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탐욕'으로 몰고간 삼성생명... 즉시연금 법정공방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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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 탐욕'으로 몰고간 삼성생명... 즉시연금 법정공방 치열
  • 배소라 기자
  • 승인 2019.06.2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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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금소연이 삼성생명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청구소송 2차 공판
부장판사 "계산방식이라도 알려달라... 머리 싸매고 판단해 볼 것"
삼성생명 측 변호인 "보험금을 두 번 달라는 것과 뭐가 다른가"
금소연 "쟁점 흐리면서 소멸시효까지 끌고 가려는 삼성생명 꼼수"
삼성생명. 사진=시장경제DB
삼성생명 본관. 사진=시장경제DB

즉시연금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삼성생명 측이 19일 작심한 듯 소비자단체 측 주장을 반박하고 나서면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5부(부장판사 이동욱) 주재로 열린 보험금 청구 소송 2차 공판에서다. 삼성생명 측은 이날 2차 변론에서 연금 산출 계산식 등을 프레젠테이션(PPT)으로 설명했다.

◇ 삼성생명 측 변호인 “일부 보험가입자들이 횡재하려는 사건”

삼성생명 측 변론을 맡은 이효제 변호사(법무법인 김앤장)는 최초에 보험 가입자들이 보험금을 매달 어느 정도 받을지 알고 있었다며 공방의 포문을 열었다.

이 변호사는 “원고들이 가입한 상품은 ‘상속 종신형’으로 연금가입에 필요한 배경·위험 부담 등을 빼고 나머지에 대해 공시이율에 따라 지급하게 돼 있다”며 “최초에 가입자에게 매월 얼마 수준의 보험금이 나가는지, 공시이율이 낮아지더라도 어느 정도까지 보장하는지를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목돈을 투자하고 중간에 연금(이익)을 많이 받으면 나중에 돌려받는 목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원고들의 주장은 중간에 연금을 많이 받더라도 원금도 그대로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연금 계산식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수식이 있어서 그걸 약관에 고스란히 다 넣는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움이 있다”며 “원고는 보험계약자들이 불명확한 약관으로 손해를 입었다고 한다고 주장하지만 일부 보험계약자들이 횡재를 하려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타당한 금액을 지급했기 때문에 원고들이 손해가 봤다고 볼 수 없다. 원고들은 약관 해석이 다르다고 하는 것도 납득할 수 없는데 원고 주장대로 한다면 상속만기형을 더 많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변호사는 “즉시연금은 40세가 넘고 목돈을 10년 이상 묶어도 되는 사람만 가입할 수 있는데, 원고 중 1명은 즉시연금 상품을 10건 이상 계약해 보험 가입액이 430억원을 넘을 만큼 거액을 예치하는 등 금융 상품에 가입한 경험이 풍부하다”고 언급했다.

이 변호사는 “공제하는 게 아니라 만기 시까지 계산하고 생존 적립액을 동시에 산정한다. 각각 동시에 산정하는, 동시에 계산되는 로직”이라며 “그걸 한꺼번에 풀어 설명할 수 없어 여러 곳에 나눠서 설명한 것으로 원고들은 (보험금을) 두 번 달라는 것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했다.

당초 이번 공판은 오후 3시부터 15분간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1시간 30분 넘게 원고와 피고 측 공방이 이어졌다. 이동욱 부장판사는 “이번 공판에 집중하기로 했다”며 다음 재판을 중간에 속개했다.

이 부장판사는 “결국은 어떻게 해석하느냐인데 피고 측에 차액을 알아야 하니 안되면 계산방식이라도 알려달라. 머리를 싸매고 판단해 보겠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측은 금액을 산출할 수 있도록 표로 정리해 제출하기로 했다.

◇ 금소연 측 “이해할 수 없는 산출 계산식, 본질 흐리고 호도”

이에 금소연 측은 “삼성생명이 소송의 쟁점을 흐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당초 연금 산출 계산법을 쉽게 설명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던 이번 재판을 삼성생명이 ‘가입자 탐욕’ 프레임으로 치환해 본질을 흐렸다는 것이다.

금융소비자연맹 조연행 회장은 “공시이율을 적용한 금액과 만기보험금, 2가지를 섞어서 일부 떼어 지급한다는 상식적이지 않은 말로 호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연맹 배홍 대외협력팀장도 “재판장님도 삼성생명 측이 연금 산출 계산법을 쉽게 설명해주길 바라고 특별히 시간을 잡은 것인데 전혀 도움이 안 됐다”라며 “오죽하면 재판장님이 머리를 싸매보고 더 생각해보겠다고 말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삼성생명 측이 쟁점을 흐리면서 소멸시효까지 끌고 가기 위한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3차 공판은 오는 8월30일 오후 2시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동관 559호에서 열릴 예정이다.

◇ 약관에 '사업비 명목 600만원 공제' 내용 없어

문제가 된 즉시연금(상속 만기형)은 가입 시 보험료 전액을 일시에 납입하면 그다음 달부터 매월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상품이다. 만기환급형은 매월 이자만 받다가 만기때 원금을 돌려받는 구조다.

즉시연금은 보험료가 1억원일 때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명목으로 600만원가량을 공제한 뒤 나머지 금액을 운용해 매달 연금을 지급한다. 이때에도 보험료 운용으로 번 수익을 모두 가입자에게 지급하는 것이 아니다. 만기에 1억원을 돌려주기 위해 매월 조금씩 ‘보험금 지급 재원’ 명목으로 돈을 떼어 600만원을 채우는 형식이다.

공시이율이 높았던 가입 초기에는 적은 금액만 적립해도 만기 시 원금 지급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율이 하락하면서 고객이 받는 돈은 더욱 줄어들게 됐다. 더 많은 금액을 적립해야만 만기 때 원금 지급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런 공제를 한다는 내용을 보험 약관 서류에 명확하게 쓰지 않고 그동안 부당하게 떼간 보험금을 모두 돌려달라는 것이 가입자들이 소송을 제기한 이유다. 관련 내용은 약관이 아닌 보험상품 기초 서류 가운데 하나인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만 들어있다.

앞서 금감원 분조위는 생보사가 연금을 과소 지급했다고 판단했고, ‘연금계약 적립액에 공시이율을 곱해 산출한 수익’을 최소보장 연금으로 모든 즉시연금 가입자에게 지급할 것을 보험사에 지시했다. 9400만원이 아닌 1억원에 이율을 곱해서 연금으로 돌려주라는 말이다.

금감원이 추정한 즉시연금 추가 지급액은 모두 7750억원이다. 이중 삼성생명의 부담분이 54.2%(4200억원)나 차지한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370억원만 환급기로 하고 나머지는 법원 판결을 받아 지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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