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직원에게 '서빙-걸그룹 춤' 강요"... 신도리코 직장갑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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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여직원에게 '서빙-걸그룹 춤' 강요"... 신도리코 직장갑질 논란
  • 정규호 기자, 김보라 기자
  • 승인 2019.07.0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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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번짜서 손님 밥상 차려"... A씨 ‘여직원 당번 리스트’ 폭로
“임원식사 끝나면 식판 치우고, 우 회장 오면 같이 식사까지”
"송년회 때는 걸그룹 춤, 차력쇼 등 장기자랑 억지로 시켜"
신도리코 측 "(노조 관련) 문의가 많아 답변드릴 수 없다"

노조 설립 방해 의혹을 받고 있는 신도리코(회장 우석형)가 외부 방문객이 오면 여직원들에게 구내식당 밥상을 차리게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단순히 밥상을 차리게 한 수준이 아니라 ‘여직원 당번 리스트’까지 만든 것으로 나타나 '성차별' 논란을 초래하고 있다. 사내행사에서 여직원들에게 아이돌 걸그룹 춤을 추도록 강요했다는 주장도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4일 본지가 입수한 사진을 보면 회사에 손님이 오기 전 이 회사 직원으로 보이는 여직원이 반찬을 나르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세팅하고 있다. 또 다른 사진을 보면 사측 임직원으로 보이는 3명이 식사를 다 마치자 여직원이 임원 식탁에서 식판을 가져가고 있다.

여직원들이 임원 또는 손님들의 식사 준비와 식사가 끝난 후 식판을 치우고 있다. 사진=제보자
신도리코 직원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임원 또는 손님들의 식사가 끝난 후 식판을 치우고 있다. 사진=제보자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측은 여직원들에게 밥상을 차리게 하기 위해 당번제까지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사측이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보면 1번 김 모씨, 2번 이 모씨, 3번 김 모씨, 4번 유 모씨, 5번 김 모씨, 6번 오 모씨 등이 적혀 있고, 이 6명은 월단위로 서빙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6명이 1년 중 3개월 동안 손님이나 임원들의 밥상을 차려주고 치워 준 것이다. 이는 일부 임직원이 개인적으로 시킨 것이 아니라 사측이 조직적으로 여직원에게 밥상을 차리게 했다는 점에서 비난의 소지가 높다. 

신도리코가 여직원들의 서빙 순번을 정하기 위해 만든 당번리스트. 사진=제보자
신도리코가 여직원들의 서빙 순번을 정하기 위해 만든 당번리스트. 사진=제보자

신도리코 노조 강성우 분회장은 “손님들이 식사를 하는 자리는 조용한 맨 끝이다. 여직원들이 그들의 밥상을 차려주고, 치우려면 모든 직원들의 시선을 지나 그 식탁으로 가야 한다. 여직원들의 모멸감은 정말로 컸다”며 “이 문제는 여직원들의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석형 회장이 오면 여직원들 서빙 뿐 아니라 식사까지 같이 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논란은 또 있다. 우석형 회장이 지방공장을 방문하면 여직원들에게 선정적인 춤 등 자기자랑을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강성우 분회장은 “우 회장이 아산공장을 방문하면 여직원들에게 춤을 추게 하는 행위, 남직원들에게는 차력쇼 등 팀별로 장기자랑을 매년 시켰다”며 “직원들은 싫어서 미칠 지경이었고, 서로 안하겠다고 싸우기도 했다”고 밝혔다.

신도리코 여직원 A씨는 “장기자랑은 시키니까 한 것”이라며 “나이먹고 자발적으로 그런 걸 누가 좋아서 하겠느냐. 그냥 수학여행 가면 하는 춤, 노래 이런 거 했던 걸로 알고 있다. 행사는 주로 아산공장에서 진행됐다”고 밝혔다.

신도리코가 블로그에 올린 홍보글을 보면 사측이 연말행사 때 직원들에게 어떤 장기자랑을 유도했는지 대략적으로 가늠할 수 있다.

사진=신도리코 블로그 캡처
사진=신도리코 블로그 캡처

2016년 11월 21일 신도리코 블로그에 올라온 ‘송년회 장기자랑 춤&노래 추천! 2016년을 빛낸 히트곡’에 따르면 글의 첫 시작은 ‘LIFE’, ‘직장노하우’라는 단어로 시작한다. '사측이 추천하는 춤과 노래를 장기자랑으로 선정해야 직장 생활을 잘하는 것'이라고 유도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연말을 맞이해 회사에서 직원 화합 차원에서 ‘송년회 장기자랑’을 합니다. 장기자랑에서 선보이기 좋은 곡, 그 중에서도 2016년을 화려하게 수놓은 히트곡을 소개합니다”라고 시작되는 글은 7개의 음악을 추천한다.

7개의 음악은 다음과 같다. 프로듀스 101의 ‘픽미’, 여자친구의 ‘시간을 달려서’, 트와이스의 ‘Cheer UP’, E.X.O & 유재석 ‘Dancing King’, 이적 ‘걱정말아요 그대’, 한동근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지코 ‘너는 나 나는 너’ 등이다.

7곡 중 3곡은 여자가, 4곡은 남자가 부를 수 있는 곳을 추천했는데, 여자 곡은 모두 걸그룹 곡이다.

사진=신도리코 블로그 캡처
사진=신도리코 블로그 캡처

2013년 12월 13일에도 ‘송년회 장기자랑 춤! 분위기를 띄우는 장기자랑 춤 콘셉트별 BEST!’라는 글을 올렸다. 이 당시 추천 음악은 모두 ‘섹시’ 컨셉이다. 선미의 ‘24시간이 모자라’, 씨스타19 ‘MA BOY’, 크레용팝 ‘꾸리스마스’, 에이핑크 ‘노노노’, 박지윤 ‘성인식’ 등을 추천했다.

특히, 이 글은 여직원들에게 장기자랑서 1위를 차지하려면 아예 대놓고 박지윤의 ‘성인식’을 하라고 추천하기도 한다.

여성 차별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4일, 5일 양일간 신도리코에 연락을 취했지만 “메모를 남겨 드리겠다”는 답변 외엔 어떠한 답변도 받을 수 없었다.

8일 신도리코 관계자는 "(노조 관련) 문의가 많이 와서 답변을 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정규호 기자, 김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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