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월드컵'에 이재용 초청한 日재계,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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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비월드컵'에 이재용 초청한 日재계, 속내는?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09.23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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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 이건희 회장 ‘진흙탕서 전진하는 럭비 정신’ 강조
럭비, 야구 골프와 함께 ‘삼성 3대 스포츠’로 꼽혀
삼성, 5G 기반 시스템 반도체 영역서 글로벌 리더 도약
5G 기술 취약한 일본 산업계, 삼성과 파트너십 강화 원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YTN뉴스화면 캡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YTN뉴스화면 캡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세 번째 일본 방문길에 올랐다. 이 부회장의 방일은 일본 재계의 초청으로 인해 성사됐다는 점에서, 삼성의 5G 기술 협력과 더불어 소재·부품 분야에서 삼성과 협력을 지속하고자 하는 일본 기업들의 ‘속내’가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2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일본 재계의 초청을 받아 도쿄에서 열리는 ‘2019 일본 럭비 월드컵’ 개막식과 개막전을 참관했다. 

럭비 월드컵은 하계올림픽 및 축구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는 대규모 행사다. 이 부회장은 이날 럭비 월드컵 개회식 참석에 앞서 삼성전자 일본법인 경영진으로부터 현지 사업 현황을 보고 받고, 중장기 사업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의 방일을 두고, 업게에선 크게 두 가지 관점을 내놓고 있다. 일본정부가 5G 상용화에 맞춰 삼성의 협력을 바란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해석과, 최악의 한일관계에도 불구하고 일본 재계가 삼성과의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적극 희망하고 있다는 해석이 그것이다. 

실제로 일본정부는 럭비 월드컵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5G 이동통신망의 시범서비스 개시에 나섰다. 나아가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내년 초까지 5G 커버리지를 97%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5G 기술력 면에서 일본은 한국보다 뒤지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6일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인 'IFA 2019'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업체들이 5G 관련 제품을 대거 선보인 것과 대조적으로, 일본 업체들은 이렇다 할 제품을 내놓지 못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실제로 최근 독일 시장조사업체 아이플리틱스가 발표한 리포트에서도 한국은 5G 관련 특허 2784건을 출원해 이 중 2220건을 승인받았지만, 일본은 701건을 출원해, 불과 407건을 승인받는 수준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5G 솔루션' 라인업을 성공적으로 구축하면서 글로벌 5G 선두 기업으로 올라섰다. 현재 5G 토탈 모뎀 솔루션 ‘엑시노스 모뎀 5100’과 무선 주파수 송수신 반도체 ‘엑시노스 RF 5500’, 전력 공급 변조 반도체 ‘엑시노스 SM 5800’ 등 3가지 제품이 본격 양산에 들어갔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5G 토탈 모뎀 솔루션.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개발한 5G 토탈 모뎀 솔루션. 사진=삼성전자

5G 통신 모뎀과 고성능 모바일 AP를 하나로 통합한 5G 모바일 프로세서 '엑시노스 980'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제품은 두 개의 칩을 하나로 구현해 전력 효율을 높이고, 부품이 차지하는 면적을 줄였다. 중국 화웨이가 동일한 포맷의 반도체 칩을 공개했지만, 설계 및 호환성 측면에서 '엑시노스 980'이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일본 전역에 5G 통신망을 구축하기 위해선, 신뢰할 수 있는 기술력과 원활한 제품 생산능력이 필수적이다. 미·중무역 전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화웨이 제품을 채택하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 따라서 일본 정부와 재계가 선택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대안은 삼성전자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재계가 ‘럭비’ 경기에 이 부회장을 초청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럭비는 이 부회장의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매우 각별하게 생각한 스포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럭비는 야구, 골프와 함께 삼성의 '3대 스포츠'로 꼽힌다. 

이건희 회장은 평소 경영에서도 ‘럭비정신’을 강조한 것으로 유명하다. 학창시절 럭비선수로 활동하기도 한 그는 자신의 저서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럭비는 걷기조차 힘든 진흙탕에서도 온몸으로 부딪치고 뛴다. 오직 전진이라는 팀의 목표를 향해 격렬한 태클과 공격을 반복하면서 하나로 뭉친다”며 ‘럭비정신’을 역설했다. 

이건희 회장과 인연이 깊은 일본 재계가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을 ‘럭비 경기’에 초청한 사실에, 일부 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삼성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소재·부품 분야에서 ‘탈일본’에 나선 가운데, 이에 놀란 일본 재계가 ‘럭비 경기’ 관람을 통해 선대 회장부터 오랫동안 이어온 삼성과의 관계를 지속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달하는 ‘이벤트’일 것이란 견해다.

국내 재계 관계자는 “일본에서 열리는 중요한 행사에 이 부회장이 초청됐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한일 관계가 정치에서는 갈등을 빚고 있지만, 비즈니스 측면에선 삼성이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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