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日 대책에 정신 팔린 사이... 가계대출 '눈덩이'
상태바
對日 대책에 정신 팔린 사이... 가계대출 '눈덩이'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08.08 09: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591조8,182억... 전월比 4조5,651억 증가
韓銀 기준금리 추가 인하 시 가계대출 증가세 급격히 커질 수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사진=시장경제신문 DB
홍남기 경제부총리. 사진=시장경제신문 DB

지난달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4조원 넘게 증가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증가폭이 4조원대를 기록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꽉꽉 조이던 정부의 고강도 규제도 소용 없는 모습이다. 경기 하강 국면 속에서 한일(韓日) 갈등까지 점화되자 시장금리가 뚝뚝 떨어졌고 수많은 이들이 은행을 찾기 시작했다.

전세자금대출 수요는 꾸준하다. 신규 입주물량 증가로 잔금대출 수요도 늘었다. 여기에 휴가철이 겹치면서 마이너스 통장 발급과 같은 신용대출이 눈에 띄게 불어났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조만간 7월에 이어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하하게 되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급격하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안팎에선 경기회복이 지연될 경우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이자 시한폭탄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문제가 결국 폭발할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내부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일본과 신경전을 벌일 겨를이 없다는 얘기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591조8,182억원으로 지난 6월보다 4조5,651억원 증가했다. 월간 가계대출 증가폭이 4조원대를 상회하는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7개월 만이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지난 4월부터 점차 확대되기 시작했다. 3월까지만 해도 증가폭이 2조2,628억원에 그쳤지만, 4월 3조3,779억원, 5월 3조9,252억원, 6월 3조7,743억원으로 상승하다가 7월 들어 4조원대를 돌파했다.

특히 가계대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6월 3조원 수준으로 올해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데 이어 7월에는 3조3,423억원으로 기록을 경신했다.

은행별로는 전월 대비 우리은행이 1조4,798억원, NH농협은행이 1조3,300억원, KEB하나은행이 9,946억원 늘었다. 반면 예대율이 다른 은행보다 높아 관리에 들어간 KB국민은행은 전월 대비 3,226억원 줄었다. 신한은행의 경우 대출금리 산정 관련 금융당국의 경고를 받은 뒤 주택담보대출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탓에 6월에 비해 규모가 1,395억원 감소했다. 

신용대출 증가폭도 연중 최고치를 나타냈다. 5대 은행의 7월 신용대출 잔액은 103조6,181억원이다. 6월 5,586억 원 증가분에 비하면 두 배가 넘는다.

5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430조원을 돌파했다. 대내외 악재가 겹겹이 쌓이면서 경영환경이 악화되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대출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부터 새로 바뀌는 예대율 규제 적용도 영향을 미쳤다. 예대율은 예금 대비 대출 비율로 100%를 초과할 경우 대출 취급이 제한된다. 내년부터 가계대출 가중치는 15% 상향되는 반면 기업대출은 15% 낮추는 새로운 예대율 규제가 적용된다.

하반기에도 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중(美中) 한일(韓日) 갈등이 하반기에도 계속될 경우 국내 경기 반등 가능성은 희박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위기 국면이 지속되면 고용부진·내수악화에 이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