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에도... 정부 등쌀에 채용 늘리는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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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악화에도... 정부 등쌀에 채용 늘리는 은행들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08.2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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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여도 모자랄 판에" 은행들, 하반기 2,000여명 채용
금융당국, 조만간 은행권 일자리 창출 측정 결과 발표
27일 서울 동대문 DDP 플라자 알림 1관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에 참석한 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은행연합회 제공
27일 서울 동대문 DDP 플라자 알림 1관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에 참석한 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은행연합회 제공

시중은행들이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를 시작으로 하반기 채용에 돌입한다.

채용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수익성 지표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지만 일자리를 늘리라는 정부의 압박에 시중은행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채용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27일 서울 동대문 DDP 플라자 알림 1관에서 열린 채용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한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종구 금융위원장,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한목소리로 금융권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최종구 위원장은 "전통적인 금융서비스 분야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지만 새로운 혁신금융서비스 개척을 통한 신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금융산업이야 말로 새로운 금융서비스 도입, 핀테크와 같은 연관 분야 발전을 통해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민병두 의원은 "과거 일본은 강력한 제조업 기반이 있었지만 금융을 놓쳐 미국과의 플라자 합의 이후 경제 상승세가 꺾였다"고 했다. 또한 "23살 젊은이가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해 창업에 성공한 사례를 보고 금융이 산업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국내 금융권은 양질의 청년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사회적 책임으로 보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융권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1만2,000명 수준으로 신규채용을 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6월 은행권 일자리 창출효과 측정 계획을 발표했다. 시중은행들의 직접 고용은 물론 각 산업에 지원한 자금 규모와 해당 산업의 고용 유발 효과까지 측정해 일자리를 늘린 기업에게 당근을 쥐어주겠다는 내용이다.

전례 없는 은행권 일자리 측정이다. 즉각 은행들 사이에서는 "당국이 사기업을 상대로 고용창출을 압박하고 줄을 세우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쥐어짜기식 고용 확대가 땜질 처방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각종 규제와 시장 포화 등으로 성장성이 한계에 부딪힌데다 전 세계적인 금리 인하 기조까지 겹쳐져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 상반기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은 올해 상반기 1.61%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0.06%p 하락했다. 순이자마진은 은행의 이자 수익에서 이자 비용을 뺀 값을 전체 이자 수익 자산으로 나눈 것이다. 이는 최근 시장 금리 인하로 대출 금리가 내리며 은행의 예대 금리 차이가 과거보다 축소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은행들의 판매비와 관리비는 11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00억원(8.9%) 늘어났다. 이는 급여인상·명예퇴직 등 정부 정책에 따라 인건비가 대폭 증가한 영향이다. 대손비용은 1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원) 대비 2조원(22.3%) 확대됐다.

국내 은행의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 역시 0.67%, 8.64%를 기록하며 1년 전보다 각각 0.02%p, 0.21%p 축소됐다.

하지만 일부 은행들은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하반기에 채용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은행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속을 앓고 있는 셈이다.

신한은행은 다음달부터 370여명을 새로 뽑을 계획이다. 상반기에 선발한 630여명을 더하면 올해 1,000여명을 새로 채용하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와 같이 500여명 규모의 신입 행원을 선발할 예정이다. KEB하나은행의 예상 채용 규모도 국민은행과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은행은 하반기 450여명을 선발한다. 상반기는 300여명을 채용했었다. NH농협은행 역시 지난해(780명)와 비슷한 규모의 채용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조만간 일자리 창출 측정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업황 악화 속에서도 은행들이 채용 확대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채용을 줄여도 모자랄 판에 억지춘향식으로 당국이 은행권 일자리를 늘리라고 하니 관치(官治) 논란이 제기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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