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하나銀, 실적 위주 'KPI' 손본다... "고객관리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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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하나銀, 실적 위주 'KPI' 손본다... "고객관리 강화"
  • 배소라 기자
  • 승인 2019.08.29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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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銀, 고객 '관리' 지표 신설... 객관성 높여 신뢰 회복
하나銀, KPI에 고객 수익률 비중 현행 5%서 상향 조정
사진=이기륭 기자
사진=이기륭 기자

'DLF사태' 여파로 은행들이 직원의 성과를 측정하는 핵심성과지표(KPI) 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손질에 들어간다. 비이자수익을 늘리기 위해 고객들에게 금리연계형 파생금융상품(DLS·DLF)을 판매했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만큼 우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상품판매 인력을 대상으로 한 KPI에 고객 '관리' 지표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 상황에 맞게 고객의 포트폴리오를 적절하게 관리하는지 등을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배점 비중이 2%인 고객 '수익률' 지표만 들어 있다.

우리은행이 KPI 개편에 나선 이유는 은행의 직원 평가 구조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고객의 손실과는 상관없이 금융상품을 많이 팔아 실적만 올리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일례로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소속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3년 전 치매 확진 진단을 받은 만 80세 이상 노인에게도 DLF를 가입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금리연계형 파생금융상품은 고객이 최대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은 고작 4%에 불과한 반면 손실률은 100%에 달했다. 은행은 고객 손실과 상관없이 수수료 명목으로 1%대 수익을 안정적으로 취했다.

우리은행은 상품의 위험도를 더욱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작업도 한다. 우선 상품선정위원회에서 상품 심의 때 투자상품의 적정성과 시장 상황 등에 대한 외부 의견도 듣기로 했다. 이를 위해 외부 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할 방침이다. 상품선정위원회는 고객에게 팔아도 될 상품을 심의하는 기구다.

우리은행은 아울러 자산군별로 리스크 정도를 따져 사전판매 한도를 설정·운영할 계획이다. 현재는 정해진 한도가 없으나, 앞으로는 아무리 잘 팔리는 상품이라도 위험도가 높으면 많이 팔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8월초부터 약 100명의 직원으로 구성한 종합상황실을 만들어 PB들이 고객분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데이터를 신속히 지원하고 있다"며 "현장 지원반을 별도로 구성해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하반기부터 프라이빗뱅커(PB) 320명을 대상으로 KPI에 고객수익률 비중을 현행 5%에서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현재 판매 중이거나 승인 사모 방식의 상품에 분기별 점검 절차를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는 투자상품 부서에서 정기적으로 점검했다면 리스크관리 등 여러 부서 구성원들이 참여한 상품위원회에서도 사모 상품을 점검할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들이 KPI 목표 달성을 위해 캠페인, 프로모션 등을 실시해 직원들을 압박해 왔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KPI제도를 개선해 은행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는 일이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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