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살해협박까지... 노조 괴롭힘에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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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살해협박까지... 노조 괴롭힘에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폐업"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08.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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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노조와해 23차 공판... 이천 협력사 업무지원팀장 정 모씨 증인 출석
"이천 협력사 사장, 경영정상화 안간힘... 노조가 악덕사장으로 몰았다"
살해협박 정황도 공개… "사장 캐비넷서 식칼과 '너 죽인다'는 메모 발견"
사진=시장경제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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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기획 폐업’으로 의심하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 경기 이천 협력사 폐업이 실제는 노조원 파업으로 인한 업무불이행과 협력사 사장에 대한 노조의 도 넘은 인신공격 때문이란 증언이 나왔다. 노조원들은 협력사 사장인 김 씨를 ‘악덕사장’으로 지칭하며 물러날 것을 집요하게 요구했고, 심지어 ‘살해협박’을 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증언은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유영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의혹’ 23차 공판 증인신문에서 공개됐다. 

이날 증인으로는 2013년 3월부터 9월까지 삼성전자서비스 이천 협력사에서 업무지원팀장으로 근무했던 정모씨가 출석했다. 그는 비노조원이었지만, 근무 당시 노조원은 물론, 간부급인 노조 대의원 등과도 친분관계가 있던 인물이다.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가 노조원을 포섭해 노조를 탈퇴하도록 하는 이른바 ‘그린화’ 전략을 위해 정씨를 협력사 업무지원 팀장으로 내세웠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정씨는 검찰의 이런 시각에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처음 제게 업무지원 팀장직 제의가 온 것도 아니었고, 최초 지명자가 고사해 제가 맡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이천 협력사 사장인 김모씨가 2014년 3월 말 폐업하기까지 과정을 목격한 인물이다.

검찰은 이천 협력사 폐업이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기획 폐업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지만, 정 씨의 증언은 전혀 달랐다.

변호인 증인신문에서 정씨는 “이천 협력사 폐업이 삼성전자서비스의 지시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협력사 사장 김씨는 노조와의 갈등 때문에 폐업 전부터 제게 ‘폐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검찰이 삼성으로부터 압수한 문건에 따르면, 이천 협력사는 2014년 2월 삼성전자서비스 경원지사 윤모 지사장에게 재계약 거부 의사를 전했다. 당시 윤 지사장은 “다시 생각해 달라”며 페업 의사 철회를 권유했지만, 김 사장은 결국 폐업 절차를 밟았다.

검찰은 전국 협력사 108곳 중 51위의 준수한 실적을 올리던 이천 협력사가 폐업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씨 증언에 의하면, 이천 협력사 내에서 사장과 노조 사이 갈등은 심각했다.

정씨는 “노조는 일주일에 3~4번 정도 민노총 집회 등에 참가했다”며 “노조원들은 집행부로부터 파업지시가 내려오면 일을 다 내팽개치고 가기 때문에 비노조원들의 업무가 가중되는 현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천 협력사 내 처음 노조가 생겼을 때 노조원 비율은 외근직 80%, 내근직 20%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는 자신이 업무지원팀장으로 근무하는 기간 동안 노조원 비율이 계속 늘었으며 막바지에는 거의 모든 직원이 노조에 가입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따른 노조원과 비노조원 간 갈등도 심화됐다. 정씨는 “노조원들이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비노조원들에게 ‘배신자’라며 시비를 걸고 손가락질했다”며 “노조원들이 파업하면 수리접수 물량을 당일 처리하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였기 때문에 비노조 직원들의 불만도 쌓여갔다”고 회고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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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 정상화 노력한 이천 협력사 사장… '조롱'으로 답한 노조

협력사 사장인 김씨가 노조원들과 비노조원들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허사였다. 김씨는 “노조활동을 하더라도 근무에는 집중해 달라”고 사정했지만, 파업은 그치지 않았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당시 김 사장은 노조원들을 달래면서 기본급 180만원을 보장했고 이를 이행했다. 기본급 250만원도 약속했지만, 이 약속은 노조의 거듭된 파업으로 실현되기 어려웠다.

정씨는 “파업 자체가 민노총 금속노조 시지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므로 특별한 요구사항이 없어도 노조에 가입한 전자서비스 협력사 전체가 단체행동에 나서게 된다”며 “파업 이유에 대해 노조원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데 ‘삼성을 바꾸고 나라를 바꾸고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라는 모호한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천 협력사 노조는 사장인 김 씨에 대한 인신공격을 퍼부었고 심지어는 살해협박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씨는 “2013년 8월쯤 김 사장으로부터 자신의 캐비넷에 신문지로 말린 식칼과 ‘너 죽는다’는 메모가 발견됐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노조는 김 사장의 딸이 다니는 학교 바로 옆에 김 사장의 이름을 조롱하는 ‘김0죄’라는 명칭을 넣어 ‘바지사장, 악덕사장 물러나라’는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노조는 업무에도 비협조적이었다. 정씨는 “출근하면 항상 김 사장과 저를 비롯해 비노조 직원 3~4명이 청소를 했다”며 노조원들은 청소에 동참하는 일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청소를 하면서 김 사장으로부터 폐업하겠다는 의사를 처음 들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김 사장은 결심한대로 2014년 2월21일 삼성전자서비스측에 폐업 의사를 전했고, 같은 해 3월31일 폐업했다. 하지만 노조는 폐업하는 날마저도 김 사장에 대한 조롱을 멈추지 않았다.

정씨는 “폐업하는 날 노조가 김 사장에게 ‘감사패’를 줬다”며 “노조가 그동안의 투쟁을 통해 ‘악덕사장’을 이기고 몰아낸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제 개인적으로는 조롱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증인신문이 마무리 된 후 정씨는 “이천은 지역사회가 좁은 곳인데, 김 사장은 노조에 의해 천하의 나쁜 놈으로 소문이 나버렸다”고 말했다. 협력사 직원이었던 정씨의 법정 진술은 노조 측이 김 사장을 얼마나 집요하게 괴롭혔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이날 예정된 증인 3명 중 정 씨를 제외한 2명이 출석하지 않으면서, 증인신문은 다음 공판인 20일로 넘어가게 됐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도 일부 증인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27일로 예정된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앞당겨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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