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점' 개선은 없는 국토부의 아파트 하자 개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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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점' 개선은 없는 국토부의 아파트 하자 개선안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9.06.2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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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20일 ‘아파트 등 공동주택 하자예방 및 입주자 권리강화 방안’ 발표
감리 확충, 벌점 부과, 사전방문제도 강화 등 발표
상당 부분 재탕‧삼탕... 벌점 개선안 내용은 쏙 빠져
사진=공중파 방송 화면 캡처
부엌 상판이 고정이 안돼 들리는 아파트, 단열을 위해 건설 폐기물을 뒤덮은 아파트, 계속 물이 새 주차장이 물바다가 된 아파트. 사진=공중파 방송 화면 캡처

비만 오면 물바다가 되는 아파트, 자기 멋대로 작동하는 난방시스템 아파트, 건설 폐기물로 지은 쓰레기 아파트, 철근 없는 아파트, 발화 지점 바꿔 보수한 아파트, 겨울만 되면 얼어붙는 아파트, 1층 현관문 없는 아파트, 창문 닫히지 않는 아파트 등 최근 들어 아파트 하자 문제가 날로 심각해 지고 있다.

본지가 10대건설와 입주민들의 지난해 소송건수를 살펴본 결과 소송액수는 1000억원대, 건수는 37건에 달했다.

하자심사분쟁보정위원회에 접수된 하자건수는 2012년 836건을 시작으로 2013년 1954건, 2014년 1676건, 2015년 4244건, 2016년 3880건, 2017년 4087건, 2018년 3818건으로 최근 7년간 무려 2만495건에 달했다.

정부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일 ‘아파트 등 공동주택 하자예방 및 입주자 권리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개선안이라고 내놓은 내용들을 살펴본 결과 상당 부분 재탕, 삼탕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가장 실질적인 대책이라 할 수 있는 ‘벌점’ 내용은 없어 봐주기식 대책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아파트 등 공동주택 하자예방 및 입주자 권리강화 방안’에 따르면 개선 방안은 총 14개다.

14개의 개선 방안은 다음과 같다.

▲공기 지연 시 공정관리 강화 ▲부실시공 업체 감리 확충 ▲준공 후 발견된 부실시공에 대한 벌점 부과 ▲현장대응팀 활성화 및 주택품질향상 캠페인 전개 ▲입주자 사전방문제도 강화 및 보수조치 결과 제공 의무화 ▲지자체에 공동주택 품질점검단 도입 ▲사용검사권자 권한 명확화 ▲사용검사에 대한 기준 명확화 ▲하자판정기준 적용범위‧적용대상 확대 ▲하자판정기준의 구체화‧세분화 ▲하자보수청구내역 보관 의무화 ▲하심위 하자 판정결과와 관할관청의 행정절차와 연계 ▲업체별 하자현황 관리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내 재정기능 신설 등이다.

이중 ▲공기 지연 시 공정관리 강화 ▲부실시공 업체 감리 확충 등은 단순 감리 역할 확대에 불과하다. 두 개선안의 핵심은 선행 공종 지연에 따른 후속 공사 시간 부족으로 하자가 많이 발생되므로 감리자가 지연공종 이후 공종에 대해 만회대책을 수립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에는 감리자가 만회대책을 수립하더라도 사업주체 검토만 받아 처리하면 됐다. 앞으로는 감리자가 해당 공종에 대한 관리계획 및 중점점검항목 등을 작성하고, 시공과정을 수시로 확인하면서 그 결과를 사업계획승인권자에 정기적 보고시키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사업계획승인권자가 하자와 보수 계획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실상 전문적 판단 보다는 ‘둘이 잘 해봐라’는 식의 정치적 판단으로 감리자와 건설사의 대결 구도로 회귀할 수밖에 없는 단순 행정처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사업계획승인권자가 하자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 있어 적극적인 벌점을 부과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번 개선안에서 이 ‘벌점’ 부분을 언급하기는 했다. 그런데 알맹이가 없는 상태다.

개선안을 보면 “시공부실에 대한 벌점 제도는 특정 공종 완료 또는 준공 후 적발된 법령위반사항에 대해서도 벌점 부과 등 적극적 행정조치를 할 수 있도록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을 정비하겠다”고 나와 있다. 어떻게 정비하겠다는 내용이 없다.

그렇다면 현행법은 어떻게 돼 있을까.

건설기술 진흥법 시행령에 따르면 토공사, 콘크리트 등 부실공사로 벌점을 받은 건설사는 정부가 면허 등록취소 또는 영업정지, 국가계약 입찰참가자격 제한 등까지 취할 수 있다. 오늘날 입주민들이 느끼고 있는 하자 보다는 부실시공과 관련한 벌점에 가깝다. 국토부가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을 정비하겠다"고 밝힌 부분이 입주민들이 체감하고 있는 하자 벌점 감점인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경기도 화성시의 한 공무원은 “하자에 대한 기준이 각자(건설사, 입주민, 공무원) 다르다. 하자를 보수한 후에도 처리 결과에 대해서도 만족도가 다르다”며 “하자 기준, 만족도 기준이 모두 주관적이기 때문에 벌점을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현직 공무원의 생각대로 만약 벌점 제도를 개선한다면 입주민이 생각하는 하자와 건설사들이 생각하는 하자의 차이에서 얼마나 국민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느냐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입주민 입장에서는 도배가 잘 안 돼 있거나 시설물에 못 등이 빠져 있다면 충분히 하자로 인식할 수 있다. 반대로 건설사는 하자 보단 생활에 불편을 주는 단순한 문제로 생각할 수 있다. 상당 부분의 하자 문제가 바로 이 ‘하자 기준’의 차이 차이에서 오고 있다.

자료=시장경제DB, 국토교통부
자료=시장경제DB, 국토교통부

개선안에는 하자판정을 쉽게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 판정이 벌점으로 적용하지는 않았다. 

개선안에 따르면 현재 하자판정기준을 법원 판례나 건설감정실무 등으로 확대 개편해 하자심사ㆍ분쟁조정위원회(이하 하심위) 결정만으로도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하자판정기준을 경중이나 보수기간, 비용 등에 따라 구체적으로 세분화하고 기준 적용대상도 하심위뿐 아니라 사업주체 및 보증기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정부는 하심위에 대해 현행 조정제도보다 효과적인 재정기능을 신설할 계획이다.

재정제도는 재정결정 시점부터 일정기간(예 60일) 내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경우 재판상 화해의 효력을 갖는다.

경기도 화성에서 중흥건설의 하자 문제를 겪고 있는 A씨는 “지자체 공무원이 전문성을 갖고 일을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이를테면 건설사가 하자 보수 계획서를 제출하면 안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파악하는 게 힘들다보니 ‘받았다’는 절차를 완성시켰다는 것으로 만족해 하는 것 같다”며 “제3자가 하자를 판단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지자체가 벌점을 줘야 건설사들이 하자를 무서워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담당자와 20일, 21일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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