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로 찔금 떨어진 집값, ‘금리인하’ 한방에 도루묵
상태바
규제로 찔금 떨어진 집값, ‘금리인하’ 한방에 도루묵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9.07.30 0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0.25%p 인하하자 서울 집 값 다시 상승
전문가들 "갈 곳 잃은 유동자금, 안전 자산 부동산으로 몰릴 것"
국토부는 집 값 잡기 위해 ‘분양가상한제’ 추진
(왼쪽)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각 기관 제공
(왼쪽)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각 기관 제공

37세의 동갑내기 커플 최혁진‧조미연 씨(가명)는 최근 결혼을 앞두고 내 집 마련 고민에 빠졌다. 정부에서 집 값을 잡겠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해 집을 사지 않고 전세나 행복주택 등으로 신혼집을 마련키로 계획 했는데, 정부가 갑자기 금리를 인하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주택 대출 등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양가부모님의 지원과 그동안 모은 돈, 주택 담배 대출을 더하면 서울 중심가는 힘들어도 서울 외곽에 4억원대의 아파트는 분양에 도전해 볼만하다는 것이 이 예비 신혼부부들의 계획이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다시 확대됐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추진으로 잠잠했던 상승세가 금리인하 발표로 자극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최혁진‧조미연 예비신혼부부처럼 전세 또는 임대아파트로 집을 마련하려고 했던 수요층이 금리인하 여파로 인해 매매 수요층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전국 주택 및 아파트 매매가격은 7월에는 보합권인 -0.01% 하락을 기록했다. 하지만 서울은 0.26% 올랐고, 수도권과 주요 50개 아파트도 상승했다.

수도권(0.10%)은 전월대비 상승했고 5개 광역시(0.01%)는 보합권에 머무른 반면 기타 지방(-0.29%)은 전월의 하락률(-0.33%)과 유사한 수준으로 하락했다. 수도권에서는 경기(-0.01%)는 하락했고, 인천(0.00%)은 전월 대비 보합이며, 서울(0.26%)은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는 전월까지 하락이었으나 7월에는 0.37%로 상승으로 전환됐다. 단독주택이 0.34%, 연립주택 0.07% 상승해 주택 전체 0.26% 상승했다. 인천을 제외한 지방 5개 광역시는 대전(0.25%), 대구(0.17%), 광주(0.07%)는 전월 대비 상승세를 보였다. 울산(-0.48%)과 부산(-0.09%)은 하락했다. 기타시도에서는 전남(0.36%)은 전월 대비 상승했고, 강원(-0.74%), 경남(-0.61%), 충남(-0.50%), 충북(-0.27%), 세종(-0.25%), 전북(-0.17%), 경북(-0.06%) 지역이 전월 대비 하락했다.

사진=KB부동산
사진=KB부동산

정부 조사기관이 한국감정원도 서울 집값이 올랐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25일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이번주(지난 22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2% 올랐다. 전주(0.01%)보다 상승폭이 커진 것으로, 4주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하락세를 보인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대개 보합 내지 소폭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강남권은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0.02% 상승했다. 재건축 단지는 대체로 보합 내지 소폭 하락했지만 개발 호재 및 일부 신축단지 수요로 아파트값이 오른 것이라고 감정원은 분석했다. 상한제가 민간택지에도 적용될 경우 재건축 단지의 사업성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상한제 영향이 제한적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서초구 반포 자이·잠원동아 등 신축 단지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초구가 0.0% 올라 서울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강남구와 송파구도 각각 0.05%, 0.04% 올라 전주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8일 기준금리를 1.50%로 0.25%p 인하했다. 3년 1개월 만에 이뤄진 금리인하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기조로 돌아서자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인하되면서 갈 곳을 잃은 유동자금이 안전 자산인 부동산 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당국도 8월말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한다. 이에 따라 변동금리 주담대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이하 HF)는 장기 고정금리·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 8월 금리를 0.10%p 내린다고 25일 밝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금리가 낮아지면 실수요자 입장에선 대출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내 집 장만을 고려할 만하고, 대출 의존도가 높은 수익형 부동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투자자가 몰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