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6호 초대형 IB' 신한금투... 신남방 거머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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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6호 초대형 IB' 신한금투... 신남방 거머쥔다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07.2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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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0억 유상증자 발판... 김병철號, 원신한 선봉 거듭
신남방 공략 포인트는 철저한 현지화, GIB 설계 발판
신한금융투자 여의도 본사 전경. 사진=신한금융투자 제공
신한금융투자 여의도 본사 전경. 사진=신한금융투자 제공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요건을 충족하는 국내 6호 초대형 투자은행(IB)이 마침내 탄생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먼저 미소를 지은 주인공은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이었다.

당초 하나금융투자와 메리츠종금증권의 추격이 예상됐지만 김병철 사장은 신한금융지주로부터 6,600억원의 유상증자를 받아내는데 성공하고 신한금융투자를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로 끌어올리는 발판을 만들었다.

지난 3월 취임식에서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초대형 IB 도약에 성공하면서 김병철 사장의 입지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원신한(One Shinhan) 중심에 선 김병철號

환한 봄날이 도래했다. 22일 신한금융투자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모기업 신한금융지주가 유상증자 대금 6,600억원을 25일 납입하고 다음달 9일 신주권을 교부받는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이번 유상증자로 신한금융투자는 자기자본 4조원을 넘기게 돼 초대형 IB로 지정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게 됐다. 금융당국의 단기금융업 인가를 통과하면 발행어음 사업도 가능해진다. 신한금융투자가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에 이어 6번째 초대형 IB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이뤄낸 값비싼 성과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5월 정기 이사회를 열고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출자를 의결한 바 있다. 당초 스케줄은 6월 중 자본확충을 실시하는 것이었지만 증자 이후 사업 계획에 대한 세부적 논의가 길어진 탓에 증자 일정은 8월로 연기됐다.

김병철 사장은 증자가 미뤄지는 것을 최대한 막기 위해 지난 두 달간 집중적으로 지주 측과 의견을 교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경쟁력 확대를 위한 조직개편도 실시했다. 신한금융투자는 글로벌 투자금융(GIB) 부문 내에 구조화금융본부·투자금융본부·대기업금융2부를 각각 신설하고, IB 관련 업무지원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경영지원그룹도 새로 만들었다. 또한 심사 체계의 고도화와 전문성 강화를 위해 심사2부도 신설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번 유상증자을 통해 신한금융그룹 내 자본시장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신한금융투자는 조용병 회장이 목표로 하는 해외 IB 시장 개척의 선봉(先鋒)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조용병 회장은 취임 후 매트릭스 조직화를 본격화하며 GIB(Group & Global Investment Banking Group) 매트릭스 조직을 구축한 바 있다.

신한금융 GIB는 잘 맞물린 톱니바퀴를 연상케 한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중심을 잡는 곳이 바로 신한금융투자다. 계획이 실행되면 신한생명과 캐피탈이 역량을 더하고 마지막으로 자금력이 있는 신한은행이 도장을 찍는다. 이는 조용병 회장의 원신한(One Shinhan) 전략과 궤를 함께 한다.

#. 신한금투, 베트남 시장에서 우뚝

신한금융투자는 그간 해외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보여왔다. 특히 신한금융그룹의 신남방정책 요충지로 꼽히는 베트남에서 일궈낸 성과들이 눈에 띈다.
 
앞서 신한금융투자는 신(新)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글로벌 비즈니스의 일환으로 2016년 2월 베트남 법인을 출범시켰다. 출범과 함께 신한금융투자 베트남 법인은 국내 고객들에게 성장성 높은 우수한 상품을 공급하고 본사 IB 부문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를 창출해나갔다.

2017년 신한금융투자 베트남 법인은 베트남 1위 소비자 여신 전문 회사인 'VP파이낸스 대출채권' 유동화 거래에 참여해 230억원 규모의 달러화 표시 채권을 국내 투자자들에게 제공했다. 이를 시작으로 현지화 된 딜을 발굴하고 본사는 물론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해 성공적인 IB 딜을 진행 중이다.

2018년 5월에는 베트남 1위의 전력장비 그룹이자 호치민 증권거래소 상장사인 젤렉스(GELEX)의 4,000억동(190억원) 규모 현지 기업 회사채 발행을 주관했다. 젤렉스 회사채 발행 거래는 베트남 역내에서 현지 통화인 동화 채권으로 이뤄졌다. 이는 베트남 기관투자자들에게 판매까지 한 실질적 의미의 현지화 딜이었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베트남 법인이 직접 사업을 발굴하고 GIB가 발행 구조의 설계를 자문하는 등 긴밀한 협업으로 업계 최초의 현지화된 IB 딜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국내 증권사 최초로 베트남 기업의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주관을 진행했다. 발행회사는 유럽·미국·일본 등 선진국으로 플라스틱 포장재를 수출하는 동남아 1위 플라스틱 포장재 생산 업체 안 팟 플라스틱(An Phat Plastic)이었다. 발행규모는 총 4,000억동(190억 원)이었다. 이 역시 베트남 역내에서 현지 통화인 동화표시 BW로 발행됐다. 현지 기관투자자들에게 세일즈까지 이뤄진 현지화된 IB 딜이었다. 신한금융투자 베트남 법인이 딜을 발굴하고 GIB 그룹이 최적의 발행구조와 관리까지 설계한 원신한 솔루션(One Shinhan Solution)이다.

2018년 1월에는 베트남 다낭의 호텔에 투자하는 5,500만불(615억원) 규모의 IB 딜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베트남 다낭의 포포인츠바이쉐라톤(Four Points by Sheraton) 호텔을 담보로 대출을 진행하고 이를 유동화해 그에 따른 이자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총 투자규모 5,500만불(615억원) 중 3,500만불(390억원)은 연 6% 확정금리 상품으로 만들어져 신한금융투자 고객들에게 제공했다. 남은 2,000만불은 신한금융투자가 후순위 투자자로 참여했다.

베트남의 경우 외국 기관의 부동산 담보 취득권리를 인정하지 않지만 현지은행인 신한베트남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계약을 맺고 담보권을 설정해 상품의 안정성을 높인 사례였다. 신한금융투자 GIB가 베트남 다낭 쉐라톤 호텔 딜의 주체로 상품 설계·공급을 담당했다. 여기에 신한 베트남은행이 담보관리를 지원하면서 현지의 법률적 난제를 해결하는 등 원신한(One Shinhan)의 가치가 돋보인 딜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신한금융투자는 잠재력이 큰 베트남 시장에서 철저한 현지화를 통한 기회를 발굴하고 향후 발전 가능한 새로운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경주하고 있다.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3월 26일 취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경영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투자 제공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3월 26일 취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경영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투자 제공

#. 인니에서 일궈낸 굵직한 성과들

인도네시아에서 거둔 성과도 만만치 않다.

신한금융투자 인도네시아 법인은 2016년 12월 현지 증권사인 마킨타 증권의 지분 99%를 인수하며 출범했다. 리테일 브로커리지에 집중하는 증권사와는 달리 현지의 중소 IB 시장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신한금융투자 인도네시아는 2017년 12월 현지 2위 아이스크림 제조 업체인 캄피나(Campina)의 기업공개를 성공리에 진행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있는 한국 증권사 중 최초로 현지 기업을 거래소에 상장시킨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당시 캄피나는 상장과 함께 가격제한폭(50%)까지 상승, 상한가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신한금융투자 인도네시아는 캄피나 IPO 진행 외에도 증시 상장기업인 부바(BUVA)의 250억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현지 IB 시장에서 다양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나아가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9월 증권업계 최초로 인도네시아 기업 TKIM의 2,500만불 규모 김치본드 발행했다. TKIM은 전세계 제지업체 가운데 최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APP 그룹의 계열사이자 자카르타 증권거래소 상장사다. 딜의 주관은 신한금융투자와 KEB하나은행이 공동으로 맡았다. 국내 굴지의 금융사 간 협업이 인도네시아 현지 최초 김치본드 발행을 이끌어낸 것이다.

신한금융투자의 인도네시아 회사채 발행은 젤렉스 회사채 발행에 뒤처지지 않는 글로벌 IB 성과로 꼽힌다. 인도네시아 기업 최초 김치본드 발행이라는 상징적인 트랙레코드의 추가다. 업계에선 신한금융투자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이 단기간 내 주목할만한 시장 입지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올해도 성과는 이어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5월 인도네시아 기업의 9,000만불(1,000억원) 규모 김치본드 발행을 성공적으로 주관했다. 발행사는 APP 그룹의 계열사인 LPPI였다.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이 한국에서 외화 표시 채권을 발행한 것은 두 번째다. 대표 주관사는 신한금융투자가 맡고 키움증권과 KB증권이 공동주관사로 참여했다. 해외시장에서 인지도가 낮은 국내 증권사들이 소모적 경쟁을 하지 않고 상호 협력해 코리아 브랜드를 현지에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가장 최근인 지난 14일에는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에 한국계 기업 '이노사이클' 상장을 마무리했다. 재외동포가 이끄는 한상기업이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에 상장을 한 최초의 사례다. 이노사이클은 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해 재생 폴리에스터 단섬유를 생산하는 친환경 재생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인도네시아 진출 30년이 넘은 대표 한상기업 하일론 그룹의 자회사다. 지난해 생산 공장을 증설로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가장 큰 생산시설을 바탕으로 10개국 이상의 추풀 채널을 확보한 상태다. 이번 상장은 지난 2017년 인도네시아 2위 아이스크림 업체인 캄피나 이후 두 번째다.

#. 신한알파리츠 성공이 갖는 의미

국내 활동도 활발하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8월 공모리츠인 '신한알파리츠'를 상장했다. 이는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판교 알파돔 6-4 블록과 오피스빌딩인 알파돔시티 등 부동산에 간접투자하는 상품이다. 지난달 약 5,000억원 규모 중 1,140억원에 대해 일반공모를 진행했다. 당시 역대 공모리츠 사상 최대 금액인 4,927억원이 몰려 4.32 대 1이라는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며 4,849명의 투자자를 모집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소액 부동산 투자 활성화를 위해 최소 청약금액을 5만원(10주)로 낮춘 덕에 1,000만원 이하 소액투자자가 전체 청약자의 약 37%인 1,785명에 달했다.

이로써 신한알파리츠는 부동산투자회사법이 표방하는 '일반 개인의 건전한 소액부동산 투자  활성화'라는 취지에 부합하는 국내 최초의 성공사례로 기록되게 됐다. 지금까지의 리츠나 부동산펀드는 기관 투자자나 거액 자산가들만의 전유물이었으나 신한알파리츠의 성공적인 공모와 상장으로 국민 누구나 소액으로도 초대형 빌딩의 건물주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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