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마다 다른 ‘휴게음식점’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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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마다 다른 ‘휴게음식점’ 기준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7.03.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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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명)김성준 씨는 서울에서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나름 한 달에 200~300만 원을 수익으로 가져가는 소상인이다. 그런데 최근 김 씨 슈퍼마켓 주변으로 대형마트, 대기업 편의점이 하나 둘씩 들어서자 김 씨는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김 씨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가게에서 원두커피를 판매키로 했다.

그러나 구청은 김 씨의 슈퍼마켓에서는 원두커피를 팔 수 없다고 밝혔다.

구청 공무원의 설명은 이러했다.

원두커피를 팔기 위해서는 ‘휴게음식점’으로 등록을 해야 하고, ‘휴게음식점’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식품위생법상 영업장을 분리해야 하는데, 김 씨의 슈퍼마켓은 면적이 작아 구분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김 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김 씨는 “자신과 비슷한 면적의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는 ‘휴게음식점’으로 등록을 해 원두커피 장사를 잘 하고 있다”며 “나만 안 되는 것은 공무원 기분에 따라 결정이 되는 규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규모가 작은 슈퍼마켓에서 진열된 식품을 판매하는 영업장과 커피를 판매하는 영업장을 별도로 분리해야 하는 규제는 정말 지키기 어렵다”며 “결과적으로는 대형마트와 대기업 편의점들에게만 유리한 정책이 아니냐”고 덧붙였다.

김 씨의 주장은 사실이었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업종별 시설기준)에 따르면 휴게음식점으로 등록을 받기 위해서는 다른 시설, 즉 슈퍼마켓과 분리, 구획, 구분해야 하는데, 얼마큼 어떻게 구분할지에 대해서는 나와 있지 않았다.

결국 마음씨 넓은 공무원이 방문을 하면 통과가 되고, 깐깐한 공무원이 현장을 방문하면 휴게음식점으로 등록이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또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별도 차단벽이나 칸막이를 설치하지 않더라도 원두커피, 다과류, 아이스크림을 팔수 있도록 특례(기타식품판매업)를 적용하고 있다.

영업신고를 하고 식품위생교육도 받고 있어 위생상 문제가 발생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이유로 일부 슈퍼마켓과 편의점들은 불법으로 원두커피 등의 휴게음식점 상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휴게음식점으로 등록을 받아야만 판매할 수 있는 음식과 일반 자판기(즉석 오뎅, 아이스크림, 핫바, 호빵 등)로 판매할 수 있는 상품들을 교묘히 혼재시키는 식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슈퍼마켓만의 문제가 아니다. 헬스장, 당구장, PC방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PC방에서는 원두커피는 물론, 떡볶이, 볶음밥, 짬뽕, 소시지, 끊인 라면 등 다양한 음식을 요리해 판매하고 있다.

‘휴게음식점’ 선정 기준이 공무원에 따라 달라지므로 때론 ‘식파라치’나 주변 경쟁업소의 먹이감이 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조리기구를 통해 음식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의 안전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다”며 “식품 위생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문제가 생기면 그 또한 공무원의 책임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점포 내에서 구획을 하고, 검사를 맡은 후 구획 칸막이를 떼어내는 경우도 있으므로 공무원들의 주관적인 기준도 필요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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