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산국외도피 法판단은? 처분권이 핵심, 판례는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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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산국외도피 法판단은? 처분권이 핵심, 판례는 '무죄'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9.08.2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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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상고심 쟁점 분석 ②] '재산국외도피죄' 판단 기준은?
삼성 측이 송금한 돈의 성격 놓고 특검-재판부 이견
1심 ‘유죄’ 특검에 손... 항소심, 대법원 판례 인용 '무죄'
판례 ‘해외 재산에 대한 처분권 갖고 있어야 범죄 성립’ 
삼성 아닌 최씨 모녀가 권한 행사, 송금받은 돈 임의 소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등 혐의 공판 주요 쟁점 중 하나가 ‘재산국외도피죄’에 대한 재판부 판단이다. 29일 오후 2시로 예정된 이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상고심 선고에서 언론이 가장 주목할 이슈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죄는 ‘법령에 반해 자기 재산을 국외로 빼돌리거나 국내로 들어와야 할 재산을 국외에 은닉한 경우’를 말한다(같은 법 4조 1항). 이 죄의 기본 법정형은 1년 이상 징역 또는 도피금액의 2~10배에 해당하는 벌금이다. 이 법률은 도피금액을 기준으로 가중된 법정형을 규정하고 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4조> 
② 제1항의 경우 도피액이 5억원 이상일 때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도피액이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2. 도피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 5년 이상의 유기징역.

박영수 특검은 삼성 측이 코어스포츠(최순실이 독일에 설립한 용역·컨설팅회사) 계좌로 현금 36억원을 송금한 행위에 대해 뇌물공여, 특경가법상 횡령 및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모두 4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이 가운데 법정형을 기준으로 가중 중한 죄가 바로 재산국외도피다. 가중된 법정형을 기준으로 하면 살인죄의 기본 법정형보다도 높게 설정돼 있다.

재산국외도피 혐의에 대한 하급심 판단은 엇갈렸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코어스포츠 송금 행위에 특검이 적용한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인정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이 부분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재산국외도피 혐의 무죄 판단은 이 부회장에 대한 집행유예 결정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검이 적용한 죄목 가운데 법정형이 가장 무겁다는 점에서, 재산국외도피 혐의 관련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 부회장 석방을 비난하는 이들은 재산국외도피 관련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재산국외도피 관련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범죄구성요건의 합치 여부를 살핀 항소심 판단이 오히려 합리적이란 견해가 그것이다.

◆대법 판례, 재산국외도피죄 성립 요건 구체적 설명

항소심 재판부가 인용한 ‘대법원 2002도7262 판결’은 하급심이 재산국외도피죄 성립여부를 다투는 데 있어 명확한 기준점을 제시하고 있다.

대법원이 2005년 4월 29일 선고한 위 판결에 따르면, 재산국외도피 혐의는 다음과 같은 3가지 요건을 충족할 때 성립한다.

①자신의 행위가 법령에 반한다는 인식 및 국내에 있는 재산을 해외로 내보낸다는 인식.

②한국법의 적용을 피해 해당 재산을 국외에서 소비, 축적, 은닉하는 등 지배·관리할 수 있는 상태에 둔다는 인식.

③국내재산을 해외로 이동,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의 재산이 유출될 위험에 놓이게 할 것.

◆해외 재산에 대한 ‘처분권’ 갖고 있어야

위 3가지 요건 가운데 중핵은 ‘국외에서 임의로 소비, 축적, 은닉 등 지배·관리할 수 있는 상태에 둔다는 인식’이다.

특정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되, 그 재산을 자신이 원하는 수단과 방법으로 언제든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때 비로소 본죄는 성립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본죄의 객체는 [삼성 측이 코어스포츠 계좌로 송금한 현금]이다. 이 부회장의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위 현금을 삼성 혹은 이 부회장 측이 언제든지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었어야 한다.

◆돈을 송금한 쪽은 삼성, 소비한 당사자는 최순실 모녀...1·2심 ‘뇌물성’ 인정

이 사건 사실관계를 보면 돈을 송금한 쪽은 삼성이지만 해당 금원에 대한 처분권을 보유한 것은 최순실 모녀임을 알 수 있다.

삼성 측이 코어스포츠 계좌로 송금한 36억원의 성격과 관련해 1, 2심은 모두 ‘뇌물성’을 인정했다. 해당 금원의 성격을 뇌물로 보는 이상, 이 돈의 처분권을 가진 이는 삼성이 아니라 최순실이다. 실제 최씨 모녀는 이 돈을 임의 소비했다.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할 때, 삼성 측의 36억원 송금 행위는 재산국외도피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부분 항소심 판단을 파기하려면, 위 판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거나, 이와 배치되는 다른 케이스를 제시해야 한다. 이런 특별한 사정에 터잡지 않는다면 파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2월5일 항소심 재판부는 재산국외도피 혐의 부분 무죄를 선고하면서 아래와 같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재산국외도피죄는 우선 자신의 행위가 법령에 반한다는 인식, 재산을 해외로 보낸다는 인식, 대한민국 법률 제도의 규율과 관리를 받지 않고 (해당 재산을) 자신이 해외에서 임의로 소비·은닉한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코어스포츠로 송금한 돈은 삼성 측이 최씨에게 뇌물로 제공한 것이고, 삼성 측과 최씨의 관계는 공여자와 수수자에 불과하다. 코어스포츠의 용역대금은 최씨가 해외에서 자신의 필요에 따라 임의로 지배했을 뿐이므로 삼성 측이 용역대금에 대해 소비·은닉 등 지배·관리했다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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