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배관 통해 집안에 미세먼지가... 안산푸르지오 입주민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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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기배관 통해 집안에 미세먼지가... 안산푸르지오 입주민 분노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9.09.1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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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벽 뜯어보니 외부로 연결돼야 할 배기구 끊겨 있어
대우건설 보수 후에도 먼지 여전...재확인 결과 ‘공사 부실’
방바닥도 비정상적 울림... 국토부 진정 넣은 후에야 ‘하자’ 인정

대기업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믿고 수 억 원짜리 아파트를 분양 받았는데, 입주하자마자 하자가 발생하고, 시공사가 실시한 보수공사조차 부실하게 이뤄졌다면 입주민의 마음은 어떨까.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안산메트로푸르지오힐스테이트’(이하 안산푸르지오) 입주민들이 하자와 관련해 시공사 대우건설을 상대로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이곳 하자 실태를 제보한 입주민은 “대우건설이 '하자를 이용해 돈을 요구하는 악성 입주민’ 프레임을 씌우는 등 2차 피해까지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대우건설은 취재에 들어가자 “입주민이 원하는 대로 보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산푸르지오는 1600세대의 대단지다. 지난해 9월 준공 승인이 떨어져 입주를 시작했다. 하자를 제보한 입주민 A씨도 같은 달 입주했다. A씨에 따르면 입주 후 2주가 지나자 집안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소음과 먼지가 발생했다.

A씨는 소음과 분진이 안방화장실에서 나는 것으로 의심했다.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안방화장실 문이 저절로 움직였고, 안방에 있는 공기청정기 수치가 최고치를 찍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A씨는 해결책을 찾고자 지난해 9월 27일 A/S센터에 하자를 접수했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5개월 지나도록 원인을 찾지 못했다.

이러는 사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A씨의 자녀들은 원인 불명의 폐렴과 소아천식, 피부질환 등의 질병으로 고생했다. A씨의 아내도 원인 불명의 호흡기 질환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그는 "가족들의 질병이 건물 내부 하자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A씨 자녀의 원인 불명의 피부질환 모습. 사진=제보자
A씨 자녀의 원인 불명 피부질환 모습. 사진=제보자

A씨는 “이 집(안산푸르지오)에 온 후부터 가족들이 아파했다. 질병의 원인은 안방화장실에서 바람을 타고 나오고 있는 ‘회색빛깔 분진’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대우건설과 협의 후 안방화장실 내벽을 뜯어보기로 결정했다. 화장실 내벽을 뜯어보니 상황은 충격적이었다. 주차장까지 이어져야 할 공용 환기덕트 배관이 A씨 집에서 끊겨져 있었던 것이다. 배관을 타고 배출돼야 할 미세먼지가 A씨 집 내부로 유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A씨는 즉각 대우건설에 보수를 요청했다.

문제를 해결했다는 안도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하자 보수 후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대우건설에 ‘보수 작업 완료 사진’을 요청했다. 대우건설은 거절했고, 양측은 사진 공개 여부를 놓고 상당 기간 신경전을 벌였다. A씨는 결국 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해 사진을 받았다. 보수 작업 완료 사진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A씨에 따르면 깔때기 하나 붙인 것이 전부였다. 설계대로라면 지하주차장으로 연결돼 있어야 했지만 보수 공사는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 

(왼쪽부터). 정상시공된 환기덕트배관, 설계도면과 다르게 시공된 배관, 대우건설이 보수한다고 밝힌 후 복구한 모습. 사진=시장경제DB
(왼쪽부터). 정상시공된 환기덕트배관, 설계도면과 다르게 시공된 배관, 대우건설이 보수한다고 밝힌 후 복구한 모습. 사진=시장경제DB

A씨는 "엉터리 보수로 지금도 안방과 안방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A씨는 "하자는 이것뿐이 아니다. 방바닥도 정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방바닥의 울림이 비정상적으로 심하다. 작은 움직임에도 선반 위 물컵이 심하게 요동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 장난감상자가 선반 위에서 떨어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작은 움직에도 바닥 진동이 심해 물컵이 흔들리고, 진동으로 상자가 떨어진 모습. 사진=A씨 제보 영상 캡처
작은 움직에도 바닥 진동이 심해 물컵이 흔들리고, 진동으로 상자가 떨어진 모습. 사진=A씨 제보 영상 캡처

A씨는 “혹시라도 아이들 머리 위로 물건이 떨어질까 걱정된다. 인형같이 가벼운 물건들은 위로 올리고, 무거운 물건은 아래로 배치해 놓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불편하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방바닥의 비정상적인 울림 현상 역시 하자로 판단하고 대우건설 측에 진단 및 보수를 요구했으나 1년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건설사 측이 방바닥 울림 현상을 하자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국토부 하자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의뢰했고, 대우건설은 태도를 바꿔 심사를 받기도 전에 하자를 인정했다.

대우건설은 국토부 하자심사위원회 결과를 바탕으로 A씨에게 ‘이주를 하면 바닥을 전부 들어 내 원상복구하겠다’는 내용증명을 올해 7월 25일 보냈고, A씨는 이에 응했다. 그런데 대우건설은 A씨가 하자 보수를 위해 짐을 꾸리고 있던 8월 2일 ‘이주계획 및 원상복구를 할 수 없다’는 내용증명을 재발송했다. A씨가 ‘공사범위 확대’, ‘금전요구’를 했다는 것이 약속 파기의 이유였다.

이에 대해 A씨는 “나는 결코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 대우건설이 프레임을 씌우고 있는 것이다. 공사범위 확대도 하자가 발생한 부분을 다 해줘야 하는데, 범위를 일방적으로 축소해 이를 바로잡은 것 뿐이다. 입주민 때문에 공사를 못한다고 하는 것은 입주민에게 하자를 안고 살라고 괴롭히는 것이나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기업 건설사에서 개인을 상대로 이렇게 하는 행위가 횡포가 아니면 무엇이겠느냐”고 반문했다.

대우건설은 “8월 22일 입주자대표회의, 입주민 A씨, 대우건설 등 3자 대면 회의를 진행했고, 합의를 한 상태다. 조만간 A씨의 요구사항을 대부분 수용해 합의 내용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안산푸르지오 입주자대표회의는 단지 전체에서 발생하고 있는 세내 내 악취, 수돗물 이물질 등 하자의 심각성, 대우건설의 무성의한 태도 등을 이유로 하자 문제를 공론화하겠다는 입장을 본지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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