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부사장 "협력사 노조, 그룹현안 아냐... 관여할 이유 없어"
상태바
삼성 부사장 "협력사 노조, 그룹현안 아냐... 관여할 이유 없어"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08.21 11: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 노조와해 24차 공판...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피고인 신문
"미전실과 각 계열사는수평적 관계… 자율적으로 의사 결정"
"문건, 근무여건 등 조직관리 대부분… '노조와해' 지시한적 없어"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계열사 협력업체의 노조 설립은 삼성의 주요 현안이 아니다. 삼성(전자) 내 협력업체만 수백 곳에 이르고, 2차 협력사까지 합하면 천여 곳이 넘는다. 이 회사들 중에는 이미 노조가 있는 회사도 많은데, 협력사 한 곳에 노조가 생긴다고 해서 그룹 전체에 영향이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 심리로 열린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의혹’ 24차 공판에 출석해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의 노조설립 여부에 대해 보고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보고를 받은 적 없고, 협력사 문제에 삼성이 관여하지는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검찰은 1999년부터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인력팀에서 노무업무를 총괄했던 강 부사장이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에 대한 노조와해 전략 수립을 지시하고, 그 진행 경과를 보고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강 부사장은 “직원 임금에 대한 사안을 비롯해, 근로감독을 받거나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는 일부 보고를 받긴 하지만, 제가 의견을 제시하거나 의사결정을 한 바는 없다”며 “노사전략 문건 내용의 대부분은 조직관리에 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해 2월 검찰은 삼성전자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던 중 노사전략이 담긴 하드디스크 7개를 확보하고, 이를 근거로 삼성이 계획적·조직적으로 각 계열사와 협력사 등에 노조와해 지시를 내린 것으로 봤다. 

하지만 강 부사장은 이날 피고인신문에서 “노사전략 문건은 2011년부터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면서, 이를 대비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은 문건에 불과하고 실행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시 경험이 없다 보니 경영계와 노동계 등에서 횡행하던 여러 내용을 모아서 문건을 만들게 된 것”이라며 “문건에 일부 과격한 표현이 들어간 부분을 제어하지 못한 것에 대해선 반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그룹차원에서 작성한 문건이라면 그룹 산하 회사들은 모두 준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추궁하자, 강 부사장은 “그룹 노사전략이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해당 문건은 그룹 차원의 전략이 아니라 미전실(옛 미래전략실) 노사파트 차원에서 업무 계획을 위해 만든 것이고 외부로 시행되지 않은 문서”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미전실과 각 관계사는 수직적인 지휘감독 관계가 아니다. 각사가 자율적으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합법적 경영방식인 ‘비노조 경영’을 통해 근무여건과 불합리한 조직문화 개선, 임직원 간 공감대 형성으로 노조가 필요없는 근무환경을 만들려 힘쓴 것은 사실이지만, 노조설립을 방해하거나 와해시키려 한 적은 없다는 것이 강 부사장 진술의 핵심이다.  

검찰은 노조파업 중이던 2014년부터 전자서비스 동래·해운대·아산·이천 협력사가 차례로 폐업했는데 그 사실을 아느냐고 물었다. 

강 부사장은 “협력사 폐업 방안 등에 대해 보고를 받은 적은 없고, 당시 언론 등을 통해 위장폐업 이슈가 불거지고 있던 상황”이라며 “목장균 상무에게 어떻게 된 것인지 물어보니, ‘협력사 사장들이 폐업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답했다. 

검찰은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사 대표와 공모, ‘위장 폐업’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협력사 사장이 폐업 과정에서 삼성전자서비스측과 절차를 논의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협력사 폐업은 노조와의 갈등과 경영 악화 등으로 인해 사장이 자체적인 경영 판단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며 "협력사들은 폐업에 대한 경험이 없고 절차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삼성전자서비스의 도움을 받은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 사건 25차 공판은 27일 서울중앙지법 서관 417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