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예방제·썩는 플라스틱까지?... '바이오'에 꽂힌 CJ제일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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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예방제·썩는 플라스틱까지?... '바이오'에 꽂힌 CJ제일제당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9.10.0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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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바이오 글로벌 1위... 라이신, 핵산 등 5개 품목 세계시장 점유율 1위
美 바이오벤처 지재권·연구시설 인수, 생분해성 PHA 개발에 집중 투자 
中 하이더社 인수 계기로 '기능성 아미노산' 포트폴리오 확대
그린바이오 기반 화이트(친환경 소재)·레드(질병치료) 분야 진출 가능성 
CJ그룹 본사. 사진=(주)CJ.
CJ그룹 본사. 사진=이기륭 기자. 

‘사료용 아미노산’ 분야 글로벌 1위를 달성한 CJ제일제당이 ‘그린바이오’를 넘어 ‘화이트-레드바이오’ 시장으로의 사업 확대를 추진하면서, 기업 미래가치에 대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기업 가운데 한 곳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설탕을 비롯해 밀가루와 식용유 등 국민들의 삶에 필수적인 식재료를 제조 판매하면서 국민들에게 가장 친숙한 소비재 기업 중 한 곳이 됐다. 시대가 변하면서 가정용 간편식과 냉동식품 등 사업 영역을 대폭 확대했지만, 여전히 국민들의 머리에 각인된 이미지는 ‘식품기업’이다.

‘비비고’ 열풍을 주도하면서 미국 냉동만두 시장 부동의 1위였던 중국 브랜드를 제치고 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는데 성공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최근에는 국내보다 글로벌 시장 진출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의 주력 사업 가운데는 국민들에게 낯선 영역이 있다. 사료용 아미노산을 비롯한 바이오 부문이 그것이다.

바이오산업은 레드 화이트 그린의 3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질병의 진단 및 치료, 바이오시밀러(복제약) 개발, 줄기세포 및 호르몬 치료 등의 영역을 레드바이오라고 하며, ‘썩는 플라스틱’을 비롯한 친환경 소재, 바이오에너지 개발에 해당하는 영역을 화이트바이오라고 한다. 그린바이오는 사료용 아미노산, 건강기능식품 소재 등에 쓰이는 기능성 아미노산, 핵산과 MSG 등 식품조미소재, 농축대두단백(SPC) 등을 제조하는 산업을 말한다.

CJ제일제당은 그린바이오 분야 국내 1위 기업이다. 시야를 글로벌 시장으로 넓혀도 평가는 비슷하다. 생산 제품의 포르폴리오, 공정 노하우의 경쟁력, R&D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세계 1위 기업이란 어색하지 않다. 라이신, 트립토판, 발린 등 3종의 사료용 아미노산, 핵산, SPC 등 5개 제품군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회사의 바이오부문이 눈길을 끄는 건 최근 3년간의 행보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2016년 3월 중국 하이더社 인수를 계기로 기능성 아미노산 개발 역량을 확보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같은 해 10월에는 미국 바이오벤처 메타볼릭사의 PHA 부문 지직재산권을 인수하면서 사업 영역을 화이트바이오로 넓히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썩는 플라스틱’ 대량 생산 기술 확보에 집중 투자

‘썩는 플라스틱’으로 불리는 PHA(폴리히드록시알카노에이트)는 토양이나 물에 존재하는 미생물에 의해 이산화탄소와 질소, 무기염류 등 자연에 무해한 물질로 분해되는 특성을 지녀, 인류를 플라스틱의 공포로부터 구원할 신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다. 다만 ‘세포 내 생산’이라는 한계 때문에 인류가 필요한 양 만큼의 원료를 대량으로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난제를 극복해야 한다.

CJ제일제당은 메타볼릭사의 PHA 관련 지적재산권과 연구시설 및 설비 일체를 1000만달러에 인수한 뒤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메타볼릭스사와 비정질 PHA의 생산 및 판매를 목적으로 한 MOU를 체결했다. 두 회사는 2015년말부터 미국 아이오와주에 위치한 CJ 생산시설에서 비정질 PHA 생산을 위한 타당성 조사에 들어갔으며 긍정적인 결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정질 PHA는 PVC나 PLA 등 합성수지 재료의 물성을 바꾸는 데 쓰이는 생분해성 소재로,  용처가 매우 다양하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상용화 및 대량 생산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가 성과를 나타낸다면, 회사는 그린과 화이트를 아우른 종합 바이오기업으로 비약적인 도약을 할 수 있다.

◆기능성 아미노산 연구, 레드바이오 사업 가능성 주목

기능성 아미노산에 대한 연구 역량 집중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기능성 아미노산은 생체이용률과 흡수율이 뛰어나 다양한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소재로 쓰인다. 인체 내 에너지 대사를 돕는 다이어트 보조제를 비롯해 면역력 강화, 피부 노화 방지, 탈모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건강기능식품·영양보조제 등에 폭넓게 사용된다.

2016년 8월 한국식품과학회가 대구 엑스코에서 개최한 국제 학술심포지엄에서는 ‘기능성 아미노산이 비만이나 알츠하이머 같은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최신 연구 동향을 고려하면 회사의 기능성 아미노산 관련 연구는 향후 레드바이오 분야 진출 여부를 판단하는 가늠자가 될 수도 있다.

임상시험 결과 기능성 아미노산이 비만을 비롯한 대사증후군 등의 치료에 유의미한 효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레드바이오 진출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친환경 발효공법을 적용해 양산 중인 기능성 아미노산은 알지닌(2013년), 시스테인(2016년), 히스티딘(2017년), 이소류신(2018년) 등이다. 올해는 류신과 타이로신의 양산에 착수했다.

회사 측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그린바이오사업 부문 매출은 7000억원이 넘었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 매출이 95% 이상을 차지한다”며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제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하이더 인수와 미국 바이오벤처기업 특허권 인수는 CJ제일제당이 추구하는 목표와 장기 비전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PHA는 대량 양산 기술 확보에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성공만 하면 잭팟을 터트릴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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