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쓴맛 본 홈쇼핑들... 절치부심(切齒腐心) 재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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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진출 쓴맛 본 홈쇼핑들... 절치부심(切齒腐心) 재도전
  • 이준영 기자
  • 승인 2019.07.3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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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충돌로 인한 리스크… 법인설립 아닌 합작형태 우려 목소리도
롯데홈쇼핑은 지난 25일 인도네시아 대표 미디어 기업인 ‘엠텍(Emtek)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자카르타에 위치한 엠텍 본사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왼쪽 세 번째부터 롯데홈쇼핑 신성빈 기획부문장, 이완신 대표, 엠텍 수딴또 하르또노 사장. 사진=롯데홈쇼핑 제공
롯데홈쇼핑은 지난 25일 인도네시아 대표 미디어 기업인 ‘엠텍(Emtek)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자카르타에 위치한 엠텍 본사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왼쪽 세 번째부터 롯데홈쇼핑 신성빈 기획부문장, 이완신 대표, 엠텍 수딴또 하르또노 사장. 사진=롯데홈쇼핑 제공

부진한 국내사업 반등을 위해 해외진출을 시도했다가 줄줄이 철수했던 홈쇼핑 업계가 최근 현지 합작법인 형태로 다시 해외 문을 두드리고 있다.

국내 홈쇼핑의 해외진출은 지금까지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04년 CJ오쇼핑은 해외로 진출해 현재 ▲중국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멕시코 등 6개국에 진출한바 있다. 이 중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만 성과를 거두고 나머지는 영업손실을 기록중이다. 일본과 터키, 인도에도 진출했지만 실적부진으로 철수했다. 

롯데홈쇼핑도 2010년 중국과 베트남, 대만에 진출했지만 대만을 제외한 두 곳은 철수했다. GS홈쇼핑은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케이만제도 ▲키프러스 ▲러시아 등 7개국에 진출했지만 지난해 기준 키프러스만이 이익을 거뒀다. 올해 1분기에도 태국, 베트남, 케이만제도, 인도네시아만 적자를 면했다.

이처럼 홈쇼핑업계는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해외시장을 노렸지만 상당부분 사업을 접거나 부진한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해외진출 전략을 다시 짜고 재도전에 나섰다.

◇롯데홈쇼핑, 이번엔 인도네시아… 콘텐츠플랫폼으로 해법마련

3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2010년 중국5개 지역과 베트남, 대만에 진출했지만 현지 실적부진으로 중국과 베트남에서 철수했다. 대만은 현지법인과 합작한 '모모홈쇼핑'이 성과를 거뒀다. 

롯데홈쇼핑은 중국, 베트남의 실패를 딛고 인도네시아 진출에 힘을 주고 있다. 이번엔 현지 미디어 기업과 협업해 콘텐츠플랫폼과의 교류로 해법을 찾는 모양새다.

롯데홈쇼핑은 이달 25일 인도네시아 미디어기업 엠텍(Emtek)과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을 통해 양사는 현지 시장 및 미디어 커머스 사업 추진에 대한 상호간의 협력 체계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내에서 주요 방송사업, 홈쇼핑 채널 운영 등 미디어 기반의 다양한 사업 역량을 가지고 있는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협약을 체결한 엠텍은 1983년 설립된 인도네시아 대표 미디어 기업이다. 주요 사업은 방송사업으로 인도네시아 전역에 방송되는 SCTV 채널을 비롯해 자카르타 지역 홈쇼핑 방송인 '오샵(O Shop)'을 송출하는 '오채널(O Channel)'을 운영하고 있다.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는 "이번 협약을 시작으로 앞으로 다양한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과의 교류를 통해 미디어 커머스 선도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롯데홈쇼핑의 목표"라고 말했다. 

◇현대 '호주'·홈앤 '대만', 현지기업과 '맞손'

현대홈쇼핑은 한류열풍을 업고 중국과 베트남, 태국 등에 진출했지만 사실상 중국사업은 접은 것으로 알려진다. 대신 8월1일 호주 TV홈쇼핑 채널 오픈샵 개국으로 호주시장에 진출한다.

현대홈쇼핑 '오픈샵' 방송. 사진= 현대홈쇼핑
현대홈쇼핑 '오픈샵' 방송. 사진= 현대홈쇼핑

현대홈쇼핑은 호주 1위 민영 지상파 사업자인 '세븐네트워크'와 송출 계약을 체결하고, 무료 지상파 75번 채널을 배정받아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 애들레이드, 퍼스 등 호주 5대 도시에 24시간 홈쇼핑 방송을 송출한다.

이를 통해 현대홈쇼핑은 오는 2021년까지 방송 송출 지역을 유료 지상파 채널까지 포함해 호주 전역(750만 가구) 확대와 1000억원 매출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현대홈쇼핑이 호주를 해외 TV홈쇼핑 사업지로 선택하기로 한 것은 호주의 높은 경제 수준 때문이다. 호주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약 5만3800달러(2017년 세계은행 기준)로, 세계에서 9번째로 높다. 여기에 신용카드(86%)·인터넷(87%) 보급률이 90%에 이르는 등 TV홈쇼핑 사업에 필요한 제반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점도 고려됐다.

강찬석 현대홈쇼핑 사장은 “경쟁력 있는 현지 방송사업자와의 파트너십과 ‘한국식’ 홈쇼핑 운영 노하우를 통해 ‘오픈샵’을 호주시장에서 조기 안착시키겠다”며 “호주 TV홈쇼핑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 수준이 높은 국가로 해외 홈쇼핑 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홈앤쇼핑은 타 업체와 달리 TV가 아닌 온라인 판매로 진출한다. 특히 해외 현지 유통채널을 이용해 국내 파트너사의 판매를 돕는 '상생'방식으로 눈길을 끈다.

대만 온라인 쇼핑기업 'PChome'과 손잡은 홈앤쇼핑은 'e글로벌'팀을 신설해 본격 대만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를 통해 국내 유망 중소기업 제품을 직매입해 대만 유통채널에 직접 판매할 계획이다.

한편 최근 홈쇼핑업계해외진출이 현지법인 설립이 아닌 현지기업과 합작형태 진출이 많은 것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기업과 합작형태는 자칫 의견충돌로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나올수 있다"라며 "방송사업 특성상 국가규제 등으로 변수가 많아 자리잡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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