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수익만 20兆인데... 맥 못추는 은행株,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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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수익만 20兆인데... 맥 못추는 은행株, 왜?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08.1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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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실적에도 주가 부진... "성장률 둔화 예측반영 결과"
해외에서 활로 찾는 CEO들... 주가 부양 총력전 예고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올해 상반기 국내 은행들이 20조원을 상회하는 이자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와 대외 악재(惡材)가 겹치면서 기업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은행들이 나홀로 호황을 누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계속되는 실적 잔치에도 은행들의 주가(株價)는 좀처럼 맥을 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의 금리인하 기조와 대출규제가 계속되면서 은행들의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8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8%(4,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2011년(10조3,000억원)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다.

유형별로 이자이익은 20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9,000억원) 늘어났다. 상반기 기준 은행 이자이익이 20조원을 넘어선 것은 역대 최초다. 은행이 빌려준 자금의 총량이 계속 불어난 만큼 이자이익이 증가한 것이다.

은행들의 비이자이익도 3조6,000억원으로 17.2%(5000억원) 늘었다. 최근 시장 금리 하락으로 은행이 보유한 채권 등 유가 증권의 매매·평가 이익이 증가한 영향이다.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속사정은 복잡하다. 깊숙이 살펴보면 막대한 실적과는 달리 은행들의 수익성 지표는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이다.

실제 상반기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은 올해 상반기 1.61%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0.06%p 하락했다. 순이자마진은 은행의 이자 수익에서 이자 비용을 뺀 값을 전체 이자 수익 자산으로 나눈 것이다. 이는 최근 시장 금리 인하로 대출 금리가 내리며 은행의 예대 금리 차이가 과거보다 축소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은행의 판매비와 관리비는 11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00억원(8.9%) 늘어났다. 이는 급여인상·명예퇴직 등 정부 정책에 따라 인건비가 대폭 증가한 영향이다. 대손비용은 1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원) 대비 2조원(22.3%) 확대됐다.

국내 은행의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 역시 0.67%, 8.64%를 기록하며 1년 전보다 각각 0.02%p, 0.21%p 축소됐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꽉꽉 조이는 정부 규제 탓에 업황이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관계악화까지 대내외 악재가 이어져 시중은행들의 수익 저하는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일부 은행의 경우 하반기 순이자마진 하락 우려로 대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엄격한 리스크 관리에 나서기로 했는데 이는 보수적 경영과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은행들의 주가는 날개를 펴지 못한채 제자리만 지키고 있는 실정이다.

리딩뱅크인 신한금융지주의 주가는 지난 5월 말 4만8,000원까지 상승했다가 대내외 악재가 겹친 13일 현재 4만400원까지 하락했다. KB금융지주 주가도 5월 초 4만7,300원으로 고점을 찍은 후 계속 하락해 현재 3만8,250원까지 내려앉았다.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4월 초 3만9,550원까지 오른 뒤 하향세가 이어져 현재 3만1,850원까지 떨어졌다. 호재보다 악재가 산재한 탓에 최근 대약진을 보이고 있는 우리금융의 주가 역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들이 자사주 매입에 적극 나서면서 경영성과에 대한 자신감과 주주친화정책 의지를 대외에 알리고 있지만 여건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금융 수장들은 주가 부양의 해답을 해외에서 찾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이달 말 런던을 찾아 주요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한다. 조용병 회장은 현지에서 기존 주요 주주들은 물론 새로운 투자기관들과 미팅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이달 북미 지역에서 주요 기관투자자들과 만날 계획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다음달 런던을 비롯한 유럽 주요국을 방문해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또한 하반기 중 해외 IR을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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