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 ‘누리’, ‘뜰’ 대한민국의 화폐가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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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 ‘누리’, ‘뜰’ 대한민국의 화폐가 바뀌고 있다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7.03.24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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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지방의 지자체들이 경제 살리기 일환으로 ‘지역 화폐’ 도입을 활성화 하고 있다. 사진은 지자체들이 발행하고 있는 지역화폐. (왼쪽부터) 강원도 홍성의 ‘뜰’, 성남시의 ‘성남누리’, 전주시의 ‘온’, 서울시 은평구 ‘문’. 사진=시장경제신문

‘가난해지는 지방’ 지역화폐로 해결

지역서 돌고 돌아 주민 지갑으로

이재명 “43조 원 지역화폐로 발행” 공약

‘지역 화폐’가 국민들에게 관심과 지지를 얻고 있다.

재화 즉, ‘돈’이 중앙으로 몰리고 지역은 텅텅 비어가는 피해를 국민들이 느꼈고, ‘원’, ‘달러’ 같은 기존의 화폐로는 경제발전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5년도의 지역 자금 역외유출 규모는 5조5,000억 원이다. 2014년 보다 1조6,000억 원 증가했다.

외지 건설사, 은행, 대형유통업체, 기업형 슈퍼마켓(SSM), 온라인 쇼핑 등이 지역 자금 역외유출 주요 경로다. 이중 강원도의 타 지역 구매 상품 및 서비스 등 지출액은 12조9,000억 원(2015년 기준)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2015년 지역내총생산(GRDP)이 39조5,777억 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32.6%로 매우 심각한 상태다.

대선주자들이 ‘지역 화폐’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속속 발표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역 화폐를 사용하면 지방에서 쓴 돈은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

지역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지역 화폐’를 쓰면 지역 내에서 돈이 돌고, 지역 경제는 살아나 주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중앙집권화 된 ‘편식 경제’, ‘편식 사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역화폐는 ‘나와 이웃만 쓸 수 있는 돈을 만들자’는 연결고리에서 출발했다.

캐나다 코목스 밸리 마을의 실업률은 18%까지 올랐던 적이 있다. 1983년의 일이다. 실업자들은 현금이 없으니 살 수가 없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던 주민 마이클 린턴은 ‘녹색달러’라는 지역화폐를 만들어 노동과 물품을 교환하게 만들었다. 코목스 밸리 마을 주민만 마을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화폐였다. 필요 없는 돈이 지역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자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실업률 증가에 따른 경제적‧사회적 문제는 사라졌고, 주민들의 삶의 질은 윤택해졌다.

이것이 지역화폐의 효시다.

우리나라도 화폐, 상품권 등 다양한 형태의 ‘지역화폐’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강원도와 성남시가 ‘지역화폐’ 정책으로 이득을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 2014년2월에 열렸던 강원도 화천 겨울산천어축제는 우리나라의 ‘지역화폐’ 제도 추진에 불을 지핀 행정이었다.

당시 산천어축제에는 140만 명이 몰렸다. 낚시터 입장료로 1만2,000원을 받으면 같은 액수의 지역화폐를 교환해 줬다. 이렇게 발급된 상품권은 모두 15억 원이었고, 95%가 그 지역 내에서 쓰였다. 세금 빼곤 온전히 그 지역서 다 사용된 것이다.

재미를 본 강원도는 올해 지역화폐를 기존 화폐처럼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법을 추진 중이다.

성남 금호시장의 부활도 지역화폐 도입의 성공사례로 유명하다.

금호시장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상당수가 텅텅 비어있었다. 나머지는 겨우 현상 유지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나서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점포가 살아난 상태다.

성남시는 또 지난해 생활임금(시급 7,000원)을 도입, 최저임금(시급 6,030원)과의 차액과 청년배당을 지역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으로 지급했다. 수 십 억 원 어치의 돈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고스란히 성남시에서 사용됐다.

분당구 금호시장에서 청과판매업을 하고 있는 박진식 씨는 “작년 추석에는 성남사랑상품권 매출이 20만원 정도 됐는데 올해 설 매출은 300만원으로 늘었다”며 “성남사랑상품권을 사용하기 위해 일부러 시장을 찾는 시민이 많아지면서 금호시장의 식품매장과 음식점 매출이 20%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이런 효과를 본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9일 소상공인들을 만나 “기본소득 43조 원을 헬리콥터 머니(지역화폐)로 발행해 지역상권을 살리겠다”고 공약을 발표했다.

이 밖에도 광주의 광주리, 대전 한발레츠 ‘두루’, 과천 품앗이 ‘아리’, 지역품앗이 광명그루 ‘그루’, 구미 사랑고리 은행 ‘고리’, 대구 지역화폐 늘품 ‘늘품’, 의정부 레츠 ‘누리’, 서초 품앗이 ‘품’, 사람과 마을 ‘누리’, 성남문화통화 ‘넘실’, 부산 사하품앗이 ‘송이’, 수원 구름위의 도서관 ‘별’, 강원도 홍성 ‘뜰’, 성남시 ‘성남누리’ 등 다양하다.

서울연구원 이창우 연구위원은 “지역화폐의 인기가 난로 커지고 있지만 정부의 장기발전 전략은 미비한 상황”이라며 “지금보다 지자체 마을주민들과의 공감대 확산이 더욱 필요하고, 나아가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중소기업과 지역화폐를 연계시키는 등 운영 전문가도 양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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