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스트가 확보가 급하다... 이재용, '2차 수출규제' 대비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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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스트가 확보가 급하다... 이재용, '2차 수출규제' 대비 총력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07.1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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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정부의 핵심소재 수출 규제에도 한국 반도체 산업 '굳건'
2차 수출규제가 관건… 이재용 부회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해야"
일본 방문뒤 귀국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YTN 뉴스화면 캡처
일본 방문뒤 귀국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YTN 뉴스화면 캡처

일본 정·재계에서 흐르는 냉랭한 기류를 감지했던 것일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5박 6일간의 일본 출장을 마무리하고 한국을 돌아온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수립 지시였다. 

이 부회장의 이 같은 지시는 일본 정부의 대(對) 한국 수출 규제가 반도체 핵심 소재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산업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한·일 양국 정부가 외교적 접점을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수출규제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일본 출장에서 귀국한 다음날인 13일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했다. 회의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부회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매년 6월 사장단 회의를 열어 왔지만, 이번처럼 한 달도 채 안돼서 다시 여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그만큼 삼성전자 내부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부회장은 이번 회의에서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사장단에게 각 사업별 ‘비상계획’ 수립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가 단발성이 아닌, 2차, 3차로 번질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인 스마트폰과 TV, 가전부문의 핵심소재 거래선을 다변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도체와 관련해선 ‘급한 불은 껐다’는 관측이 업계를 중심으로 나오고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대책인 만큼, 국내에서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적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본 정부가 한국으로의 수출을 규제하는 3가지 품목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와 레지스트(감광액),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은 전 세계 생산량의 70~90%를 일본이 생산하고 있다. 

이 중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경우, 국내 업체에서도 제조하고 있기 때문에 대체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식각(에칭)과 세정에 사용되는 고순도불화수소 역시 국내 업체가 생산하고 있다. 

다만, 반도체 수율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다 생산 공장 증설도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적용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 대만 등에서도 고순도불화수소를 생산하기 때문에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은 적다. 

삼성전자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레지스트 확보에 있다. 레지스트는 공정마다 쓰이는 제품이 다른데, 일본정부는 7나노 극자외선노광(EUV) 공정에 적용되는 제품만을 수출 규제했다. 이는 최근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만 TSMC와 7나노 공정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업체들도 아직 7나노 공정에 쓰이는 레지스트를 생산하지는 못하고 있다. 

한편으로, 삼성전자가 미국의 레지스트 개발 기업인 인프리아를 통해 EUV용 레지스트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최근 제기되고 있다. 이 회사는 삼성 계열사인 삼성벤처투자가 지난 2014년부터 약 2800만 달러를 투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5년 전부터 삼성전자는 소재 거래선 다변화를 위한 '큰그림'을 그려 온 셈이다. 

인프리아의 레지스트 기술은 ‘금속 산화물 기반(non-CAR)’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일본 업체들의 ‘화학 증폭형 레지스트(CAR)’ 방식과 다르지만, 7나노 이하의 5나노, 3나노 공정에는 더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경기 화성사업장에 EUV 전용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만약 인프리아와의 소재 공급이 성사된다 해도 공정에 적용하기 위한 테스트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수율 문제만 해결된다면 인프리아의 레지스트가 화성 EUV 공장에 본격적으로 적용될 가능성도 졈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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