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 때리는 美中日, 한술 더 뜨는 우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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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성 때리는 美中日, 한술 더 뜨는 우리정부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08.2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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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日 '수출규제', 中 '타도 삼성'…한국 정부는 적폐몰이?
대내외 리스크로 '코너' 몰린 한국… 위기 넘는 열쇠는 '기업'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사진=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사진=백악관

삼성의 수난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위기를 한 고비 넘겼다 싶으면, 또 다른 위기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글로벌 IT 공룡기업들 사이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기에도 바쁜데, 사방에서 견제가 들어온다. 사실상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하는 형국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삼성을 정면으로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6일(현지시간) 휴가중이던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나눈 대화가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달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쿡이 주장한 것은 삼성이 한국에 기반을 두고 있어 미국에 수출할 때 관세를 내지 않는 것”이라며 “애플로서는 관세를 내지 않는 ‘아주 좋은 회사’와 경쟁하는 동시에 관세를 내는 게 힘든 일”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지금 문제는 쿡의 경쟁자인 삼성이 관세를 내지 않는 것”이라며 “단기간 쿡 CEO를 돕겠다. 애플이 대단한 미국 기업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정부가 가까운 시일 내 삼성에 대한 규제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일본은 어떤가.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대한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를 시행하며, 타겟으로 겨눈 대상은 다름아닌 삼성전자였다. 수출규제로 현해탄을 건너지 못하게 된 주요 반도체 소재 중 하나가 바로 반도체 극자외선(EUV) 공정에 쓰이는 포토레지스트(감광액)이었다. 

EUV는 삼성전자가 133조원 규모 ‘반도체 비전 2030’ 계획을 통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첨단 공정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일본이 수출규제라는 치졸한 수단을 동원해 삼성의 발목을 잡고, 나아가 한국 경제를 흔들어보려 한 것이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주춤한 사이 자국의 반도체 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얄팍한 계산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도 ‘타도 삼성’을 부르짖고 있다.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중국 제조 2025’의 핵심 제조업 부문을 살펴보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차 배터리 등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분야와 겹친다. 

중국 내 스마트폰 점유율에서도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의 ‘삼성 밀어내기’로 인해 삼성전자 간판 스마트폰인 갤럭시 시리즈가 1%대 점유율로 내려앉은 지 오래다. 2013년만 하더라도 삼성전자의 중국 내 스마트폰 점유율은 20%대로 1위였다.  

가전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국 대형 가전업체인 TCL과 하이센스는 글로벌 TV 시장에서 삼성을 거세게 추격하고 있고, 하이얼, 샤오미 등도 싼 가격을 무기로 꾸준히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 삼성, 외국서 '견제'받고 국내선 '찬밥'… "기업 氣 먼저 살려야" 

위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듯 미국과 일본, 중국의 공통점은 자국 기업은 밀어주고 삼성과 같은 외국 경쟁기업에 대해서는 국력을 동원해서라도 견제에 나선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계에서조차 ‘정부나 정치권이 밀어주기는 커녕, 발목이나 안 잡으면 다행’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성은 현재 국내외 부정적 이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는 노조를 탄압했다는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삼성의 유력한 신성장동력이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분식회계 의혹으로 촉발된 삼성바이오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지금까지 실시한 압수수색만 19차례에 달한다.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려 뇌물 및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상고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위 이슈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삼성이 과연 위법을 저지른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부분이 적지 않다. '삼성 노조 와해 의혹 사건' 주요 쟁점인 협력사 위장 폐업 문제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퍼즐을 맞춰보면, 과도한 노조 파업과 지시 불이행을 견디다못한 협력사 사장들이 자진 폐업한 사례가 많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은 검찰의 부실한 수사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 경영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유리하도록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부풀렸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삼성바이오는 2012년 설립 당시 자회사인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단독 지배력'을 가진 것으로 보고 ‘연결회계’를 적용했지만, 2015년 파트너사인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지자, ‘지분회계’로 변경했다. 

당시 금감원은 두 차례나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문제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돌연 태도를 바꿔 참여연대가 주장한 분식회계 의혹이 맞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의 거듭된 판단 번복은 자기 부정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의 대외 신인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에서도 항소심 재판부는 삼성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에게 제공했다는 마필의 소유권이 여전히 삼성측에 있다고 보고, 삼성이 자기 명의로 구입한 마필 3마리의 소유권, 삼성이 체결한 마필 관련 보험계약금액 2억여원 등은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제3자뇌물죄’가 적용된 동계영재스포츠센터 후원금 16억2800만원도 뇌물에서 제외했다.

특히 재판부는 "재정 경제 분야에서 광범위한 권한을 가진 대통령이 기업 총수를 겁박한 사건"으로 판단,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요구로 최순실 모녀에게 제공한 금품의 성격을 '청탁없는 요구형 뇌물'로 봤다.

그간 잇따른 검찰 수사와 압수수색, 재판 등으로 업무가 마비되다시피 한 삼성은 이미 녹초가 됐다. 기업의 잘못을 묻는 것도 국가의 역할이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기업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기를 살려주는 일이다. 

미중무역분쟁이 격화되는 와중에 세계 경기침체 우려는 날로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겹치면서 우리 경제는 코너에 몰렸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기업을 '적폐'로 낙인찍고 옥죄는 정책은 국익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만 입힌다는 점을 정부는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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