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소 찔린 한국 반도체... 脫일본 전략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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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소 찔린 한국 반도체... 脫일본 전략 고심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07.02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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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규제 면제되는 '화이트국' 명단서 한국 이름 빼버린 일본
폴리이미드·감광액·불산 등 반도체 필수 소재 공급 다변화 필요성 높아져
사진=YTN뉴스 화면 캡처
사진=YTN뉴스 화면 캡처

일본정부가 정치적 보복조치로 우리나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수출규제를 현실화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가 당혹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부터 제기됐던 시나리오인데다, 해외 및 국내에서도 대체 공급처를 찾기는 어렵지 않은 만큼, 일본의 ‘자충수’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본경제산업성은 1일 폴리이미드(PI)와 포토레지스트(감광액), 에칭가스(고순도 불산) 등 3가지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을 규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폴리이미드는 OLED 디스플레이 제작에 쓰이는 얇고 투명한 필름이다. 레지스트와 에칭가스도 반도체 생산에 없어선 안될 핵심재료로 꼽힌다. 

세계 전체 생산량을 살펴보면, 폴리이미드와 레지스트는 90%, 에칭가스는 70%가 일본에서 만들어진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일본에서 거의 전량을 수입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첨단소재 수출허가 신청이 면제되는 ‘화이트국’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미국과 영국, 독일 등 27개국을 ‘화이트국’으로 지정해 소재품목 수출을 간소화하는 우대정책을 펴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04년부터 ‘화이트국’으로 분류됐다. 

화이트국에서 제외되면, 해당 국가에 소재를 수출하려는 일본 기업들은 자국정부로부터 승인을 얻어야 한다. 허가 신청에서 심사까지 걸리는 기간은 90일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공장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공장 모습. 사진=삼성전자

일본 경제산업성이 이번 수출규제의 명분으로 “한일관계가 심각히 손상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수출관리가 어렵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한국 대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을 내린 것에 대한 경제보복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부터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를 무기로 한국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당시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일본의 수출 규제가 현실화할 것을 대비해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해 11월 일본정부는 한국에 대한 고순도 불산 수출에 제동을 건 바 있다. 당시에도 일본 정부는 수출 규제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악화된 한·일관계 때문이라는 설이 설득력을 얻었다. 

이 물질은 웨이퍼 세척에 사용된다. 독성과 부식성이 강하고 보관 및 취급이 까다롭다. 일본의 스텔라케미파와 모리타화학공업 등이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이들 일본 기업들만이 유일하게 불산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독일에서도 고순도 불산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아직은 저순도이긴 하지만 솔브레인, 후성 등의 업체들이 불산을 만들고 있다. 

특히, 스텔라케미파는 생산한 불산 전량을 한국에 수출하고 있는 만큼,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를 장기화할 경우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 화성캠퍼스 EUV 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 화성캠퍼스 EUV 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폴리이미드의 경우에도 국내에서 대체할 수 있는 업체들이 존재한다.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에 적용된 폴리이미드 소재는 일본의 스미토모 화학의 제품이 들어갔다. 그러나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코오롱PI 등이 폴리이미드 생산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고, SK이노베이션도 독자기술로 폴리이미드 개발을 완료한 상황이다. 

감광액은 일본 신에츠 화학과 스미토모, 도쿄오카공업 등이 생산하고 있다. 미국에선 다우케미컬, 한국은 동진쎄미캠 등이 생산 능력을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만일, 일본정부가 감광액에 대한 수출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다우케미컬 등에 공급을 타진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자충수’가 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해당 소재들의 상당 부분을 한국이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역시 피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향후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필수 소재의 공급처를 일본 외 다른 나라로 다변화하거나, 국산화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 등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일본 소재 업체들과 장기 공급계약을 맺고 있는 만큼, 양국 기업 간 ‘소송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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