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리코, 수당없이 주70시간 혹사... 타지 발령 내며 부당해고"
상태바
"신도리코, 수당없이 주70시간 혹사... 타지 발령 내며 부당해고"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9.07.09 1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경초대석] 1년째 시위, 강성우 신도리코 노조 분회장 인터뷰
“주 70시간 근무, 부당해고, 성차별 등 없애기 위해 노조 결성"
“부당해고 위해 출산 후 복귀한 여직원 골라 타지로 발령”
“여직원들로 당번 짜 외부손님-우 회장 급식 서빙 시키기도”
강성우 금속노조 신도리코 노조 분회장. 사진=시장경제DB
강성우 금속노조 신도리코 노조 분회장. 사진=시장경제DB

“신도리코는 직원들을 베트남 공장으로 장기 출장을 보내는데, 베트남은 주 6일제 국가라며 한국 직원들도 주 6일제로 주 70시간 이상 일을 시켰다. 당시 나는 젊은 20대였음에도 살인적인 업무로 매일 극심한 피로 속에서 살았다. 이러다 진짜 일을 하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 무엇보다 주 6일 일을 시키면서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수당은 이미 월급에 포함돼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 이 사건이 노조를 만들게 된 계기였다” -강성우 신도리코 노조위원장.

지난 4일 신도리코 본사 앞에서 1년 넘게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강성우 신도리코 노조 분회장을 만났다. 그의 나이는 31세다. 그는 공채 출신으로 연구직이다. 노조위원장하면 떠오르는 강성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강 분회장은 자신에 대해 “아버지는 사업가이고, 집안도 나름 부유하다. 일가친척 중에서도 노조 활동을 하신 분은 없다. 나의 정치 성향도 좌파나 진보 쪽이 아니다. 평범한 회사였다면 노조까지 결성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소개했다.

그런 그가 ‘노조를 결성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내놓은 답변은 충격적이었다. 강 분회장은 “주 70시간 근무, 부당해고, 성차별 등을 없애기 위해,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노조를 결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강 분회장이 처음 노조를 결성해야 한다고 느낀 계기는 ‘베트남 출장’ 이었다.

강 분회장은 “연구소 직원들은 신제품 개발을 위해 1년 중 4개월을 생산 거점인 베트남에서 생활한다. 사측은 베트남은 주6일제 근무 국가라며 공장을 토요일까지 돌렸고, 한국 직원들도 따라서 일을 했다. 주 6일 동안 주 70시간 넘게 일을 하니까 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고, 일요일에 휴식을 취해도 몸이 회복 되지 않았다. 당시 나의 나이는 26세로 체력적으로 아주 건강했지만 견디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과로사 기준이 60시간이라는 말을 들었고, ‘피로’가 나에게 주는 의미 역시 새롭게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 70시간 넘게 일을 시키는데 수당을 주지 않았다. 포괄임금제에 수당이 포함됐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었다. 사규를 찾아보니 포괄임금제가 아니었다.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이를 문제 삼자, 부서장 권한으로 대체휴가를 주라는 결론이 나왔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강 분회장에 따르면 연구소 직원 200여명 중 노조에 가입한 인원은 약 100여명이다. 공채 출신의 핵심 인력 절반이 노조에 가입했다는 것을 볼 때 사측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강 분회장은 관행처럼 이어져오던 ‘수당 없는 주 70시간 근무’를 계기로 노조를 결성하게 됐다. 이후 그는 직원들을 만나면서 '부당해고'와 '성차별' 문제도 심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강 분회장은 “사측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정리해고, 권고사직 등 인위적인 인력 조정을 하지 않았다고 홍보해 왔다. 그런데 한때 1000여 명이던 아산 공장 근로자가 현재는 150명으로 줄었다. 그 많던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 살펴봤더니 중국 청도에 공장을 지은 2002년부터 사측이 매년 야금야금 부당해고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강 분회장은 사측이 어떤 식으로 직원들을 해고해 왔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아산 공장에 있던 직원들을 매년 10여명씩 부산으로 보내고, 강원도로 보내고, 서울로 발령을 냈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지방으로 보냈기 때문에 타 지역으로 발령받은 사람의 절반은 사표를 냈다. 먼 곳으로 발령을 내면서 거주비, 교통비 등을 지원해 주지 않았다. 인사 발령하는 방식도 12월 말일 종무식 때 1월 1일부터 근무지를 이동하라고 통보를 했다. 많은 직원이 퇴사를 했고, 일부 직원은 아직 남아 아산에서 서울까지 자비를 들여 KTX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있다. 현재 30여명이 이렇게 출퇴근을 한다. 이들은 현재 매월 60여만원의 교통비를 지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분회장은 "사측이 근무지 이동이 어려운 직원만 뽑아 발령을 냈다"며 새로운 의혹도 제기했다. 

강 분회장은 "발령을 내는 방법 중 가장 악질적이었던 건 가기 힘들 것 같은 사람들만 뽑아서 발령을 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녀가 어린 어머니, 출산휴가를 마친 여직원을 상대로 지방 발령을 냈다"고 덧붙였다.

강 분회장은 신도리코의 성차별 문제도 폭로했다.

강 분회장은“여직원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다녀오면 사측은 해당 직원에게 지급하던 상여금 600%를 더 이상 주지 않는다. 간단하게 말해 아이를 출산하고 오면 연봉의 1천만원 정도가 사라지는 셈이다. 일을 하지 않았으니 어느 정도의 상여금이 삭감되는 것은 노조도 받아들인다. 근로기준법은 출산‧육아 휴직에 어떠한 불이익도 없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신도리코는 불이익을 권장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여직원들이 아이를 출산한 후 일을 그만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직원들에게 외부 손님을 위한 '서빙'을 시켰다는 성차별 문제도 폭로했다. 손님이 오면 사측이 여직원들에게 조를 짜 구내 식당 밥상(서빙)을 차리게 했다는 것이다.

강 분회장은 "손님이 오면 여직원들에게 서빙을 시켰다. 밥상을 차리고 치우게 한 것이다. 사측이 여직원들로만 월별로 조를 짜 서빙을 시켰다. 서빙은 여직원들에게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다. 손님 상은 맨 뒤쪽에 있는데, 밥상을 들고 가면 동료들의 시선을 받아야 했다. 특히, 우석형 회장 및 사장, 임원들이 오면 서빙뿐 아니라 식사도 같이 해야 했다. 직원들에게 그런 행동을 시켰다는 것도 정상적이지 않지만 여직원에게만 그랬다는 건 정말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신도리코가 사내 행사를 진행하면서 여직원에게는 아이돌 걸그룹 춤, 남직원들에게는 차력쇼를 강요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 분회장은 "신도리코에서 1년에 한 번씩 자기자랑 행사가 있는데, 나이 많으신 분들을 춤추게 시키고, 팀별로 자기자랑을 하게 만들었다. 회장과 사장, 일부 임원들을 위해 진행된 행사였다. 직원들은 하기 싫어서 미칠 지경이었다. 서로 하지 않겠다고 싸우기도 했다”고 했다.

신도리코 노조는 노동조합 인정에 관한 조항만 타결되면 쟁의 행위를 멈추겠다는 입장이다. 노조에는 전체 직원 750명 중 220명이 가입돼 있다. 

한편, 노조의 주장이 사실인지 또한 이에 대한 반론은 있는지 듣기 위해 전화, 이메일 등 수차례 다양한 방법으로 신도리코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은 오지 않았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