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족의 몹쓸 창업 사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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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족의 몹쓸 창업 사기극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7.03.15 06: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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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법인카드로 수 천 만 원 허위 결제 ‘매출 뻥튀기’

최근 한 가족이 창업컨설턴트 직원과 짜고 예비창업자를 상대로 사기를 친 사례가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매도인에게 장사가 잘 되는 것처럼 속이기 위해 남편은 개인카드로, 시아버지는 법인카드로 수 천 만 원을 결제하고 물건은 구입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열린 재판에서 “김 모 씨(피고)가 조 모 씨(원고)에게 허위 매출 자료를 제공했으므로 5,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조 모 씨는 지난 2014년4월9일 유명 포털사이트 검색광고를 통해 A창업컨설팅업체를 찾아가 상담을 받았다.

A사 직원 석 모 실장은 서울 압구정동에 아주 좋은 피부 관리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매물로 나왔다고 추천했다. 이어 석 씨는 2년 간의 매출액이 기재된 창업물건보고서를 근거로 보여줬다.

당시 석 모 실장이 보여준 보고서의 매출액은 월 2,581만 원, 예상 수익은 월 1,044만 원이었다.

조 모 씨는 석 모 실장의 컨설팅을 믿고, 이틀만인 4월11일에 A사 사무실에서 권리금 1억4,800만 원을 주고 인수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이후 조 씨는 점포 리모델링을 진행하는 등 활발한 경영 활동을 이어 나갔다.

그런데 수개월이 지나도록 석 실장이 제시했던 매출에는 근접하지 못했다. 오히려 적자를 봤다. 점포를 운영하는 동안 총 4,200만 원 정도의 손실이 이어졌다.

의아하게 생각하던 조 씨는 인수전부터 근무하던 직원들에게 매출에 대해 물었다.

충격적인 답이 돌아왔다. 전 사장이 운영하던 시점과 비교해서 매출액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조 씨는 곧장 매장 컴퓨터에 남아 있는 매출 자료를 복구했다. 그리고 전 사장인 김 씨가 매출을 부풀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점포의 카드 결제 내역에서 전 사장인 김 씨의 시아버지가 운영하는 S사의 법인카드로 1,757만 원, 시아버지 개인 신용카드로 1,550만 원, 김 씨의 남편 개인카드로 700만 원 등 총 4,000여만 원이 결제된 것이었다.

또 김 씨가 조 씨로부터 받은 권리금 1억4,800만 원 중 6,800만 원을 석 실장에게 컨설팅 성공 보수로 지급한 사실을 알게 됐다. 

알고보니 김 씨는 권리금 8,000만 원에 점포를 내놨고, 석 씨가 8,000만 원 이상을 받으면 나머지는 성공 보수로 본인에게 주겠다는 계약이 성립돼 있었던 것이었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 석 씨는 권리금이 부풀러져 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매수인인 조 씨와 매도인이 김 씨를 사전에 마주치지 못하도록 각기 다른 방에서 대기하게 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조 씨가 김 씨와 만날 수 있었던 시기는 계약서에 서명하는 잠깐의 순간이었다.

매출 조작 등 사기를 당했다고 판단한 조 씨는 김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김 씨의 가족은 매출을 조작했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조직적으로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먼저 김 씨는 조 씨가 정확한 매출을 확인할 수 없도록 고객리스트, 일별누적매출액, 고객차트 등의 서류를 제공하지 않았다.

또 김 씨의 시아버지는 본인 회사의 선물세트 등을 구입하기 위해 수 천 만 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고 주장했지만 가맹본부측에서 김 씨의 시아버지가 법인카드로 결제한 금액 만큼의 상품이 김 씨의 매장으로 배송되지 않았다고 증언하면서 거짓 증언이 탄로났다.

게다가 김 씨가 남편과 시아버지에게 신용카드 결제액 만큼의 쿠폰, 화장품, 선물세트 등을 공급했다는 자료 역시 법원에 제출하지 못했다.

또한 김 씨는 남편과 시아버지가 매출을 올려준 사실을 숨기기 위해 가상의 고객리스트를 만들기도 했다.

결국, 김 씨의 매장 매출을 높여주기 위해 가족들이 허위 결제를 한 것으로 법원은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씨가 조 씨에게 허위 매출 자료를 준 것으로 밝혀졌으므로 1억4,8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만, 조 씨가 이 점포를 운영하다가 6,500만 원의 권리금을 받고 양도했으므로 5,000만 원으로 감축한다”고 판시했다.

배선경 변호사는 “현재 우리나라 권리금 제도는 그 금액을 산정하는데 있어, 정확한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다. 따라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데 이를 이용해 과다한 권리금을 징수하는 창업컨설턴트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도인이 허위 매출 자료 제출 여부와 상관없이 중개인들은 자신들의 중개료만 높게 받으면 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중개인에게도 매도인이 제출한 자료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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