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은 '수상태양광'... 한화큐셀 모듈,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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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많은 '수상태양광'... 한화큐셀 모듈, 안전할까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09.0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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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 카드뮴 없어 해롭지 않아"... 일부선 “안전성 미검증”
지역시민단체 “정부가 환경 문제 외면, 사업 철회 촉구”
청풍호 수상 태양광 발전소. 사진=한화큐셀
청풍호 수상 태양광 발전소. 사진=한화큐셀

정부가 세계 최대 규모 수상태양광 발전 단지가 될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을 허가하면서 한화큐셀을 필두로 한 국내 태양광 업체들이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 충분히 검증받지 않은 수상태양광 사업을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다, 특정 대기업이 이익을 독식하는 구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 지난달 18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새만금 수상태양광 발전사업을 허가했다. 민간자본 4조6000억여 원이 투입되는 새만금 수상태양광 발전소의 면적은 약 30㎢. 서울 여의도 면적의 10배에 달하는 크기를 자랑한다. 이 곳의 설비용량은 2.1GW 규모. 이론적으로는 최대 1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단 태양광의 실제 발전량은 설치 지역의 기후와 단위 시간 당 일조량, 1일 평균 일조량 등의 조건에 따라 설비용량과 큰 차이가 난다.  

설비용량이나 면적을 기준으로 할 때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국내 태양광 업계는 벌써부터 ‘물 밑’ 수주전에 뛰어들고 있다. 이 가운데 단연 존재감을 드러내는 기업은 글로벌 태양광 모듈 생산 1위  한화큐셀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전무가 진두지휘하는 한화큐셀은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한화 오너가(家) 경영권 승계 1순위로 꼽히는 김 전무에게 이번 사업 수주는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시험대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 

이미 한화큐셀은 국내에서 약 30MW 규모의 수상태양광발전소에 제품을 납품하거나 건설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지난해 말에는 유해물질인 납이 포함되지 않은 수상태양광 전용 모듈 '큐피크 듀오 포세이돈'을 출시하기도 했다. 속단하긴 이르지만, 업계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이번 사업에서 한화큐셀이 일익을 담당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급속한 ‘탈원전’ 행보로 인한 비판적 여론을 환기하고, 지지부진한 신재생에너지 정책추진을 위해 새만금 수상태양광이라는 ‘카드’를 내민 것이 한화큐셀측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2월 한화큐셀 충북 진천·음성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화큐셀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로 늘리겠다'는 정부의 3020정책에 부합한다"며 "신재생에너지산업, 혁신성장을 이끌어가는 기업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 한화큐셀 진천·음성 사업장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사진=한화큐셀
지난해 2월 한화큐셀 진천·음성 사업장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수상태양광은 산지를 깎아 조성하는 육상태양광에 비해 환경을 덜 훼손한다는 장점을 갖는다. 물 위에 조성하기 때문에 철거도 비교적 수월하며 자연적인 냉각효과로 인해 태양광 패널이 과열되지 않아 보다 효율적인 전력 생산을 기대할 수 있다.

단점도 적지 않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식될 위험이 높아 수질오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아울러 상수원에 수상태양광 단지가 설치될 경우, 부식되거나 파손된 잔해물이 상수원과 이를 이용하는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근본적 문제도 있다. 

한화큐셀의 수상 태양광 모듈은 카드뮴이나 납 등을 사용하지 않아 유해성 논란에서 자유로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까지 검증된 데이터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특히, 패널이 태양광을 차단해 녹조를 발생시킬 우려가 크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난해 7월 영국왕립협회(Royal Society) 학술지는 일본 도쿄대, 도호쿠대, 미국 코넬대 공동 연구팀이 발표한 ‘그늘진 식물성 플라크톤의 역설’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실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저수지 수면 위에 햇빛을 차단하는 가리개를 펼친 곳과 햇빛을 차단하지 않은 곳을 비교·실험한 결과, 햇빛을 막은 호수에서 녹조가 심화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수중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줄어 수초는 감소했고, 식물성 플랑크톤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수상태양광을 반대하고 나선 시민사회의 저항도 거세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지난달 24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새만금의 멸종위기종 서식지에 대한 보호대책 없이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는 재생에너지 설치계획은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사단은 "과거 '세계 최장'의 새만금 방조제를 통해 갯벌을 막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정부는 수상태양광사업의 '세계 최대' 규모만을 자랑할 뿐 새만금이 직면하고 있는 시급한 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어떠한 대책도 내놓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수돗물 공급용 댐에 설치된 수상태양광 발전시설의 환경쟁점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잠정적 내구연한(20~25년)이 경과된 수상태양광 발전시설은 현재까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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