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기술먹튀' 한화에 철퇴... "과징금 3.8억, 檢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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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기술먹튀' 한화에 철퇴... "과징금 3.8억, 檢 고발"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09.3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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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 업체로부터 '태양광 스크린프린터' 기술자료 받고, 자체개발
대기업이 하도급 업체 기술 탈취, 유용한 행위 제재한 첫 사례로 평가
윤수현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 사진=e브리핑
윤수현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 사진=e브리핑

한화가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유용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하도급 업체와 계약을 맺고 기술 자료를 받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하도급 업체와는 계약을 해지하는 이른바 ‘기술 먹튀’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30일 공정위는 기술자료를 유용한 ㈜한화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억 82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과 관련 임직원 3명을 검찰에 고발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화는 태양광 전지 제조라인 설비의 일부인 ‘태양광 스크린프린터’를 하도급 업체로부터 공급받기로 합의하고 공동 영업관계를 시작했지만, 이후 하도급업체의 기술 자료를 사용해 자체개발·생산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한화는 지난 2011년 3월 하도급업체와 한화계열사에 태양광 전지 제조라인 공급시 그 일부인 태양광 스크린프린터를 제조 위탁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하도급 업체는 한화의 요구에 따라 같은 해 11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스크린프린터 관련 기술자료를 제출했고, 2015년 11월 하도급 계약이 해지될 때까지 기술지원을 제공했다. 

그런데 한화는 마지막으로 기술자료와 견적을 받고 하도급 업체에게는 전혀 알리지 않은 채 신규 인력을 투입해 자체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화가 고객사인 한화큐셀 독일연구소에 보낸 이메일에서도 기존 하도급 업체가 개발한 것을 토대로 스크린 프린터를 자체 제작하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화가 한화큐셀 독일연구소에 발송한 전자우편 원문 일부. 사진=공정위
한화가 한화큐셀 독일연구소에 발송한 전자우편 원문 일부. 사진=공정위

결국 한화는 하도급 업체로부터 받은 자료를 활용해 2015년 7월 장비의 주요 특징과 부품 등이 유사한 스크린 프린터를 자체제작해 한화큐셀 말레이시아 법인에 출하했다. 다른 업체의 것과 달리, 한화와 하도급업체의 장비는 웨이퍼 이송 방식 등에서 판에 박힌 듯 비슷했다. 

공정위는 “한화가 하도급 업체에게 매뉴얼 작성을 명목으로 부품 목록 등이 표기된 도면 81장을 요구해 제출받았다”며 “이러한 도면 요구는 수요처의 요구와 공동영업을 위한 목적을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화는 2011년과 2013년, 2014년에 각각 하도급 업체로부터 매뉴얼 자료, 장비의 사양별 세부 레이아웃 도면 PDF 파일 등을 요구하면서도 법정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대기업이 하도급 거래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의 기술을 사용해 자체 개발, 생산한 행위가 제재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 기술탈취 행태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다. 

윤수현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정당하게 거래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공정위는 앞으로도 대-중소기업 간 수직구조에 따른 기술유용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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