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고분양價 규제에 '재건축·재개발' 분양연기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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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고분양價 규제에 '재건축·재개발' 분양연기 속출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9.06.1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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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MBC부지 신축 주상복합단지 '오피스텔'만 분양
강남 '래미안 라클래시' 후분양도 거론돼
롯데캐슬 클라시아 6개월 기다렸더니 되레 평당 400만원 올라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서울 주요 단지들이 너도 나도 분양 일정을 미루고 있다. 주택보증공사의 분양가 심사를 무더기로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자격 미달로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너무 심하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분양 일정이 대거 미뤄지면서 당분간 분양 체증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옛 MBC부지에 들어서는 신축 주상복합단지는 다음 달 오피스텔만 먼저 분양한다. 이 단지는 지하 6층~지상 최고 49층 규모의 아파트 2개동 454가구(전용면적 84~133㎡)도 분양 예정이었다.

하지만 HUG의 ‘고분양가 심사 기준’이 분양의 발목을 잡았다. 간단하게 말해 조합이 요구하는 분양가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만일 이달 24일까지 분양보증서를 발급받지 못한 단지는 추가로 개정된 기준을 적용받게 된다.

사업자인 신영그룹 측과 HUG간 분양가를 두고 이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은 3.3㎡당 평균 4000만원 이상, HUG는 3000만원대를 요구하고 있다.

강남 재건축 단지 래미안 라클래시도 HUG와의 분양가 조율에 실패하면서 분양을 연기할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5월 분양이 진행될 예정이었던 래미안 라클래시는 6월 후로 분양 일정이 연기됐다. 심지어 후분양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HUG는 분양가의 100% 이하로 분양가를 책정해야 분양보증을 해 주고 있다. 1년 이내 분양이 없으면 주변 시세의 110% 이내다. 래미안 라클래시는 지난해 3월 같은 강남구에서 디에이치자이개포(개포동 개포8단지 재건축)가 3.3㎡당 4160만원에 분양했기 때문에 분양가를 더 높이기 위해 1년이 경과할 때까지 기다리며 분양을 미뤘다.

그런데 HUG가 올해 4월 분양한 디에이치 포레센트(일원동 일원대우 재건축)를 새 기준으로 삼아 같은 수준의 분양가를 산정하라고 요청했다. 디에이치 포레센트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4569만원 수준이다. 5월에 분양한 방배그랑자이 (3.3㎡당 4687만원)보다 낮다.

이 밖에도 사당 3구역 재건축인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 청량리제4구역 청량리역 롯데캐슬SKY-L65 등도 분양가 규제로 인한 일정에 변동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건축비용이 최저시급 오르듯이 매년 오른다. 이런 상황에서 분양가를 최대 105%로 제한하는 것은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어떤 공사자재가 들어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大)단지, 소(小)단지, 고급 아파트, 평범한 아파트의 분양가를 일률적으로 책정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HUG는 6일 전국 34개 지역을 '고(高)분양가 관리지역'으로 규정하고, 분양가 상한 기준을 지금보다 최대 10%포인트 낮추는 내용을 담은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 개선안'을 발표한 바 있다.

1년 이내 인근 분양 단지는 주변 아파트 분양가 넘지 못하고, 분양 후 1년 이상 지난 아파트만 있을 경우 그 아파트 분양가에 시세 상승률을 최대 5%까지만 반영하도록 했다. 또 준공한 아파트만 있을 때는 주변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를 초과하지 않도록 했다. HUG는 분양 보증을 독점 발급하는 공기업이다. 분양 보증이 있어야 금융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HUG의 이런 규제에 많은 조합들이 분양을 연기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당장은 힘들겠지만 기다리면 분양가 상한선은 무조건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HUG의 분양가는 주변 시세를 기반으로 상한가를 규제하고 있다. 인기 단지의 매매가격이 올라가면 분양 단지의 분양가 상한선은 올라간다. 간단히 말해 인기 단지는 기다리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롯데건설이 서울 성북구 길음동에 길음뉴타운에 짓고 있는 롯데캐슬 클라시아 조합은 지난해 말 HUG의 '평당 1700만원' 제안을 수용하지 않고, 기다렸다가 대박을 터트렸다.

옆 단지인 래미안센터피스가 평당 2000만원 넘게 거래되고 있고, HUG가 길음뉴타운 보다 작은 장위뉴타운의 ‘꿈의숲아이파크’ 보다 평당 분양가를 낮게 형성시킨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당시 조합의 이유였다. 

기다린 끝에 롯데캐슬 클라시아는 지난달 평당 400여만원이 오른 2200만~2300만원에 분양에 성공했다. 대략 6개월 기다리고, 평당 400만원을 더 번 것이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은 "최근 일부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신고가를 경신하며 가격 반등세가 나올 조짐이 보이자 HUG가 분양가 규제를 내놓으며 가격 반등을 잠재우려고 하는 것 같다"며 "건설사와 조합원들은 기대했던 수익이 낮아진 만큼, 정비사업 계획을 미루거나 후분양까지 검토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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