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2%만 올려도 영세상인에겐 死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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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2%만 올려도 영세상인에겐 死藥"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06.10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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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비판 쏟아진 최저임금위원회 공청회
을(乙)과 을(乙) 싸움...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 대두
소상공인 시장살리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소상공인 시장살리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새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첫 번째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에서는 최저임금 급등에 대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쏟아져 나왔다.

특히 편의점 업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2~3%라도 올리면 700만명에 달하는 영세상인에게 사약(死藥)을 내리는 것과 같다"고 성토했다.

5일 서울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공청회에서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생활 기반이 흔들리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신상우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대표는 "생계형 자영업자인 편의점주의 평균 희망소득은 200만~300만원에 불과한데 실상은 대외적인 비용 증가와 과당경쟁으로 이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 같은 경우는 임금 지불 능력 부족으로 아르바이트생 면접을 할 때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못하겠다고 고지하고 채용하지만 이후 아르바이트생은 퇴사한 뒤 업주를 고소하는 게 일상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상우 대표는 "불신을 넘어 사회적 갈등이 생기게 된 것으로 과연 자영업자가 나쁜 사람들인지 아니면 제도의 문제인지 생각해볼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근재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경제성장을 통해 임금성장을 해야 하는데 정부는 임금성장으로 경제성장을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어 소상공인 폐업률이 30%에 달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심지어 일자리를 잃게 된 직원들이 업주와 갈등을 빚는 을(乙)과 을(乙) 싸움이 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다시 인상되면 소상공인들은 분노와 저항으로서 맞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반면 노동자 측은 최저임금을 1만원대로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전직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아르바이트생 중에선 노동 강도에 비해 임금이 적다고 하는 이들이 많았고, 얼마 정도 임금이 인상되면 좋을 것 같냐고 물어보면 하나같이 1만원대라고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이동훈 한국금융안전지부 위원장은 "최저임금 1만원 달성과 함께 계약직 직원보다 기존 직원의 기본급이 낮아지는 임금 역전 현상에 대한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노동자들의 주장대로 최저임금이 1만원대로 형성된다면 사실상 소상공인들의 월(月) 수입와 큰 차이가 없어지게 된다. 이는 업주들이 아르바이트생 고용을 줄이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조옥희 서울고용노동청 근로개선지도과장은 현장에서 직접 들어온 목소리를 인용하며 "사용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근로시간을 축소하거나 가족 내 노동력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았고, 근로자들 사이에선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력자와 신규자 간 임금격차 감소로 인한 근로의욕 저하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위원장을 선출하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10일 광주, 14일 대구에서 연이어 공청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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