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판정 하나마나... 대우건설, 하자 보수 수개월째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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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판정 하나마나... 대우건설, 하자 보수 수개월째 '방치'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9.09.1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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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시공 안산메트로푸르지오 아파트 하자 논란
회사 측, 입주민 하자보수 요청 불응하다 민원 내자 태도 바꿔
하자보수 불이행 책임 놓고 입주민과 회사 측 주장 엇갈려
위원회 “시공사가 결정사항 불이행해도 구속할 권한 없어”

안산메트로푸르지오힐스테이트(이하 안산푸르지오) 시공 부실 논란과 관련돼 대우건설이 국토교통부 하자심사위원회(하심위)에선 하자를 인정하고, 수개월째 하자 보수를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심위는 “하자 보수를 강제할 권한이 없고, 따르지 않더라도 부과할 수 있는 과태료나 벌금, 벌점 제도가 없다”고 밝혀 ‘하심위 무용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보자 C씨는 안산푸르지오에 지난해 9월 입주한 뒤 1년이 지난 지금도 대우건설과 기나긴 하자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C씨가 분양받은 아파트는 실내 곳곳에서 바닥 들뜸, 정체 불명의 까만 분진 등이 발생했고, 안방과 안방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피해가 큰 상황이다.

(왼쪽부터) 안방화장실 문틈에 낀 정체 불명의 분진. (중간)C씨 자녀들이 분진으로 피부, 호흡기 질환에 시달렸다는 모습. (오른쪽) 약 1년 동안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안방(화장실 포함)의 모습. 사진=시장경제DB
(왼쪽부터) 안방화장실 문틈에 낀 정체 불명의 분진. (중간)분진으로 피부, 호흡기 질환에 시달렸다고 주장하는 C씨 자녀 모습. (오른쪽) 약 1년 동안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안방(화장실 포함) 내부. 사진=시장경제DB

C씨는 대우건설이 하자 원인을 찾지 못하고, 거짓으로 보수를 하는 등 더 이상 대우건설을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해 올해 6월 국토부 하자심사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바닥 출렁임, 욕조 들뜸, 배수구 바람소리, 페인트 벗겨짐, 바닥 크랙, 타일 들뜸 등 총 10건의 하자 심사를 요청했다.

C씨는 “준공되자마자 입주해 거주를 시작했는데, 가족들이 원인 불명의 피부‧호흡기 질환에 시달렸다. 화장실에서 나오는 정체 모를 건축 자재 분진이 원인으로 의심됐다. 방바닥 곳곳은 작음 걸음에도 선반 위 물건이 떨어질 정도로 진동이 심한 상태였다. 하지만 대우건설이 제대로 보수를 해주지 않아 하심위에 민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C씨가 2019년 6월 26일 하심위에 민원을 넣자마자 대우건설은 하심위의 현장실사를 받지도 않고 모든 하자를 인정했다. C씨의 기나긴 하자 피해는 이렇게 1년여만에 해결되는 듯했다.

사진=제보자
사진=제보자

그런데 2019년 7월 25일 C씨 집으로 1통의 내용증명이 전달됐다. 내용증명은 대우건설이 보낸 것으로, C씨와 사전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하자 보수 진행 기간을 특정했다.

내용증명에는 '2019년 8월 1일부터 8월 7일 사이에 집을 비우고, 보수기간은 2019년 8월 31일까지 약 1달간 진행하고, 따르지 않으면 보수는 지연된다'고 기재돼 있었다.

C씨는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보수 기간 특정으로 당황스럽고, 화가 났지만 지난 1년간 하자로 가족들이 피해를 입은 것을 감안해 대우건설 요청에 따라 '8월 6일' 이주하겠다고 대우건설에 통보했다. 이와 함께 ‘하심위 하자 인정 건’ 외에 ‘새롭게 드러난 하자’도 같이 보수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대우건설은 C씨 가족이 이주하기 하루 전날인 ‘8월 5일’ 내용증명을 보내 하자 보수를 철회했다. C씨가 요청한 ‘새롭게 드러난 하자 보수’ 요구는 ‘공사 범위 확장’에 해당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C씨는 “대우건설은 하심위에서 바닥 출렁임 하자를 인정했다. 그런데 이런 하자가 다른 곳에서 새롭게 드러나 다 같이 고쳐달라고 한 것을 ‘무리한 공사 범위 확장 요구’로 해석해 보수를 중단시키는 것은 하심위 결정을 따르지 않겠다는 것이고, 시간 끌기이며, 대기업 횡포”라고 하소연했다.

양측의 갈등은 평행선을 달렸다. 8월 22일 안산푸르지오 입주자대책위원회와 대우건설간 공식 협상에서도 대우건설 CS팀은 C씨의 주장을 “본사에 전달하겠다”, 9월 16일 대우건설이 보낸 내용증명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C씨 집의 하자는 그대로다.

이와 관련해 하심위 관계자는 “(대우건설의)하자 보수를 강제할 권한이 없고, 따르지 않을 시에도 부과할 수 있는 과태료나 벌금, 벌점 제도가 없다”며 “입주민이 다시 지자체에 신고를 해야 과태료를 물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올해 6월 ‘아파트 등 공동주택 하자예방 및 입주자 권리강화 방안’을 발표 한 바 있다. 이 방안에 따르면 하심위의 하자판정결정이 있는 경우 이를 관할관청(지자체)과 즉시 공유하고 바로 보수공사 명령을 부과할 수 있지만 아직 이 시스템은 구축되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하심위로부터 하자 인정 결정문을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보수를 진행하지 않으면 지자체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며 “내년에 '하심위-관할관청 결정문 공유 시스템'이 구축되면 입주민이 지자체에 신고를 하지 않아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대우건설은 수개월 째 보수를 진행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해당 세대를 보수하려면 이주가 선행돼야 한다. 우리가 호텔을 권했으나, 입주민이 동일평형의 아파트로 이주를 원해서 이주 나갈 곳을 찾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 아파트를 장기임대로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최근 AS센터에서 입주민 요구에 부합되는 곳을 찾았다. 조만간 이주 후 하자보수 작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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