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육지책? 자충수?... 삼성 8K 저격한 LG의 '속내'
상태바
고육지책? 자충수?... 삼성 8K 저격한 LG의 '속내'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09.10 07: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LG, 삼성 ‘콕’ 찝어 저격... "화질선명도 규격 못미쳐" 비판
삼성, QLED TV로 글로벌 1위… 더딘 점유율에 속타는 LG
LG 시그니처 올레드 8K... 사진=LG전자
LG 시그니처 올레드 8K... 사진=LG전자

LG전자가 삼성전자의 OLED TV의 화질을 문제 삼아 ‘가짜 8K'라며 여론전에 나섰다. 중국발(發) LCD 패널 가격 하락으로 인해 OLED TV의 점유율 확대에 고전하고 있는 LG전자가 업계 1위인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뺏어오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8K' 화질 논쟁의 포문을 연 것은 LG전자였다. 지난 6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IFA2019’ 첫 날부터 LG전자는 자사의 OLED TV와 경쟁사의 TV를 나란히 배치해 8K 화질을 비교 시연하는 공간을 설치했다. 직접적인 브랜드명이나 모델명을 표기하지는 않았지만, 비교 대상으로 전시된 TV는 삼성전자의 QLED TV였다. 

LG전자는 다음날인 7일에도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박형세 LG전자 TV사업 운영센터장은 이날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삼성전자의 QLED 8K TV는 규격에 맞지 않는 제품"이라며 “8K TV는 화질 선명도(CM)가 50% 이상이어야 하는데 삼성전자 제품은 12% 수준으로 규격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박 센터장이 화질 선명도의 근거로 든 것은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가 정한 ‘8K 해상도 표준규격’이다. 이 규격에 따라 8K TV의 화질선명도는 50%를 상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화질선명도는 TV 화면상에 나타난 흰색과 검정색의 대비를 백분율로 나타낸 값을 말하며, 100%에 가까울수록 선명한 것으로 본다.  

TV광고에서도 LG전자는 삼성전자 QLED TV에 대한 노골적인 ‘디스’를 이어갔다. 최근 공개된 LG전자의 OLED TV 광고를 보면, 백라이트가 필요한 'LED TV‘는 얇게 만들 수 없고, 검정색의 표현이 부정확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LED 라는 글자 앞에 A·B·F·U·Q·K·S 등의 순서로 알파벳을 붙이는 장면에선 ’Q‘라는 글자가 나오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더 길게 나온다. 사실상 삼성전자의 'QLED TV’를 저격하는 내용임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측은 이 같은 LG전자의 ‘맹공’에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며 애써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장은 6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그런 것은 신경 안쓴다”면서 "우리가 8K를 리드하고 있는데 그런 얘기를 한다는 게 안타깝다. 어느 곳에서든 1등을 따라 하려하고 헐뜯는 것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관람객들이 'IFA 2019' 내 삼성전자 전시장에서 'QLED 8K' TV 제품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관람객들이 'IFA 2019' 내 삼성전자 전시장에서 'QLED 8K' TV 제품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 '차세대 디스플레이' 저울질하는 삼성전자… OLED에 '올인'하는 LG전자

LG전자가 삼성전자를 정면으로 겨냥해 OLED TV가 QLED TV보다 기술적으로 우월하다며 주장하고 나선 배경에는 대·내외적 여건에 의한 ‘조바심’이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난립으로 LCD 패널 가격하락세가 지속되면서, OLED TV 비중을 늘려야 하는 LG전자 입장에선, QLED TV가 ‘눈엣가시’와 다름없다는 얘기다. 

최근 3년 간 OLED TV가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는 있지만, QLED TV의 점유율을 따라잡기엔 아직 역부족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9% 점유율을 기록해 2016년부터 13년째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LG전자는 16.4%로 2위에 그쳤다. 

2500달러 이상의 프리미엄 TV 시장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점유율은 전 분기 47.7%보다 늘어난 53.8%를 기록했다. 반면, LG전자는 전 분기 26.2%에서 17.8%로 오히려 내려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발(發) LCD 가격 하락이 삼성전자에게는 ‘기회’로, LG전자에게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LCD 계열인 QLED TV가 가격을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할 경우, OLED TV의 가격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월 9만장의 LCD 패널을 생산하는 충남 아산 8.5세대 생산라인 L8-1의 가동을 중단하고 다른 생산라인인 L8-2도 월 생산량을 3만장 가량 감산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LCD 패널 총 12만장을 감산하는 것으로, 국내에서 생산하는 물량인 25만장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업계에선 삼성디스플레이가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사업구조 재편을 본격화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QD-OLED는 퀀텀닷 기술과 OLED 기술을 결합한 차세대 디스플레이다. QD-OLED는 무기물을 광원소자로 사용하는 만큼, 유기물을 광원으로 사용하는 OLED의 고질병인 ‘번인’에서 자유롭다. 

그럼에도 LG전자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보다는 현재의 OLED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중국 광저우 8.5세대 OLED 생산공장은 지난달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고, 파주 P10 공장의 10.5세대 OLED 생산 라인에 3조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OLED 물량 확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각에선 OLED에 ‘올인’하고 있는 LG전자의 전략이 ‘자충수’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경쟁사들이 ‘QD-OLED’와 ‘마이크로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대한 투자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에서, OLED에 발목이 잡힌 LG전자가 자칫 투자 적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