고양 S5블록(1900가구) 등이다.

공사는 이미 올해 3월 공공분양주택 후분양제 도입 자문회의를 개최하고, 2020년부터 다양한 유형의 후분양제를 추진키로 결정했다. 

공사 관계자는 “국가 및 道 주요정책과제인 아파트 후분양제(100%)의 선도적인 도입으로 소비자 선택권 향상, 투기수요 감소, 부실시공 위험성 저하 및 품질향상 등 주택시장의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선분양 대비 고품질의 분양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함으로써 무주택·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도 도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후분양제가 확대되면 건설산업의 대대적인 재편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연구원이 과거 발표한 '주택 후분양 방식의 파급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 판매 방식이 후분양제로 전환되면 주택사업의 리스크가 커지면서 주택공급업체들의 구조조정이 활발하게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금동원 능력과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갖추지 못하거나 차별화된 상품 개발로 수요자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시장 경쟁원리에 의해 도태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성식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자금조달 능력이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재무구조가 건실하고 주택시장에서 브랜드를 구축한 일부 대형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반면 재무구조와 브랜드 파워가 취약한 업체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으로 자금조달여건이 개선되면서 차별화된 상품개발 능력과 시장분석 능력이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후분양이 보편화되면 현재 시공기능에 그치고 있는 주택건설업체들의 시장 주도력이나 협상력이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펀드 메니저, 예를 들면 은행, 부동산투자회사, 각종 기금, 보험회사 등 시행사 역할을 하게 될 자금공급자의 주도력이 강화되면서 건설업체들은 단순 시공사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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