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앞둔 변호사가 들려주는 진짜 스타트업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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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앞둔 변호사가 들려주는 진짜 스타트업 법률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7.03.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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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한경 변호사와의 인터뷰는 ‘실전’이었다. 답변 하나하나가 상식이 아닌 경험이었다. 변호사가 아닌 스타트업 대표와 인터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전 질문지를 준 것도 아닌데,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2초를 넘기지 않았다.

‘똑똑한 변호사이니 당연한 것 아닐까’라는 내면의 질문과 충돌했다. 그렇다. 그는 똑똑하다. 사회 엘리트라고 불릴 만한 스펙을 가졌다. 하지만 그의 인터뷰는 스펙에서 온 자신감이 아니었다. 많이 배웠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답변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가 ‘실전 답변’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터뷰를 마칠 때 즈음 알게 됐다.

고 변호사는 가까운 시일내에 본인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로 창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창업을 위해 연봉을 포기하고 한 스타트업에 입사를 하기도 했다. 그가 맡은 업무를 팀으로 분류하면 법무팀, 마케팅팀, 인사팀, 재무팀 등등등 이었다. 그가 있었던 스타트업은 현재 상장이 돼있다.

고 변호사와의 인터뷰는 지난 2일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고한경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와 사법고시 패스 등 사회 엘리트 계층으로 불릴만한 스펙을 가졌다. 하지만 그는 창업을 하기 위해 연봉과 스펙을 버리고 스타트업에 입사하기도 했다. 이런 그의 인터뷰는 '실전'이었다.사진=정상윤 기자.

-그동안 부자 산업인 의학 분야에서 변호사 일을 해왔습니다. 가난한 스타트업 분야로 노선을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만든 아이디어로 가까운 시일 내에 스타트업을 창업할 계획입니다. 창업을 계획하다보니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스타트기업 직원으로 입사해 상장을 시켜줬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상장(코넥스)된 것은 맞지만 저 혼자 때문에 상장이 된 것은 아닙니다. 동료 직원 모두가 노력한 결과입니다.”

-의료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변호사였는데 스타트기업에 들어간 이유가 궁금합니다.

“창업을 위해 스타트업의 업무를 경험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찰나에 지인으로부터 같이 일해 보자는 제안이 들어와 입사하게 됐습니다.”

-일선 유명 변호사를 스카우트 할 정도면 재정이 넉넉한 스타트업이었나 봅니다.

“아닙니다. 창업을 경험한다는 마음으로 연봉을 포기하고 근무했어요. 일도 변호사가 아닌 일반 직원으로서 업무(마케팅, 재무, 인사 등)를 맡았죠. 그런데 생각보다 그런 일들이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직접 참여해보니 밖에 있을 때와 다른 것이 있던가요?

“기업이 원하는 니즈, 그렇지만 일반 법률 사무소에서 듣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정확히 알게 됐어요. 사업 회의에 들어가 보니 법률적으로 굉장히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어요. 예를 들면 여러 아이템을 기획해요. 그리고 법적으로 타당한지 변호사한테 검토 받아요. 기업입장에서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업무 절차 방식이지만 시간만 오래 걸리고, 제대로 된 답변을 받을 수 없어요. 차라리 변호사가 회의에 참여해 즉각 조언을 받는 것이 몇 배 이상 효율적이에요. ‘이건 이렇기 때문에 불법입니다’라고 말해주면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요’라는 해결책을 도출시킬 수 있어요.”

고한경 변호사는 직접 스타트업에 들어가 회의에 참여해 본 결과 스타트업이 원하는 법률 니즈와 법률 사무소에서 말해주는 솔루션이 천치차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정상윤 기자.

-스타트업이 회의 결과를 가지고 와서 법률 자문을 받는 것 보다 변호사를 회의에 참여시켜 법률을 조언받는 것이 더 좋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맞습니다. 차라리 이렇게 하는 것이 서로에게 윈-윈이 됩니다.”

-의료 변호사에 이어 스타트업 직원을 거쳐 지금은 스타트업 변호사가 됐습니다. 이쪽 업계에 와보니 어떤가요.

“스타트업‧벤처 산업은 정말 많이 성장했고, 그에 따른 분쟁도 변화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어떻게 변화하고 있다고 느꼈는지요.

“과거에는 대기업(기존 산업, 스타트업의 아이템 베끼기)과 골목상권(스타트업)의 문제가 주류를 이뤘다면 지금은 회사의 임원이 퇴사 후 기존 회사의 기술을 가지고 스타트업을 차리는 영업비밀-부당경쟁 논란,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스타트업과 스타트업 사이의 특허권 분쟁, 스타트업 열풍에 따른 근로계약 문제가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분쟁으로 봤을 때 산업의 태동기는 넘어섰고, 성장기와 전성기 중간 단계에 와 있는 법률 분쟁들입니다.”

-근로계약 문제는 ‘최저임금’을 말하는 건가요.

“최저임금을 포함한 전반적인 근로계약이 문제입니다. 회사에 돈이 없다보니 사업 초창기에 직원을 충원할 때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 성공 시 몇 퍼센트의 주식을 지급하겠다’는 식이에요. 생각보다 많은 스타트업이 이런 조건으로 인력을 채용합니다. 문제는 주식 값이 최저 임금 이하라는 점과 중간에 퇴사 시 근로계약이 깨진다는 점입니다.”

-혹시 앞서 말한 것과 관련해서 기억에 남는 변호가 있으신지요.

“부당경쟁과 관련해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습니다. A벤처기업은 헬스케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이 기술은 세계적으로 선두 기술을 가진 기업이 없었고, 노력하면 세계적인 기술로 인정받을 만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임원이 퇴사 후 기존 회사에 있던 기술을 약간 개량해 별도 법인(사타트업)을 차렸고, 외국계 기업과 M&A까지 해버렸습니다. 그때 즈음 본 기업은 알게 됐고, 소송에 이르게 됐습니다.”

-이는 경업 금지나 국외 기술 유출이 아닌지요.

“맞습니다. 다 위반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이미 M&A가 끝나고, 영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여서 법원이 본 기업의 손을 들어준다 해도 사업 추진을 막을 만한 조치가 애매한 상황이었습니다. 아주 안타까운 사건이었죠. 지금도 수많은 스타트업, 벤처기업들이 경업금지, 기술 유출 금지 서약서 두루뭉수리하게 작성하고 있어 문제가 커 보입니다.”

-영업 비밀을 위한 팁을 하나 알려주신다면.

“퇴사할 때 정보(노트북, 데스크탑, 핸드폰, 이메일, 태블릿PC 등)를 확인하겠다는 조항을 서약서에 삽입하는 것입니다. 이미 거의 모든 대기업이나 기술 중심의 기업은 시행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변호사와 함께 서약서를 만들면 좀 더 타이트하게 작성할 수 있어요.”

-변호사 상담료가 꽤 비싼 걸로 알고 있는데, 스타트업 입장에선 부담스럽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요즘 스타트업 관련 상담료는 정말 많이 저렴해요. 상장 기업들과는 다르게 요율을 정하고 있습니다. 부담을 가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고한경 변호사는 경영 초반 변호사와 잘 짠 계약서 한 장이 차후 대형 로펌의 공격도 막아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진=정상윤 기자.

-서약서를 면밀히 작성해 방어에 성공한 사례도 있을까요.

“기술을 가진 A씨와 돈을 투자한 B씨가 공동 창업을 할 때 저에게 와서 공동 경영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사업은 승승장구했고, 매출도 수 억 원 이상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1년 후 기술을 가진 A씨가 계약을 파기하겠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익을 반반으로 나누지 않겠다는 심산이었습니다. 당시 A씨의 소송을 맡은 곳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정도의 대형 로펌이었습니다. 하지만 공동 창업 계약서를 타이트하게 작성한 덕분에 ‘스톡옵션 추가’ 등의 합의 수준에서 소송을 중도 포기했습니다. 잘 만든 계약서 하나로 인해 변호사 선임 비용도 없이 소송을 막은 것이죠.”

-스타트-벤처기업을 위한 법률서비스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제가 직접 스타트업에 근무해보니 그들에게 필요한 건 ‘토탈솔루션’이에요. 단순히 변호사 업무만이 아니라 변리사, 노무사 등과 협업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끝으로 스타트업계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스타트산업 발전에 따른 정부의 정책도 빠르게 따라와 줬으면 좋겠어요. 현재 우리나라의 창업 제도는 ‘쉽게 창업하기’에 맞춰져 있어요. 쉽게 창업하게 만들어 예산을 잘 사용했는지 확인하면 되는 시스템이죠. 하지만 지금은 성장기에서 전성기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 주변도 같이 성장해야 할 시기예요. 컨설팅, 보육, 법률 지원 서비스가 좋은 예가 될 수 있죠. 창업 시 잘 만든 계약서 하나가 대형 로펌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스타트업 관계자와 정부 관료 모두 알았으면 좋겠어요."

 

[프로필]

- 서울대학교 법학부 졸업

- 51회 사법시험 합격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생명의료연구과정 수료

-크라우드 펀드 매니저 과정 수료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법무법인 나무

-현재 유앤아이파트너스 법률사무소 파트너 변호사

 

[사회활동]

-한국간호교육평가원 이사

-현 H,G 사 등 바이오/스타트업/벤처기업 법률자문

-현 K사 등 프랜차이즈 법률자문

-현 중소기업고문변호사단 특별위원회 위원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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