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안법 시행 1년 앞두고도…남대문시장 상인들 법안조차 “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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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안법 시행 1년 앞두고도…남대문시장 상인들 법안조차 “잘 몰라”
  • 임현호 기자, 김새미 인턴기자
  • 승인 2017.03.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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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안법? 그게 뭐여? 그렇게 어려운 법은 우리같이 나이 많은 사람들은 잘 몰라.”

의류를 판매하는 시장상인 박모씨(74세)는 손사레를 치며 말했다. “시에서 아직 공문이 내려온 것도 아니고 아무 연락도 안 왔는데(전안법이 시행되는지 어떻게 알겠느냐)”는 식이다. 그는 “남대문시장에는 나이든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어려운 얘기는 잘 모른다”고 덧붙였다. 형제사의 김순자씨(76세)도 전안법에 대해 묻자 고개를 저으며 “모른다”고 답했다.

남대문시장의 의류상가들. 내년에 시행될 전안법에 대비하는 모습은 특별히 보이지 않았다. 사진=시장경제신문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이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전안법 시행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았으나 정작 남대문시장 의류 상인들은 이런 법이 있는지도 잘 모르는 상황이었다. 전안법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남대문시장의 의류업체는 도소매를 포함해 3,000여곳. 남대문 시장의 전체 매장 중 29.2%다.

전안법은 기존에 전기·유아용품에만 한정됐던 안전확인 KC(국가통합인증마크) 인증서 보유 규정을 의류·잡화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사람의 피부에 닿는 모든 생활용품에 대해 KC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안법이 시행되면 의류 제조업체는 물론이고 소규모 유통·수입업자들까지 원단이 다를 경우 품목별로 20~30만원의 비용을 들여 KC 인증을 받아야 한다. 영세상인들이 개인적으로 감당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액수다. KC 인증을 따는 데에는 약 10일 정도 소요된다. 3~4일 만에 주문부터 배송까지 마치는 시스템에도 차질이 생긴다.

전안법에 대한 설명을 들은 한 상인은 “말도 안 되는 소리하고 있다. 백화점에서 하나에 100만원, 200만원 하는 옷이면 모르겠지만 싸게 입으라고 파는 시장 옷에 그런 걸 어떻게 하나”라고 분노했다. 다른 시장상인 홍모씨(64세)는 “우리 시장에서 옷 파는 사람들 중에는 60대 이상인 노인들이 많다”면서 “30~40대 젊은 사람들은 전안법에 대해 알고 조심하겠지만 우리같이 60대 이상인 사람들은 대비는커녕 이게 무슨 법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부지기수”라고 밝혔다.

남대문시장 상인회도 전안법에 대해 뾰족한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남대문시장 상인회의 한 관계자는 “전안법이요? 저희 쪽에서는 딱히 이슈가 되는 게 없어서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남대문시장에는 동대문에서 의류를 받아오는 형태가 많아서 의류 상인들이 따로 (준비)하고 있는 건 없다. 액세서리 쪽은 상인회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옷을 고르는 손님들로 북적이는 남대문시장. 그러나 정작 상인들조차 내년에 시행될 전안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남대문시장 상인회 의류분과 이경미 씨는 “의류 쪽에서 나름대로 준비를 해오고는 있는데 좀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2일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연말 서울시가 조사한 남대문시장 도소매업체 중 74.4%가 KC인증을 표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의류, 잡화 등을 판매하는 소상공인 도소매업자들의 경우 전안법 이전에도 안전성을 확인한 후 제품에 안전인증을 표시하도록 강제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남대문시장 관계자 홍모씨는 “이전에도 비슷한 법이 있었지만 사실 잘 지켜지지는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안법이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이라며 “특히 영세 시장상인들은 이런 정보에 어두운 편이라 정부 차원에서도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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