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경영진 'DLF 책임론' 확산... 금융위 "숙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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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경영진 'DLF 책임론' 확산... 금융위 "숙고 중"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10.0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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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ELS 구입 위해 은행 가면 설명 부족한 경우 많다"
은행 고위험상품 판매 제한 가능성... 당국, 제도개선 착수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이기륭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이기륭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고위험상품 판매에 대한 책임론을 언급하며 은행권에 경고장을 날렸다.

금융감독원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한 중간 검사 결과를 발표한지 하루 만이다.

은성수 위원장은 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자본시장연구원 개원 22주년 기념 콘퍼런스에서 DLF 사태에 대한 은행의 책임과 판매 제한 문제에 대해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 정도까지 냉정히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말 속에 뼈가 있었다. 은성수 위원장은 "사태의 본질은 모든 이가 1.5%의 정기예금에 만족하지 못해 4% 보장 상품 소식을 듣고 투자했을 때 수익률을 보장한다고 설명했는지, 사실상 문제가 없다고 했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을 사러 은행에 가보면 개인정보 보호법 탓에 많은 사인을 요구하는데 정작 설명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련 상품을 은행이 파는 것과 팔지 않는 것 중 어느 방법이 최선인지 소비자 입장에서 숙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 경영진에 대한 문책에 관해선 "아직은 책임을 물을지 정도는 답하기 어렵지만 금감원이 조사를 했으니 면밀하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국정감사 탓에 최대한 말을 아끼는 듯 했지만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금융당국이 제2의 DLF 사태를 막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기로 하면서 은행권에선 유례 없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은성수 위원장이 언급한대로 DLF 뿐만 아니라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고위험상품에 대해 일정 부분 판매 제한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은 조만간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민관(民官)이 함께 협의체를 꾸리고, 은행의 고위험상품 판매 문제를 원점부터 재검토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은행의 고위험상품 판매를 원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만약 이러한 목소리를 당국이 수용할 경우 은행권 수익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돼 향후 논의 과정에 금융권이 촉각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DLF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 취급 입지도 급격히 축소되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30일 기준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 잔고는 28조5,851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5,800억원 규모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증권사와 보험사의 판매 잔고는 증가했다. 유독 은행들의 판매만 줄어든 것이다.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잔고가 한달만에 5,000억원 이상 감소한 것은 2017년 10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최고경영자(CEO)인 은행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대규모 원금 손실을 입은 DLF 투자자들은 지난달 말부터 우리·하나은행장의 국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요구하고 국회 차원의 조사와 피해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조국 법무부장관 일가의 비리(非理) 의혹을 놓고 여야가 공방을 거듭하면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는 은행 측 증인을 채택하지 않은 채 시작될 공산이 크다. 다만 금융감독원이 DLF 판매 금융회사들을 상대로 법리검토에 착수했기 때문에 국정감사와는 별개로 정치권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같은 형사처벌 문제를 다룰 가능성이 있다.

한편,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전날 DLF 사태에 대한 중감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금융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의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와 같은 투자 손실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성 은행 담당 부원장보는 "(DLF 상품) 투자자는 상당한 정보를 갖고 자기 책임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만한 능력도 없는 투자자한테 (은행들이) 불완전한 정보만을 제공하고 선택을 강요 혹은 유인했다는 게 금감원의 잠정적 결론"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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