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저 동네 행복주택만 계약전 보여줘?"... SH차별에 당첨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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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 동네 행복주택만 계약전 보여줘?"... SH차별에 당첨자 분통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9.08.2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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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 서울대이편한세상 행복주택 당첨자에게만 ‘사전 점검’ 문자
타 지역 당첨자들 "가난하면 주는 대로 입주하라는 거냐" 항의
“누구는 계약금 내야 보여주고, 누구는 그냥 해주고 명백한 차별”
SH, 행복주택 관리 문제점 지적에 “검토 중” 원론적 답변만

‘계약금을 내야 사전 점검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밝혀 비판을 받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최근 일부 행복주택 당첨자에게만 비공식 사전 점검을 허용, ‘차별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일부 행복주택(신내 글로리움)은 본사 차원에서 ‘초청행사’ 홍보를 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타 지역 당첨자들은 “SH가 우릴 우롱하고 있다”며 “어디는 계약금 내야 보여주고, 어디는 그냥 보여주고, 명백한 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SH가 이편한세상서울대입구 행복주택 당첨자들에게 보낸 ‘주택공개’ 휴대폰 문자를 보면, 공사 측은 이달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10시부터 16시까지 주택을 공개키로 했다. SH는 위 문자에 대해 "우리가 보낸 것이 맞다"고 했다.

사진=제보자
사진=제보자

제보자 A씨는 “누구는 몇 천만원을 대출 받아 계약금으로 내야 집 구경시켜주고, 누구는 몰래 그냥 보여주고 명백한 차별이자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집 상태를 봐야 계약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데, SH 행복주택 계약 절차는 아주 잘못됐다”며 “요즘 SH가 집을 엉망으로 관리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최근에도 곰팡이집으로 논란이 되지 않았느냐”고 꼬집었다.

최근 한 시민이 ‘SH 행태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며 자신이 당첨된 국민임대아파트 내부 촬영모습을 인터넷에 올렸다. 글쓴이가 게재한 사진을 보면 집안에 곰팡이가 심했다. 타일도 곳곳이 훼손돼 있었다. 

SH가 주택을 허술하게 관리하는데, 내부 상태를 보여주지 않고 계약부터 하라는 건 갑질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SH 국민임대 아파트. 사진=인터넷 카페 캡처
서울의 한 SH 국민임대 아파트. 사진=인터넷 카페 캡처

행복주택 당첨자 B는 “은행에서는 계약서를 가져와야 대출해 준다고 하고, SH는 집 보려면 계약금 가져오라고 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또 다른 행복주택 당첨자 C는 "SH는 그럴 계획(사전검검 공개)이 없다고 했다"며 "이런 행태는 ‘당첨됐으면 조용히 입주하라’는 식의 갑질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행복주택은 당첨 후 90일 안에 계약해야 하는 규정이 있다. 기간 만료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SH는 사전점검을 요구하는 고객에게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되풀이 해 당첨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기자는 이들 논란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공사 측에 취재를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SH를 관리감독하고, 행복주택 제도를 관장하는 서울시(주택건축본부 임대문화팀)는 “행복주택 업무는 공공주택과에서 맡는다”고 밝혔고, 공공주택과는 “주택정책팀에서 업무를 맡고 있다”고 답했다. 공공주택과는 “SH에 문의를 해보라”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본지는 앞서 이달 13일, 행복주택에 당첨됐어도 계약금을 내야만 사전검검을 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는 현실을 기사화했다. SH는 보도 직후 문제점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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